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5월 6일부터 7일까지 이틀간 서울 정통부 회의실에서 한미통신협의가 열렸다.
한국측에서 정통부 강상훈 정보통신협력국장(사진)을 수석대표로 정통부, 재경원, 외무부 관계자등 15명의 대표단이, 미국측은 크리스티나 런드 미 USTR부대표보를 수석대표로 국무부, 상무부 관계자등 8명의 대표단이 참석했다.
미국측은 회의에서 △신규사업자 허가계획과 관련, 투명하고 비차별적인 허가기준 보장 △통신망 동동 접숙과 역무간 회게분리 등 공정경쟁제도 수립 △정부 및 정부투자기관의 통신장비 조달뿐 아니라 민간기업의 통신장비 구매에 대한 정부 불간섭 보장 △ 국산장비 우선구매 권장정책 채택 금지 등을 요구했다. 미국측은 지난 92년 체결된 양국 통신협정을 개정, 이같은 내용을 명문화할 것도 거듭 요구했다.
강 국장은 이에 대해 “지난 3월 협상 당시 표명한대로 민간기업인 신규통신사업자의 장비구매는 정부간 협의대상이 될 수 없다. 기존 협정 이행여부는 4월2일 한미간 합의로 종결됐다“고 말했다. 한국측은 이미 합의한 기존 협정 이행여부를 7월1일 재판정한다는 미국측 방침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다.
크리스티나 런드 미USTR 부대표보는 5월 8일 미공보원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미통신협상에서 한국측이 외국산 통신장비 구매 및 서비스시장 개방문제를 논의할 준비가 돼있지 않은데 실망스럽다"면서 한국정부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런드 부대표보는 "통신장비의 구매결정은 경제, 기술적 장점등 비즈니스적인 관점에 따라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문제다. 한국정부의 원산지에 따른 구매방식은 자유시장체제 추세에 역행하는 것"이라면서 “한국이 외국기업에 대해 비차별적인 시장접근을 허용해 달라 ”고 거듭 촉구했다.
양국관계가 냉각되자 5월21일 바세프스키 미USTR부대표가 이석채 장관 앞으로 서한을 보내왔다. 그는 “한미양국간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6월에 워싱턴에서 양국간 협의를 갖자”고 요구해 왔다. 이 무렵 제임스 레이니 주한미국대사도 정통부로 이 장관을 찾아와 타협점을 찾고자 노력했으나 이 장관은 미국측 요구를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이 장관은 청와대에 들어가 김영삼 대통령에게 통신협상 대응책을 보고하고 대통령의 결심도 얻어냈다.
이 장관의 말.
“김 대통령에게 ‘통신산업은 기술집약적이어서 한 번 내주면 한국이 회복하기 어렵다’고 보고했습니다. 김 대통령은 당시 미국과 통상갈등을 원하지 않았어요. 김 대통령이 ‘이길수 있느냐’고 물길래 ‘싸워 볼만 합니다’라고 말씀드렸어요. 만약 한미간에 심각한 사태가 발생하면 ‘장관이 책임지고 그만두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해 6월13일과 14일 이틀간 미국 워싱턴DC 미USTR 회의실에서 한미통신협의가 열렸다. 한국측은 정보통신부 강상훈 정보통신협력국장이, 미국측에서는 크리스티나 런드 미USTR 부대표보가 수석대표로 참석했다.
한미양측은 회의에서 미국측이 요구한 민간통신사업자 통신장비 구매시 정부 불간섭 보장과 통신기기 관세철폐 등 현안에 대해 집중 논의했다.
미국측은 회의에서 한미간 새 협정체결을 끈질기게 요구했다. 한국측은 민간사업자 장비구매는 업게 자율에 맡겨야 할 일이므로 정부간 협정체결은 불가능하다는 기존입장을 고수했다.
그해 6월25일 USTR대표를 역임한 캔터 미상무장관이 한국에 왔다.
이석채 정통부 장관은 이날 캔터 장관과 만나 “ 민간구매에 정부관여는 간섭하지 않아 정부간 서면협정 체결을 불가하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캔터 장관은 이에 대해 “한미통신협상에 진전이 없을 경우 한국을 우선협상대상국으로 지정, 무역보복을 개시하겠다”고 압박을 가했다.
그해 7월1일 바셰프스키 미 USTR 대표대행은 박건우 주미 한국대사와 만나“한국이 7월15일까지 한미통신협상의 신규협정을 체결하거나 아니면 미국장비의 시장점유율 보장 등 실질적인 진전이 없을 경우 미통상법 1374조에 따라 한국을 우선협상국(PFC)으로 지정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미국측 입장을 다시 전달했다.
하지만 이석채 장관은 한발도 물러서지 않았다. 이 장관은 “ 정부는 민간통신사업자에 대한 장비구매에 정부는 간여하지도 않고 있고 간여할 수도 없다. 미국이 제시하는 합리적인 요구는 수용하겠지만 새로운 협정은 체결할 의사는 없다”고 밝혔다.
7월13일 이석채 장관은 바세프스키 미 USTR대표서리에게 서한을 보냈다. 이 장관은 서한에서 미측이 한국을 PFC로 지정할 경우 한국정부도 적절한 대응책을 강구할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 장관은 민간기업의 장비구매는 기업이 결정할 사안으로 정부가 관여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신규 통신시장내 미국장비 점유율 요구는 민간기업의 장비조달에 한국정부가 관여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미국측 입장과도 상치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해 7월23일.
바세프스키 미 USTR대표서리는 박건우 주미한국대사를 통해 한국측이 새로운 협정체결 의사가 없음에 유감을 표시하며 PFC로 지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미간 타협의 여지는 점점 사라졌다. 한미양국은 비등점을 향해 치닫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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