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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매화 가지치기

전원일기

by 문성 2021. 3. 8.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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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다. 밟히는 텃밭 흙이 보슬보슬하다. 양 볼을 스치는 바람도 부드럽고 친근하다. 성난 맹수처럼 사납고 차갑던 겨울 바람과는 천지 차이다

매화 가지치기를 할까, 말까

내심 망설이다가 전지용 가지와 톱을 가지고 텃밭으로 올라갔다. 어떤 일이건 생각날 때 처리해야 한다. 미적거리다보면 미루기 십상이다. 제 때 일을 하기 어렵다.

올해 매화 가지 치기는 지난해 보다 일주일 이상 빠르다. 매화는 봄의 전령이다. 매화가 피면 봄 꽃들의 잔치가 사과 들에서 벌어진다. 이미 남녁 통도사와 현충사,화엄사에는 홍매화가 자태를 뽐내고 있다.

경험은 산교육이다. 가지치기는 올해로 세 번 째다. 서울근교로 이사온 후 지난해까지는 인터넷에 올라온 글과 유트브를 보며 가지치기하는 법을 자습했다.

올해는  가지치기가 한결 수월했다. 비록 1년에 한 번 하는 일이지만 지난해처럼 가위를 들고 고민하지 않았다. 겹친 가지나 위로 올라간 가지, 아래로 향한 가지는 과감하게 잘랐다. 경험만큼 좋은 교육은 없다는 걸 절감한다. 어떤 일이건 안하면 결과가 없다. 일단 망설이지 말고 시작해야 한다.

가지치기를 하고 나니 매화 나무가 마치 이발을 끝난 듯 단정한 모습이다. 노동의 댓가는 소중하다.

자른 가지 중 꽃망울이 맺힌 매화는 버리지 않고 집으로 가지고 왔다. 빈 병에 물을 채워 담가 놓았다. 하루가 지나자 하얀 매화가 피는 고래를 쏘옥 내밀었다. 봄 향기가 집안에 물씬 풍기는 듯하다. 매화 잎에 살며시 코를 갖다대니 달콤한 향기가 코를 자극한다.

누가 뭐래도, 떠나는 겨울이 아무리 봄을 시샘해도 봄은 텃밭에 와 있다. 새 봄을 맞아 희망을 갖자. 가슴을 쭉 펴자. 좋은 일도, 나쁜 일도 모든 건 다 지나가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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