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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해,왕이 된 남자의 외침 "백성없는 왕이 있소"

문화. 관광.게임

by 문성 2012. 10. 1.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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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날 저녁.

하늘에 두둥실 뜬 보름달이 대낮처럼 대지를 밝힌다.  

 

" 영화나 보러 가시죠"

 

TV앞에 앉아 있는데 큰 아이가 느닷없이 가족이 함께 영화를 보러 가자고 제안했다.

 

“좋은 생각이네. 뭘 보러갈까?”

 

아내가 찬성했다. 나는 별로 내키지 않았다. 떠밀려 ‘테이콘2’와 ‘광해,왕이 된 남자(사잔)’ 둘 중 하나를 놓고 논의끝에 '광해'로 결정했다.  이유는 아내가 이병헌의 팬이라는 사실이다.

 

걸어서 15분 거리에 영화관이 있다. 집을 나서니 감회가 새롭다. 가족이 함께 영화를 본 지가 20여 년 쯤 됐나보다. ‘클리프 행어’라는 영화가 가족이 함께 본 마지막이 작품이었다. 그 때는 두 아이가 초등학생이었는데 이제는 성인이 됐다.

 

극장에 도착해 입장권을 구매해 좌석에앉았다.  가족이나 연인 혹은 친구끼리 영화구경을 온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나는 액션물이 아니어서 시큰둥하게 영화를 봤더니 "어라" 그게 아니었다.

 

 볼수록 재미 있다. 차츰 영화속으로 빠져 들었다. 

 

줄거리는 간단하다.

 

광해군 8년. 목숨을 노리는 자들에 대한 분노와 두려움으로 임금 ‘광해’는 도승지 ‘허균’에게 대역을 찾게 한다. 허균은 광해를 닮은데다 기방의 취객들 사이에 걸쭉한 만담으로 인기를 끌던 ‘하선’이란 천민을 찾아낸다.

 

광해가 아편 중독으로 의식을 잃자 ‘하선’이 15일간 광해 역을 한다. 보름간 가짜 임금의 국정이 영화의 줄거리다.

 

왕의 법도를 배우는 과정과 하선 특유의 인간미와 소탈함이 웃음과 재미를 선사한다. 방귀를 '붕붕' 뀌고 매화틀(요강) 위에서 큰 볼일을 보는 하선의 모습을 이를 지켜보는 궁녀들, 난감해 하는 하선의 표정, 음식을 모조리 다 비워 궁녀들이 굶게 일을 뒤늦게 안 하선. 그래서 팥죽만 먹고 음식을 그대로 물려 궁녀들이 배불리 먹게 하는 등 가짜 왕이 백성을 위한 진짜 왕 노릇을 하게 된다.

 

영화속에서 하선이 인본주의를 강조하는 모습이 관객들에게 남다른 감동을 준다. 특히 중신들을 질타하는 하선의 통쾌한 외침은 당리당략과 자기 이익에 충실한 서울 여의도 정치인들에게준엄한 훈계나 다름없었다.

듣기만 해도 속이 시원했다.

 

“백성없는 임금이 있을 수 있겠소. 그렇게 명나라가 좋다면 그대들은 모든 걸 싸들고 명나라로 가구려”

 

이 영화를 권력욕에 눈이 멀 이 땅의 정치인들이 보고 자신의 가슴에 손을 대고 자신을 성찰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이병헌의 1인 2역의 연기력과 류승룡, 한효주, 장광, 김명곤(전 문화부 장관) 등의 명품 연기력도 영화를 빛나게 했다.  

 

그러나 영화를 본 후 두 가지를 지적하고 싶다.

 

하나는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면 안된다는 점이다.  아무리 영화가 픽션이고 흥미를 추구하지만 광해라는 실존인물을 다룬다면 내용은 역사적 사실과 부합해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실존인물이 아닌 가상 인물을 다뤄야 한다.

 

창작이라는 이름으로 역사를 왜곡해서는 역사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아무리 영화는 영화라지만 역사 왜곡은 용납할 수 없다. 도승지 허균도 조선왕조실록에는 승지 임명기록은 있지만 도승지 기록은 없다고 한다.

 

 

두번 째는 이 영화가 현대판 ‘왕자와 거지’라는 점이다. 

 

얼마전 우연히 케이블채널에서 본 영화 '데이브(사진)'와도 거의 같았다. 데이브도 대통령이 혼수상태에 빠지자 그를 빼닯은 데이브가 비서실장 요청으로 대통령 역할을 한다는 줄거리였다. 

 

의도하지 않았다해도 표절이란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그렇다 해도 이 영화는 재미있다. 

가슴 속이 후련해진다.  다음에는 가족과 같이 액션물인 '테이콘2'를 보러갈 생각이다. 

 

영화 보는 일 못지 않게 함께 걷고 이야기하고 표를 사는 그 과정 하나 하나가 우리 가족의 소중한 추억이다. 추억을 만든 추석이었다.     

 

하늘에 뜬 보름달이 빙긋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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