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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날 /릴케

문화. 관광.게임

by 문성 2018. 11. 17.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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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날 / 릴케

 

주여, 때가 왔습니다.

지난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당신의 그림자를 해시계 위에 얹으시고

들녘엔 바람을 풀어 놓아 주소서.

 

마지막 과일들이 무르익도록 명()하소서

이틀만 더 남국(南國)의 날을 베푸시어

 

과일들의 완성을 재촉하시고, 독한 포도주에는

마지막 단맛이 스미게 하소서.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혼자인 사람은 그렇게 오래 남아

깨어서 책을 읽고, 긴 편지를 쓸 것이며

 

낙엽이 흩날리는 날에는 가로수들 사이로

이리저리 불안스레 헤매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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