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화기획실 설치는 미래 부서로 출범한 정보통신부에 날개를 달아준 것이나 다름 없었다.
1996년 6월18일.
각 부처는 이날 오전에 열린 국무회의 안건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정부는 권오기 부총리(현 성곡언론문화재단이사)주재로 서울정부종합청사 19층 회의실에서 국무회의를 열어 35개 부처 직제개정안을 심의,의결했다. 공무원 인사적체를 해소하기 위해 직책은 유지하되 직급을 높이는 복수직급제도 이날 도입키로 의결했다.
그러나 가장 눈길을 끈 안건은 정보통신부 조직확대 및 개편안이었다.
개편안의 골자는 국가 정보화추진과 초고속정보통신 기반구축을 전담할 조직으로 정통부에 1급이 담당하는 정보화기획실을 신설한다는 것이었다. 35개 부처 중 1급자리가 신설된 부처는 정통부가 유일했다.
정통부에게는 큰 경사(慶事)였다.
흔히 전쟁보다 더 어려운 일이 부처 내 조직 신설이라고 한다. 1급 보직의 조직신설은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나 지원없이는 실현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정보화기획실을 신설함에 따라 정통부는 국가정보화 주도 부서로 새로운 면모를 갖추게 됐고 부처 위상도 수직상승했다.
어느 부처건 조직축소는 인력 감축의 아픔과 부처 파워의 쇠퇴를 수반하지만 조직확대는 그반대다. 정통부는 후자에 속했다.
이석채 정통부 장관(현 KT회장)의 회고.
“1급 조직신설은 정말 힘든 일이었습니다. 많은 분이 도와주셨지만 총무처 윤웅규 차관(작고)의 도움이 컷습니다. 결코 쉽지 않았지만 정보화기획실 신설은 시대의 필연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한국이 정보화강국으로 도약하려면 국가 정보화 정책과 통신산업정책을 별개 조직에서 추진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직제개편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정통부 실무진들이 고생을 많이 했어요.”
정보화기획실은 정통부 정홍식 정보통신정책실장(정통부 차관. 데이콤부회장 역임)이 겸직하던 초고속정보통신기획단을 별도 조직으로 만든 것이다.
정보화기획실 구상이 언론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1996년 3월20일.
이석채 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기존의 초고속정보통신기획단을 확대개편, 정보화기획단을 정보통신부내에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이 장관은 “정보화 정책과 통신산업정책은 별도로 추진해야 한다”며 “정보화 촉진을 위해1급이 담당하는 정보화기획단(실)을 정통부의 정식부서로 설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통부는 이후 3월30일 초고속정보통신기획단의 본부조직 확대개편과 정보통신관련 정책기능을 보강하는 것을 골자로 한 정통부와 그 소속기관직제중 개정령(안)을 만들어 총무처로 넘겼다.
직제개정의 실무작업을 총괄한 정통부 박성득 기획관리실장(정통부차관 역임. 현 한국해킹보안협회장)의 회고.
“개정안은 1급 정보화기획실장 아래 2급인 3명의 심의관과 4급인 14개과를 둔다는 것이었습니다. 정보화기획실의 기능은 정보화촉진기본계획의 종합 조정, 초고속정보통신 기반 구축사업 추진 및 정보화추진위원회의 사무국 기능을 수행키로 했어요. 또 정통부내 정보통신정책실과 정보통신협력국, 전파방송관리국의 업무를 일부 조정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총무처가 이런 정통부 안을 쉽게 수용할 리 없었다.
개정안을 놓고 두 부처는 이날부터 팽팽한 삿바싸움을 시작했다. 정통부 기획관리실은 날마다 야근을 했다. 휴일도 없었다. 입에 단내가 날 정도로 고된 강행군의 연속이었다.
총무처 최임규 조직국장(국민고충처리위원회 사무처장 역임. 현 백석대학교 교수)의 말.
“당시 정통부의 직제개정안은 대폭이었습니다. 1급 실장에다 국장, 과장급 등 마치 청(廳)이나 처(處)의 규모와 맞먹을 조직이었어요. 조직이란 한번 신설하면 인력과 예산을 투입해야 합니다. 더욱이 한번 만든 조직은 쉽게 없앨 수가 없습니다. 총무처는 그런 점을 고려안할 수가 없었습니다.”
총무처 실무자인 이형구 조직1과장(총무처 의정관리국장. 강원도 행정부지사 역임)은 정통부의 직제개정요구안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그 근거로 정보화기획실 신설은 총리실과 재경원, 총무처, 과기처, 교육부 등 관련부처와 기능 등에 관해 사전협의가 필요하며 더욱이 1급이 담당하는 조직 설치는 작은 정부 구현방침에 배치된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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