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불면 나무가 흔들리는 법이다.
정보통신부가 신규통신사업자 선정결과를 발표한 다음날인 1996년 6월11일.
신규통신사업자 선정결과에 야3당이 일제히 정경유착의 의혹(疑惑)을 제기하고 나섰다.
야3당을 중심으로 이른바 ‘정치권발(發)’ 신규통신사업자 선정 의혹설이 고개를 들기 시작한 것이다.
야 3당은 “선정과정에 의혹이 있다”며 이를 밝히라고 요구했다.
야 3당은 ▲ 사업자 심사 점수를 공개하지 않은 점 ▲ 이석채 장관 취임 후 추점제를 채점방식으로 바꾼 점 ▲ 정부가 경제력 집중을 완화한다면서 중소기업컨소시엄을 탈락시킨 점▲ 정부가 심사항목에 도덕성을 포함시켰으면서도 뇌물사건과 관련이 있는 한솔PCS가 사업권을 획득한 점 등의 의혹을 제기했다.
국민회의와 자민련 민주당 등 야3당이 11일 PCS사업자 선정 결과에 대해 일제히 발표한 논평을 들어보자.
국민회의 정동영대변인(15.16대 국회의원. 통일부 장관. 열린우리당의장 역임. 현 18대 국회의원. 민주당 최고위원)은 논평에서 "사전내정설이 나돌던 특정업체를 그대로 선정한 것은 정부가 이미 결정해 놓고 나머지 업체를 들러리로 세웠다는 의혹을 짙게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 대변인은 "PCS사업자 선정의혹은 노태우정권 때의 이동통신업체 선정파동과 궤를 같이 하는 김영삼 정권 최대 의혹사건으로 현정권이 끝난 이후에 반드시 의혹이 규명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말이 씨가 된다고 했던가. 이 말은 정권교체이후 악몽같은 현실이 되고 말았다.
자민련 김창영 부대변인(국무총리 공보실장 역임)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나 다름없는 통신의 신규사업자를 국회가 열리지 않는 틈을 타 비공개 심사를 통해 부랴부랴 선정한 것은 정경유착의 의혹이 짙다"고 비난했다.
민주당 김홍신 대변인(15.16대 국회의원역임. 현 건국대학교언론홍보대학원 초빙교수)은 "심사가 졸속하고 특정 재벌 봐주기로 사업자가 결정되었다는 의혹이 있다"며 "정부는 사업자 선정과정과 절차를 즉각 공개하여 국민적 의혹에 대해 해명하라"고 주장했다.
탈락업체 중에는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가 정부에 대해 가장 강경한 입장을 취했다.
중앙회는 11일 긴급 이사회를 열고 한솔 등 PCS 장비비제조군 3개 컨소시엄이 제출한 사업계획서 일체와 사업권심사기준, 가중치 관련 서류 등 정통부의 사업권 심사와 관련된 서류 일체에 대해 증거보전가처분신청을 내기로 했다.
중앙회는 중소기업 정책기조에 역행하고 중소기업 전체를 모독하는 발언을 한 이석채장관의 사임을 강력히 요구했다.
중앙회는 “정통부가 중기컨소시엄을 와해시키기 위해 한국통신 자회사와 PCS사업자로 선정된 기업의 주식소유비율을 변경해 탈락한 중소기업을 참여시키겠다고 밝히고 있으나 이를 단호히 거부하고 모든 행정적, 법적 대응조치를 취하겠다”고 결의했다.
중앙회는 “심사과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해 심사기준과 가중치 심사에 대한 상세한 결과는 물론 가중치를 언제 결정했으며 그후 수정사항이 있었는지 여부를 정통부가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회의는 12일에도 논평을 발표했다. 정동영 대변인은 “정부는 이석채 정통부장관을 국민앞에 사과시키고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문과 방송 등은 정통부의 신규통신사업자 선정발표 결과를 크게 보도했다.
신문들의 경우 11일 검은 글씨 컷으로 ‘PCS사업자 LG, 한솔선정’ ‘PCS사업자 선정, LG텔레콤, 한솔PCS' 등의 제목을 달았다. 신문들은 별도 지면에 그간의 과정과 앞으로 통신시장의 변화 등을 소상하게 보도했다. 이날 신문들은 온통 신규통신사업자 기사로 도배를 하다시피 했다.
정통부 공보관실은 신문과 방송의 논조를 예의주시했다. 여론의 반응은 통신대전의 대미(大尾)라고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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