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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덕의 정보통신부<293>감사원 PCS 의혹 못찾아

[특별기획] 대통령과 정보통신부

by 문성 2013. 12. 17.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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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휴대통신(PCS)사업자 선정 등 기간통신사업자에 대한 특감결과를 발표하겠습니다.

특감결과 이석채 전 정보통신부 장관(청와대 경제수석 역임. 현 KT 회장)이 해당업체와 유착해 직권을 남용하고 부당 개입한 의혹이 있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습니다.“

 

1998년 4월7일.

감사원은 이날 그해 2월16일부터 3월10일까지 실시한 PCS사업자 선정특혜 의혹에 대한 정통부 특감 결과를 발표했다.

 

종결된 것으로 여겼던 PCS특혜의혹이 감사원의 손을 떠나 검찰로 넘어가는 순간이었다.

 

감사원 박준 제1국장(감사원 사무차장 역임)은 “ PCS 특별감사 결과 이 전 장관이 LG텔레콤과 한솔PCS가 선정되도록 선정기준을 임의로 바꾸고 심사위원에게 압력을 행사했다”며 “감사원은 이들 업체와의 유착 의혹과 정치적 외압 여부를 규명하기 위해 검찰에 이 전 장관에 대한 수사를 의뢰하기로 결정했다” 고 발표했다.

 

PCS사업자 선정은 문민정부 최대 이권사업으로 불렸다. 삼성과 LG, 현대, 대우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은 합종연횡(合從連衡)으로 PCS사업권 획득에 참여해 ‘재벌들의 전쟁’이나 다름없었다.

 

감사원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강력한 의혹제기에 따라 그해 2월부터 감사1국 오정희 과장(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감사원 사무총장 역임)을 반장으로 8명의 감사팀을 정통부에 파견했다. 이들은 정통부에서 20일 간 기간통신사업자 선정 전반에 관해 특감을 실시했다.

 

감사원의 특감대상은 PCS사업의 경우 △사업자수, 사업자 선정방식, 청문평가방식 변경 사유 △심사위원 선정 및 평가관리의 적정성 △심사·선정과정에 외부인의 부당 개입 여부 등이었다. CT-2와 기간통신사업자는 과당경쟁, 중복투자 등에 대한 관리감독의 적정성 여부를 집중 파고 들었다.

 

감사팀은 사업자 선정에 관여한 정통부 공무원과 심사위원을 상대로 △사업자 선정이 추첨제에서 점수제로 바뀐 경위 △청문회 배점방식을 평균점수방식에서 전무배점방식으로 바꾼 이유 △통신장비 제조업군과 비제조업군에서 각각 사업자를 선정하는 제한 경쟁방식 도입 경위 △서류심사 후 청문심사 도입과 청문심사에서 LG텔레콤과 에버넷(삼성-현대 컨소시엄)의 순위가 뒤바뀐 경위를 추궁했다.

 

감사원은 3월 14일 오후 감사원 서면질의에 대한 이 전장관의 서면답변 내용을 공개했다. 이 전장관은 당시 미 하와이 동서문화세터 연구원으로 가 있었다.

 

감사원이 공개한 주요 질의 및 답변 내용은 다음과 같다.

-사업자 선정방법이 당초 추점제에서 실무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점수제로 변경된 사유는 무엇인가.

◇추첨제에 문제점이 많아서 그랬다. 실무자들의 추첨제 유지 건의는 없었다.(감사원은 조사 결과, 실무진들이 추첨제에서 점수제로 바뀌는데 반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 통신장비 제조업체군과 비장비 제조업체군을 나눠 각각 선정업체를 정하는 제한경쟁방식을 도입한 이유는 무엇인가.

◇경제력 집중을 막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4대 재벌끼리 경쟁하도록 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고 판단했다. (감사원은 장비제조업체군에서는 LG텔레콤과 삼성-현대의 컨소시엄인 에버넷의 경합한 끝에 LG텔레콤이, 비장비제조업체군에서는 한솔PCS가 각각 선정됐다고 밝혔다)

- 사업자 신청 마감후 왜 청문심사 방식을 도입했는가. LG텔레콤과 에버넷의 서류심사 결과가 청문심사에서는 바뀌었는데 이유는.

◇청문회 제도는 실무자들이 작성한 허가심사 기본계획에 포함돼 있어 그대로 한 것이지 내가 한 것은 아니다.

- 청문심사위원 선정을 왜 관계직원의 자료에 의하지 않고 직접 선정했는가.

◇정보 누설 최소화를 위해 직접 선정했다.

- LG텔레콤과 한솔PCS 선정은 사전 내락설이 있다. 외부 인사의 압력에 의해서 한 것은 아닌가.

◇김기섭 전안기부차장이 전화로 “밖에 의혹이 있어 입장이 곤란하다. 심사위원에 경실련 등 민간단체 인사를 꼭 포함시켜 달라”는 부탁을 한 적은 있다. 그러나 정치적 압력은 없었고 사업자 선정도 독자적인 소신에 의해서 했다.

 

이 전 장관의 서면 답변은 평소 경제력 집중에 대한 그의 소신을 그대로 밝힌 것이었다.

당시 정부의 사업자 선정 기본방침은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 완화 △ 제조업과 관련 기기산업 발전 △ 중소기업 육성 등 세 가지였다.

 

감사원의 PCS특혜 의혹 특감 결과는 이렇다 할 만한 성과가 없었다. 당시는 김영삼 정부가 물러나고 김대중 정부가 들어선 상태였다. 감사원이 전 정권 눈치를 볼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도 감사원은 PCS 특혜의혹을 입증할만한 구체적인 사실을 확인하지 못했다. 대통령직 인수위측이 PCS 사업에 정경유착의 엄청난 권력형 비리가 있을 것이라고 의혹을 주장한 것과는 사실이 달랐다.

 

감사원은 특감 후 정통부 장관에게 지적 사항은 재발을 방지하고 업무관련자는 주의 촉구(주의)조치를 취하라고 통보했다. 정통부는 감사원 통보로 PCS특혜의혹은 일단락된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세상일은 굴곡(屈曲)의 연속이었다. 허공의 바람처럼 미래는 예측불가였다.상황이 급변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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