한미양국은 1996년 9월 24일과 25일 이틀간 서울 정보통신부 회의실에서 1차 통신협의회를 열었다.
한국측에서 서영길 정보통신부 국제협력국장(사진. 정통부 우정국장. TU미디어사장 역임. 현 IGM세계경영연구원장)이, 미국에서 션 머피 무역대표부 아.태통신담당국장이 수석 대표로 참석했다.
한국측 대표단으로 김원식 정통부 산업지원과장(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장 역임, 현 법무법인 세종 고문)과 박효성 외무부 서기관(현 주 제네바대표부 차석대사), 최훈 재정경제원 사무관(현 기획재정부 광역두만개발계획사무국장),주영준 통상산업부 사무관(현 지식경제부 자동차조선과장), 정현철 정통부 사무관(현 국립전파연구원 전파자원기획과장)과 자문위원으로 정인억 통신개발연원 연구위원(KISDI 부원장 역임. 현 국가정보화전략위원)과 서종흘 한국통신 자산국장(한국통신 전문위원 역임) 등이 참석했다.
양국간 쟁점은 크게 통신장비 조달과 통신서비스 등 2가지였다.
미국측은 장비조달과 관련, 한국 정부가 민간기업 장비 구입에 개입하지 말 것을 문서로 약속해 달라고 요구했다. 한국측은 정부가 민간통신사업자의 장비구매에 개입한 사실도 없고 관여할 수도 없으며 이는 전적으로 기업에서 판단할 문제라며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섰다.
서영길 국장은 회담에 앞서 미국측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반박할 자료 준비를 했다. 미 워싱턴 애킨검프 법률회사와 계약을 맺고 통상전문가인 김석한 변호사(현 시니어 파트너)를 통해 협상에 결정적 자료를 입수했다.
서영길 국장의 증언.
“당시 한국은 TDX와 CDMA 등이 개발에 성공해 국산화 열기가 높았습니다. 국산장비 권장정책이 미국측에 빌미를 주었습니다. 정부가 민간기업 장비구매에 개입했다는 것입니다. PCS사업권 신청서류에 네트워크 구성계획에 교환기는 어느 회사 어떤 모델을 사용하겠다는 항목이 들어 있었습니다. 그 자료를 미국측이 입수해 ‘정부가 민간사업자에 국산품을 사용하도록 압력을 넣는 증거’라고 주장했습니다. 그 무렵, 데이콤이 외산 컴퓨터를 도입하기 위해 계약까지 했는데 해약하고 주전산기를 도입한 일도 있었습니다. ”
서 국장은 정현철 사무관과 밤늦도록 대책을 마련하다 문득 미국에도 그런 사례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국장은 미국에 있는 김석한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어 전후 사정을 설명하고 “미국 정부의 네트워크 제출서류에 제품 모델까지 명기하는 항목이 있는지 조사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로부터 일주일후 김 변호사는 수천종에 달하는 미국 FCC(연방통신위원회)의 서류 양식을 조사해 그중에서 3개를 찾아냈다. 무선국 장비를 교체할 때 장비 모델번호를 기록해 승인을 받거나 신고하는 서류였다. 서 국장은 이 서류 복사본을 넘겨받아 회의에서 반박 자료로 활용키로 했다.
서 국장은 회의 첫날인 24일 첫발언에서 두가지를 미국측에 제안했다. 첫째, 미국 제도를 한국이 시행하면 미국측이 양해할 것, 둘째, 다자간 협상과 겹치는 사항은 다자간 협상에서 논의하자는 것이었다. 미국측 머피 대표는 첫째 제안은 흔쾌히 수용하겠다면서 둘째 제안은 추가 검토하겠다는 긍정적인 자세를 보였다.
서 국장의 계속된 말.
“쉬었다가 회의가 재개되자 미국에서 입수한 서류를 제시하면서 ‘미국도 모델번호를 적고 있다. 한국이 교환기 모델을 명기한 것은 미국과 같은 것 아니냐’고 했어요. 허를 찌린 미국측 FCC관계자가 서류를 확인해 보더니 ‘맞다’고 하더군요. 미국측은 이 점에 대해서는 문제를 삼지 않았습니다.”
미국측은 그러면서도 PFC해제 요건이 협정체결이라며 서면합의를 요구했다. 한국측은 절대 협정체결은 안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다만 정부가 정책을 발표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는 신축적인 입장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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