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여름휴가가 시작된 1996년 7월 22일 월요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은 15대 국회 첫 상임위원회 개회를 앞두고 각 부처에서 나온 공무원들로 붐볐다.
이날 오후 2시, 국회 통신과학기술위원회 회의실.
이석채 정보통신부장관(현 KT회장)과 이계철 차관(한국통신 사장역임), 박성득 기획관리실장(정통부차관 역임,현 한국해킹보안협회장) 정홍식 정보통신정책실장(정통부차관. 데이콤부회장 역임), 안병엽 정보화기획실장(정통부장관. 17대 국회의원 역임. 현 피닉스자산운용 회장) 등 정통부 국장급 간부와 산하기관장들이 회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었다. 모두 긴장한 표정들이었다.
15대 통신과학기술위원회 구성은 과거와 달랐다.
우선 여.야 동수로 위원회를 구성했고 위원장은 야당인 자민련의 강창희 위원장(과기학기술부장관.자민련 사무총장. 원내총무. 한나라당 최고위원을 역임)이 맡았다. 그는 육사를 졸업한 후 중령으로 예편해 국무총리 비서실장을 거친 당시 4선 의원이었다.
위원회에는 과학기술처장관과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위원장을 지낸 이상의 의원(한나라당 정책위위장. 국화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장. 대한변리사회장 역임. 현 국립과천과학관장)과 경북대 전자공학과 교수 출신인 정호선의원(현 세계학생UN본부장), 체신고 출신인 조영장 의원(국무총리 비서실장 역임. 현 밀레니엄인천회장), 정보통신 전문가로 불린 김형오 의원(국회의장 역임. 현 18대의원) 등 전문가들이 포진해 있었다.
이날 상임위는 예상대로 사업자 선정 특혜의혹 문제가 초점이 됐다.
상임위 시작 전부터 야당 측 의원들은 신규통신사업자 선정과정의 의혹을 제기하며 심사내역을 공개하라고 정통부를 거칠게 몰아세웠다. 이에 대해 정통부는 심사 내영을 공개하면 기업의 영업비밀을 보호할 수 없다는 이유로 야당측 요구를 거부했다.
이석채 장관의 회고.
“신청업체의 영업이나 기술력, 재무상태, 기업의 도덕성 등을 비교평가해 점수를 산출했습니다. 그런 내용을 공개하면 기업비밀보호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만약 심사평가의 공정성 및 투명성을 입증하기 위해 필요할 경우 나중에 공개토록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야당의원들은 정통부의 이런 제안에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자칫 파행조짐도 보였다.
강창희 위원장이 중재에 나서 정통부 업무보고에 이어 별도로 신규통신 사업자 신청결과를 보고 받는 것으로 각 당(黨) 간사들과 합의를 이끌어냈다. 정통부는 이날 거부하던 허가신청 법인별 평가내역을 공개했다.
오후 2시 21분.
강창희 위원장이 개회선언을 하면서 상임위원회 회의는 시작됐다.
△강위원장=의사일정을 합의한 3당 간사(신한국당 유용태, 새정치국민회의 장영달, 자유민주연합 조영장)합의에 따라 정통부 업무현황보고와 별도로 신규기간통신사업자 선정에 관한 보고를 받기로 하겠다. 먼저 이석채 장관의 인사말이 있겠다“
이석채 장관이 앞에 나가 인사말을 하고 이어 간부 및 산하기관장을 차례로 소개한 뒤 박성득 기획관리실장이 정통부 업무현황을 보고했다.
그러나 야당의원들은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사업자 선정과정이 석연치 않다” “심사평가의 공정성, 투명성을 입증하기 위해 모든 점수 관련 자료를 낱낱이 공개해야 한다”며 선정의혹에 공세를 집중했다.
△장영달 의원(사진행발언 신청)=상임위를 앞두고 신규기간통신사업자 선정에 관한 자료를 요구했다. 국민의 궁금증과 의혹, 불필요한 오해를 해소하기 위해서다. 아직 자료를 주지 않았다.
△남궁진의원=시청조치가 있어야 한다.
△정호선의원= 자료를 제출할 때 디스켓이나 CD롬으로 제출해 달라. 키워드만 치면 자료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이장관=경위야 어떻게 됐건 자료를 제출하지 못해 죄송하다. 사업자 선정자료는 심사평가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입증하기 위해 공개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자료를 공개하면 기업의 영업비밀보호 사항을 비롯해 민감한 다 드러난다. 불필요한 오해를 초래할 수 있다.
△김형오 의원=체신부도 정보통신부로 확대개편했다. 통신과학기술위원회 명칭을 정보과학위원회를 바꿔야 한다.
△김영환 의원=명칭 변경에 동의한다. 그러나 PCS사업자 선정 의혹은 명확히 가려내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 그게 국민의 신뢰를 높이는 일이다. 자료제출이 부실하다.
△강 위원장=자료제출건 문제는 간사협의에 맡겨 결말을 짓기로 하자. 먼저 정통부 업무보고부터 듣자
강 위원장의 중재로 박성득 기획관리실장이 정통부 업무현황을 보고했다.
업무 보고 중간에 13명의 위원이 정통부 업무와 관련해 질의를 했다. 조영장 의원은 정보통신전문대학원설립과 멀티미디어단지, 도청, 집배원 처우 등을 물었고 유용태 의원은 정보화기획실에 관해 질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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