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이현덕의 정보통신부<177>

[특별기획] 대통령과 정보통신부

by 문성 2012. 3. 12. 20:51

본문



박성득 정보통신부 차관.

박정희 대통령시절 그는 청와대 통신망구축에 핵심 역할을 했다. 박 대통령의 지방순시에도 경호실팀과 같이 동행했다. 정부안에서 그의 통신기술에 대한 형안(炯眼)을 뛰어넘을 사람은 없었다.


그는 업무에 관해 치밀했고 담대했다. 그가 체신부 통신정책국장시절 초대 한미통신회담 수석대표로 미국과 국익을 놓고 다퉜던 일은 지금도 널리 회자되는 유명한 일화다. 한미통신회담에서 정부 훈령을 어기고 미국측에 회담결렬을 선언한 것은 사상초유의 일이었다.


당시 한미관계는 미국측의 말이 회담이지 미국측의 요구를 수용하는 일방통행식이었다.

미국측은 슈퍼 301조를 앞세워 통신시장개방과 관세철폐, 투자제한 철폐 등을 요구했다. 이때 그는 미국측에 대해 “이런 식이면 협상을 더 이상 할수 없다”며 회담결렬을 선언하고 귀국했다. 그는 국가를 위해 회담결렬이 최선의 선택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사직서를 써 품안에 넣고 장관실로 올라갔다.


하지만 통이 큰 최영철 당시 체신부장관( 국회부의장. 통일부총리 역임. 현 서경대학교총장)은 오히려 그에게 “수고 했다”며 한마디 질책도 하지 않았다. 그는 박 국장의 국익가치와 협상원칙에 공감했던 것이다.


최영철 전 장관은 당시를 이렇게 회고했다

“우리가 사전 대비도 없이 통신시장을 개방할 수는 없었어요. 회담이란 주고 받는 것인데 우리가 협상을 깨야 미국측도 긴장하는 법입니다. 오히려 잘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최 장관은 박 단장에게 통신회담 한국측 수석대표를 그에게 맡겨 미국과 통신시장 개방협상에서 유리한 조건을 만들도록 지원했다.


박 차관은 체신부 정보통신정책실장시절, 초고속정보통신망구축계획 입안을 총괄했다. 이어 제2이동통신심사평가단장을 맡아 원칙대로 신규사업자를 선정했다. 그러나 이 일은 신규사업자로 선정된 대한델레콤이 노태우 대통령의 사돈기업인 선경그룹이 대주주라는 점 때문에 특혜시비에 휘말리면서 정치쟁점화 했다. 우여곡절 끝에 선경그룹이 사업권을 자진 반납하면서 사태는 일단락됐다. 형식은 선경의 자신반납이었지만 실제는 청와대의 압력이었다.


노태우 전대통령은 2011년 8월에 출간한 ‘노태우 회고록’에서 “사업자 선정과 관련해 청와대나 내가 개입한 일은 절대 없었다.”고 밝혔다. 노 전대통령은“ 나는 ‘송언종 체신부장관에게 만에 하나 청문회가 열리게 되더라도 한 점 의혹이 없도록 엄정하게 추진하라’고 당부했다”며 개입사실을 강력히 부인했다.


노 전대통령의 회고록 증언.

“송언종 장관은 거짓말을 하거나 남의 눈치를 살필 사람이 아니다. 언제나 소신껏 자신의 생각을 성실하게 말하는 사람이다. 그럼에도 나와 선경의 특수한 관계 때문에 정치적인 문제로 비화해 결국에는 선경이 사업권을 반납하는 사태에 이르게 되었다. 다음 정권(YS)에 가서 결국 선경이 이동통신을 인수한 것을 보면 다른 업체들보다 실력이 월등한 것은 분명하다고 할 수 있지 않은가. 그런데도 지금까지 제2이동통신선정과 관련해 이런 저런 말들이 나오는 것을 보면 이해가 되질 않는다. 재임시절 사업자 선정을 미루자는 의견이 일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최각규 부총리(강원도지사 역임)를 중심으로 경제관계 장관들이 회의를 한 일이 있었다. 나중에 보고를 받아보니 사업자 선정을 미루자는 의견이 제기됐다. 이원조 민자당의원(작고)도 ‘지금 사업자를 선정하면 안된다’고 했다는 것이다. 나는 보고를 받고 ‘그게 무슨 소리냐. 경제문제를 다루면서 왜 정치논리를 개입시키느냐. 사업자가 누가 될지는 심사해 봐야 아는 일이다. 국가적으로 꼭 필요한 사업이니 소신을 갖고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다만 오해의 소지가 있으므로 송장관에게 모든 것을 일임하고 청와대는 일절 관여하지 말라는 원칙을 정해 주었다.” 이 사건은 정책이 정치에 휘말린 대표적인 사례였다.


박 차관은 정통부 기획관리실장시절, 폭넓은 대인관계를 바탕으로 정보화기획실 설치에 결정적 인 역할을 했다. 그는 총무처 조직국장실에서 살다시피하면서 기획실 설치를 성사시킨 뚝심의 소유자였다.


새해를 맞은 1997년 1월3일 정보통신부 22층 대회의실.

강봉균 장관은 신년사를 통해 “올해 정보통신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국가사회 전반의 정보화를 촉진시켜 나가고 정보통신산업을 미래산업으로 국가전력적 차원에서 적극 육성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정보통신부는 그해 1월20일 97년에 추진할 주요 업무계획을 발표했다.

정통부가 발표한 내용은 크게 △경쟁력강화를 위한 정보화추진△ 초고속정보통신망 구축촉진 △정보통신산업 전략적 육성△ 통신사업경쟁 확대 및 공정경쟁체제 구축△ 방송 및 위성사업의 활성화△ 전파이용환경 선진화△우정사업 경영개선과 서비스 질 향상 △ 국제협력 활동 강화 등이었다.


모든 성공은 계획과 철저한 준비의 결과였다. 정보통신강국이라는 대원(大願)을 세운 정통부의 새해는 희망에 넘쳐 있었다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