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6월 3일.
이날 오후 2시부터는 비제조업체군에 대한 청문심사가 시작했다.
한솔PCS의 정용문대표(삼성전자 정보통신부문 대표. 한솔PCS사장 역임) 박재하 글로텔대표(청와대 국방비서관.모토로라코리아 사장 부회장 역임. 현 고문.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성기중 그린텔 대표(한국소프트텔니스사장. 부회장 역임) 등이 1시를 조금 지나 차례로 도착해 청문심사장으로 들어갔다. 정대표는 민경수 한솔정보통신사업단 이사를, 박대표는 오효원 효성텔레콤부사장을, 성대표는 최종호 한국정보통신이사(그린델이사)를 보조자로 대동했다.
박재하 글로텔대표의 기억.
“청문심사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어요. 20여 분만에 끝났어요. 프리젠테이션(PT)까지 준비를 해 갔는데 별 질문을 하지 않아 아쉽더군요. 내색은 못했지만 예감이 좋지 않았습니다.”
성기중 그린델 대표의 증언.
“오래 전 일이라 정확하지는 않아요. 30여분 걸렸어요. 주로 기술력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았어요. ”
공정거래위는 청문심사위원들에게는 도덕성 평가와 관련해 각 기업의 위반자료를 제공했다. A4용지 기준으로 삼성이 4장이었고 현대는 2장, LG는 1장이었다고 한다.
뒷날 PCS사업선정과 관련해 의혹이 제기된 이른바 「전무(全無)배점 방식」이 등장한 것은 청문심사 첫날인 6월3일 아침이었다.
심사위원들은 3일 아침 광화문우체국 직원식당에서 열리는 장관과의 조찬간담회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이 장관은 “ 한국의 정보통신산업 미래에 중요한 영향을 끼칠 수도 있는 사안이니만큼 공정한 심사를 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이어 “서류심사 결과 점수차이가 미미해 변별력에 문제가 있다. 비등한 점수차로 당락이 갈려 시비가 일지 않도록 「전무(All or Nothing)」방식을 채택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 말했다.
전무배점 방식이란 평가항목마다 해당 신청업체의 득점을 「0점 아니면 백점」식으로 평가하는 것이다. 각 항목의 가중치를 곱한 뒤 이를 합산하는 방식이다.
심사위원인 A씨의 증언.
“사전에 전혀 그런 내용을 몰랐어요. 그자리에서 처음 이 장관한테 그런 말을 들었습니다. 다소 당황하기 했지만 심사위원들이 이의제기는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 장관은 이전부터 나름대로 이 방식을 숙고했다.
정통부 고위관계자 B씨의 증언.
“어느 날 이 장관이 느닷없이 사무실로 내려왔어요. 그리고는 ‘신규통신 사업자를 재벌 1,2위에게 주는 게 경제력 집중이나 중소기업육성 차원에서 타당한지 의견을 듣고 싶다’고 말했어요. 그래서 내 의견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지요. 그 후 전무배점방식이란 것을 이장관이 말했더군요.”
이 방식은 훗날 사업자 선정이후 특정업체를 봐주기 위한 이른바 특혜의혹 시비의 도화선이 됐다. 김대중 정부가 들어서면서 PCS사업선정과정은 정권차원의 비리로 등장해 정통부를 발칵 뒤흔들어 놓았다. 에버넷과 LG간의 팽팽한 접전에서 LG가 미미한 열세를 뒤엎고 역전승을 거둔 것이 전무배점방식을 적용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 LG는 이 평가방식에 따라 각 항목에서 모두 만점을 받은 반면, 에버넷은 각 항목에서 모두 0점을 받아 역전패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무렵, 정통부의 그 누구도 나중에 전무배점방식이 화근의 씨앗이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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