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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덕의 정보통신부<291>배순훈 장관의 특별교육은 '왜'

[특별기획] 대통령과 정보통신부

by 문성 2013. 11. 14.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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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5월 어느 날.

 

정부 공공부문 구조개혁을 책임진 진념 기획예산위원장이 배순훈 정보통신부 장관과 만났다.

 

“전국 우체국 인력 15%가량을 감축해야 하겠습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민간은 지금 구조 조정이 한창 입니다. 정부도 구조 조정을 해야 합니다.”

 

“인위적으로 인력을 줄일 게 아니라 일을 지금보다 30% 더 하면 되는 것 아닙니까.”

 

“ 지금보다 어떻게 30% 일을 더 하겠습니까.”

 

배 장관의 대답을 간단명료했다.

 

“우체국에서 우표를 더 팔아서라도 수익을 내겠습니다. 사업을 확대하면 됩니다.”

“가능합니까.”“할 수 있습니다. 더욱이 전국체신노동조합(현 전국우정노동조합)이 있는데 일방적으로 인력을 15%나 줄일 수 있습니까.”

 

진념 기획예산위원장은 정통 경제 관료로 동력자원부 장관을 거쳐 김영삼 정부 노동부 장관으로 2년 3개월간 재직하면서 노동법 합의처리와 노사 상생의 신노사문화 운동을 전개했다. 이어 1997년 11월 부도유예 협약 대상인 기아그룹 회장으로 취임해 무보수로 기아 살리기에 헌신했다. 그는 노조와 자주 소줏집에서 만나 격의 없이 대화를 하면서 기아정상화에 지혜를 모았다.

 

김대중 정부가 출범하자 그는 초대 기획예산위원장 제안을 받았다. 그는 김 대통령의 제안을 거절했다.

 

진 위원장의 회고록 증언.

“기아자동차 회장인 나는 그런 김 대통령의 제안을 정중히 거절했다. 기아자동차를 살리는 것이 1차 임무이기도 했지만 나는 김 대통령 당선에 기여한 바가 없었다. 김 대통령 당선에 공이 있는 사람을 기용하는 게 타당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김 대통령의 요청을 거절할 수 없어 1998년 3월 기획예산위원장직을 수락했다.

진 위원장과 대우전자 회장 출신인 배 장관은 노조 생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외환위기를 맞아 사회 분위기가 뒤숭숭한데 우체국 인력감축에 반발해 전국체신노조가 파업이라도 할 경우 폭발력은 누구도 예측할 수 없었다.

 

배 장관과 진 위원장은 논의 끝에 “전국 우체국 인력을 줄이지 않고 일을 더해 수익을 더 내자”는데 합의했다.

 

배 장관은 이 합의에 따라 우편서비스 개선과 우정사업의 경영혁신을 위한 ‘오픈2001운동’선포식을 갖고 우정사업 다각화를 적극 추진했다.

 

그해 12월 우정국은 115년만의 첫 흑자를 냈다.(이 운동은 추후 소상하게 소개한다). 정통부는 구조조정이란 위기를 수익 극대화란 기회로 반전시켰다.

 

배 장관은 이 때 정통부 공무원들의 탁월한 업무 능력에 놀랐다고 했다.

 

배 장관의 증언.

 

“정통부에 와 보니 우수한 인력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처우는 민간 기업에 비해 월등히 낮았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애국하는 길을 여러 갈래가 있다. 공직자로서 국가에 헌신하는 것이나 민간 기업에서 부를 창출하는 것이나 같다’면서 ‘여러분 중에서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것도 애국하는 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배 장관은 4월 7일과 8일 이례적으로 정통부 본부직원 600여명을 대상으로 특별교육을 실시했다. 이에 앞서 3월에 그는 산하기관 직원들을 대상으로 특별강의를 했다.

 

배 장관은 특별 교육에서 정통부가 지식정보화를 선도하는 부처인 만큼 이에 걸맞은 정책 마인드를 갖자고 당부했다. 그는 국민 만족 정책 추진과 공직자의 능력향상으로 자기분야 세계 일등이 되자고 강조했다.

 

배 장관은 정책 추진과 관련해 공무원에게 당부한 말은 ‘왜’였다고 한다. 어떤 일을 할 때 최소한 세 번 이상‘왜’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 보라는 것이었다.

 

배 장관의 회고.

“똑 같은 사람이 똑같은 일을 하더라도 내가 왜 이 일을 하는지를 한 번쯤 생각해 보는 것과 윗사람이 시키니까 무조건 한다는 것과는 그 결과가 다릅니다. 어떤 일을 할 때 ‘내가 왜 이 일을 하지? 이걸 어떻게 하면 뭐가 좋아지지? 그런데도 왜 지금까지 이 이을 아무도 하지 않았지?’라고 세 번 이상 ‘왜’를 자문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그런 식으로 일을 하면 결과가 하늘과 땅만큼이나 차이가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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