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도입 30년. 사람으로 치면 이립(而立)이다.
도입의 주역은 전길남 박사(사진. 현 KAIST 명예교수)다. 30년만에 인터넷 기념행사가 처음 열린다.
방송통신위원회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은 5월 30일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에서 국내에 인터넷이 연결된 지 30년을 기념하는 기념식을 열고 국내 인터넷 산업의 발전을 이끈 공로자를 시상하고 미래 인터넷의 발전 방향을 조만하는 인터넷 30주년 기념행사를 개최한다.
이런 행사는 30년만에 처음이다. 명색이 인터넷 강국이라고 하면서 10주년이나 20주년 기념식도 열지 않았다. 원로과학자를 잊고 있었다. 이제라도 기념행사를 여는 것은 다행이다.
5월 30일에 기념식을 하는 것은 일본 게이오대 교수로 활동하다 국내에 돌아온 전길남 교수가 1982년 5월 15일 서울대 관악캠퍼스 컴퓨터공학과에 설치된 중형컴퓨터와 경북 구미의 전자기술연구소 중형컴퓨터를 전용선으로 연결한 것을 기념해서다.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나 오사카대에서 수학한 전길남 박사는 미국으로 건너가 UCLA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박정희 정권의 해외과학자 유치 사업 때 가장 먼저 귀국한 과학자 중 한 명이다. 근대화에 뒤처진 고국을 혁신하기 위해 인터넷이 들어와야 한다고 판단한 그는 3년간의 노력 끝에 SDN(시스템개발네트워크) 개발에 성공, '한국 인터넷의 아버지'란 명칭을 얻었다. 인터넷 개통은 미국이 1969년 미국이 개통한 것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였다.
이후 한국은 초고속정보통신망 사업, 전자정부 사업 등 정부가 인터넷 인프라 확충과 수요 창출에 나서면서 이제는 유선 인터넷뿐 아니라 휴대폰·태블릿PC 같은 모바일 기기로도 인터넷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세계 최고의 정보통신기술(ICT) 국가로 도약했다.
당시의 인터넷 전송속도는 1200bps로 초당 150글자를 주고받을 수 있는 수준에 그쳤다. 동영상이나 음악을 주고받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현재 일반적인 가정에서 100Mbps 초고속인터넷을 사용하는 것을 감안하면 30년 동안 인터넷 속도는 830배가 빨라진 셈이다.
이후 일반인들이 인터넷을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1998년 현재 SK브로드밴드에 합병된 두루넷이 케이블모뎀을 이용한 초고속인터넷 서비스를 시작하면서부터다. 1999년 현재 SK브로드밴드로 이름을 바꾼 하나로통신과 KT 등도 잇따라 초고속인터넷 서비스에 나서면서 우리나라에 본격적인 인터넷 중흥기를 열었다.
초고속인터넷 사용자가 본격 늘어나면서 우리나라는 인터넷 관련 산업이 급성장했다. 우리나라 대표 인터넷 기업 NHN은 벤처기업으로 시작해 현재 기업가치 10조원이 넘는 대형기업으로 성장했고 인터넷 전자상거래 산업의 대표인 인터넷 쇼핑, 인터넷 금융 같은 산업이 잇따라 생겨났다.
지난 2001년 1904만명에 그쳤던 국내 인터넷 이용자는 2010년에 3701만명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중 국민들의 인터넷 이용시간은 11.7시간에서 14.7시간으로, 가정에서 인터넷 이용자는 48.8%에서 98.5%로 2배 가까이 늘었다. 만12세 이상 인터넷 이용자의 78.3%는 '인터넷을 이용하면서 일상생활이 편리해졌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인터넷만 있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응답한 사람도 국민의 절반에 가까운 44.7%에 달하는 게 현재 한국 인터넷의 주소다.
그러나 이런 인터넷이 우리 생활의 필수품이 된 것과는 달리 전 박사는 잊혀진 인물이었다. 그의 제자들만 그를 기익할 뿐 일반인들에게 그는 낯선 학자였다. 정부나 관련기관에서는 인터넷 10주년이나 20주년 행사도 하지 않았다. 그가 정년퇴직해도 그에게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는 게이오대 부총장으로 갔다.
정부는 뒤늦게 30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인터넷 도입 30주년 기념식을 갖고 전 박사에게 공로상을 준다고 한다. 전 박사는 전 세계 인터넷 초기 개발자 5명에 꼽힌 전 박사는 지난달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인터넷 국제표준을 정하는 ISOC(인터넷 소사이어티)가 만든 '인터넷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전 세계 인터넷 형성에 기여한 개척자 30명을 기려 만든 이곳에는 월드와이드웹(WWW)을 만든 팀 버너스리, 인터넷 통신규약(TCP/IP)을 만든 빈트 서프, 리눅스를 만든 리누스 토발즈 등 IT계의 세계적 리더들이 올라 있다.
30일 행사에는 김황식 국무총리, 이계철 방송통신위원장, 오해석 청와대 IT 특보, 박정호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 위원장, 14개 방송통신 유관기관 협·단체장, 통신사, 포털사 업계 대표, 학계 등 약 300여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기념식에서는 인터넷 30주년 기념영상이 방영되고 최양희 서울대 교수가 '인터넷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미래'라는 제목의 주제발표를 한다.코리아나호텔 글로리아홀에서는 '대한민국 인터넷 30주년 기념 콘퍼런스'가 열린다. 전 박사의 기조강연을 시작으로 빈트 그레이 서프 구글 부사장과 스티브 클로커 국제인터넷주소관리기구(ICANN) 회장의 동영상 강연 등 인터넷의 과거, 현재와 미래를 조망하는 전문가들의 다양한 강연이 있을 예정이다.
30년 만의 기념식. 잊혔던 인터넷 대부의 귀향이다. 전 박사의 감회가 남다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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