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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시중의 두 가지 과오

과기정통. ICT. 국방

by 문성 2012. 5. 9.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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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의 수장은 개인의 이익 대신 공동체 발전에 전력 투구해야 한다.

그게 아니면 그 조직이나 개인은 몰락한다.

 

2008년 4월7일 광화문 인근 한정식 집.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사진)이 전직 체신부 및 정보통신부장관들을 초청, 간담회를 가졌다. 전직 장관들은 이명박 대통령의 멘토이자 정권 출범의 공신이 최 위원장에게 거는 기대가 컸다.

 

모 전직 장관은 약속시간보다 30분 전에 약속장소에 나왔다. 최 위원장에게 꼭 해줄 말이 있어서였다.

조금 있자 최위원장이 도착했다. 그는 최 위원장에게 15분간만 면담하자고 요청해 두 사람은 마주 않았다.

모 전직 장관은 최위원장에게 두가지 정책 조언을 했다. 그 중 하나가 합의제 기구의 문제점과 이를 타개하려면 독임제 부처로 후속 조치를 취하라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그 장관의 말에 “충고 고맙다. 실제 와서 일을 해보니 제대로 하기 어려운 구조였다. 잘 알겠다”고 시원시원하게 대답했다. 

 

2010년 3월18일.

최시중 위원장이 기자들과 만나 “정통부 해체는 잘못됐다”고 발언했다. ICT업계는 귀를 의심했다. 그동안 정통부 폐지로 인해 ICT컨트롤타워 신설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높았다. 그런 판에 이명박 정권 실세인 최 위원장이 그런 말을 했다 . 당연히 ICT업계는 '이제 제대로 정보통신정책이 추진될 것'이며 기대를 걸었다.

 

 

2010년 4월13일.  

입법부 수장인 김형오 국회의장이 나섰다. 그는 "정보통신과 콘텐츠, 원천기술 등을 총괄한 통합 부처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인수위 부위원장으로 정통부 폐지에 책임이 있었다. 

 

 

이 정도라면 정부는 서둘러 개선책을 내놔야 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나 방통위는 후속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오히려 최 위원장의 언행이 모호해졌다. 그를 비롯한 청와대 고위관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방통위의 기능 문제는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부터 문제가 돼왔던 부분인 만큼 계속 문제 삼을 것이 아니라 한 번 더 개편해야 하고, 개편은 다음 정권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식으로 말했다. 이 정부에서는 조직개편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였다. 청와대 비서관들도 이 문제에 관해 "사정을 잘 알지만 이 정부에서 조직개편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권한도 실익도 없는 청와대에 IT특별보좌관을 신설했다. 

 

 

최 위원장은 2011년 3월17일 국회에서 열린 연임 인사청문회에서 홍사덕의원이 "과학기술부, 정보통신부가 없어지고 그 기능 중 일부를 과학기술위원회에 맡기는 희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방통위의 기능은 미국 FCC에 준하게 하고, 과기부는 되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위원장은 이 말에 "구구절절 공감한다"면서도 “차기 정권에서 하면 좋겠다”고 답변했다.

 

그는 독임제 형태의 정부조직 개편은 뒤편으로 밀어놓고 KBS수신료 인상과. 통신요금 인하, 종편 허가 등에 매달렸다. 제4이동통신도 추진했으나 불발에 그쳤다.

 

 

그러는 사이 한국은 허울좋은 ICT강국이 됐다. 방통위에 통신은 없다는 비아냥이 나돌았다. 더 심각한 점은 방통위 조직의 무기력증이었다. 공무원의 꽃이라는 1급 자리에 오르면 1년을 넘기지 못했다. 1급 실장의 지시를 실무과장이 안듣는다는 말이 나돌 정도였다. 1년만 있으면 나갈 실장의 지시를 누가 받겠는가.

 

 

각종 측근 비리설이 꼬리를 물자 최 위원장은 2012년 1월27일 오후 4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사임했다.

그는 퇴임사에서 "방송통신위원장으로서의 직무 수행에 대해서는 한 점 후회가 없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그는 “재임 내내 방송통신산업을 앞으로 후손들이 20~30년 후 먹거리가 될 것이라는 믿음으로 초석을 다진다는 믿음으로 임했다”며 “극도의 반대가 있었지만 방송산업 개편 시도는 미디어혁명의 걸음이란 생각으로 노력했다”고 밝혔다. 그는 "방송발전을 위해 정열을 바친 선배로 기억해 달라"며 말했다.

 

 

그의 간절한 바람과는 달리 그는 처량한 모습으로 4월30일 알선수재혐의로 구치소로 갔다. 그는 지금 구치소에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가 구속되기 전에 한 말처럼 “뭔가 대단히 잘못됐다”고 생각하고 있을까.

그의 최대 치적이라는 종편은 최악의 경영상태다. 현실에 맞지 않는 종편 4개 채널을 허가해 이미 M&A설이 나돈다. 방송정책은. 국민이나 산업발전보다는 정치적 이해에 치중했다는 지적이 많다.

 

그는 흔히 말하는 어쩌다 공무원이된 ‘어공’이다. 하지만 일단 공직자가 국가와 국민을 위해 제 역할을 하지 않았다면 그는 국민을 배신한 셈이다. 더욱이 최 전 방송통신위원장은 해야 할 일은 하지 않고 해서는 안될 이에 관여했다. 그결과는 참담했다. 그가 만약 해야 할 일만 했다면 지금 구치소에서 회한의 날을 보내고 있지 않을 것이다.

 

그의 과오는 두 가지다. 해야 할 일은 하지 않은 점과 해서는 안될 일은 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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