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대통령은 언제 이런 정보화추진확대보고회의 설치를 구상했는가.
김 대통령은 1996년 2월 24일부터 29일까지 인도와 싱가포르를 국빈 방문, 정상회담을 했다. 이어 3월1일부터 이틀간 태국 방콕에서 열린 제1차 아시아. 유럽 정상회의(ASSEM)에 참석했다.
김 대통령은 27일 싱가포르에 도착, 옹텡청 싱가포르 대통령과 고촉동 총리, 리관유 전 총리와 만나 양국 간 통신과 전자, 정보통신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키로 했다.
김 대통령은 28일 오전 싱가포르 해운항만청과 컨데이너 터미널을 시찰했다.
당시 싱가포르 컨데이너 터미널은 연간 10만척이 드나들어 선박 수에서 세계 1위였다. 컨테이너 물량은 세계 2위를 차지했다. 모든 물류과정을 첨단 컴퓨터로 처리해 업무 효율성이 높았다.
김 대통령은 이같은 첨단 시설을 돌아보면서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정보화 현장에서 받은 충격은 컸다.
김 대통령의 회고.
“대규모 물류 이동이 최첨단 컴퓨터시스템에 의해 관리되고 있는 것을 보고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정보화추진확대보고회의 설치를 제안한 이각범 청와대 정책기획수석(국가정보화전략위원장 역임. 현 KAIST교수. 한국미래연구원 원장)의 증언.
“ 김 대통령이 시찰한 항만시설은 첨단시설을 갖춘 세계 최고 수준이었어요. 김 대통령은 시설을 둘러본 후 정보화에 깊은 관심을 표시하셨습니다. 김 대통령은 결단하면 즉시 실행에 옮기는 스타일입니다. 윤여준 청와대 공보수석(환경부장관 역임. 현 한국지방발전연구원 이사장)을 불러 귀국 인사말에 ‘정보화를 포함시키라‘고 지시하셨습니다.”
김 대통령은 3월 4일 오후 해외 일정을 마치고 서울공항으로 귀국했다.
김 대통령은 귀국 인사말을 통해“세계가 무서운 속도로 변화를 거듭하고 있는 만큼 국정의 모든 분야에서 세계화와 정보화를 더욱 힘차게 추진해 국력을 키워 나가는 것만이 우리의 살길”이라며 “21세기 일류국가 건설이라는 시대적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 국민여러분의 전폭적인 성의와 참여를 간곡히 당부 드린다”고 말했다.
이각범 수석은 귀국 후 김 대통령에게 정보화추진확대보고회의 설치를 건의하자 “그것 참 좋은 생각”이라며 이 수석의 건의를 즉각 수용했다. 그러나 업무조율이 순탄하지 않았다.
이각범 수석의 말.
“김 대통령께 정책기획수석실에서 정보화 업무를 담당하겠다고 말씀드려 재가를 받았어요. 그러자 경제수석실에서 난리가 났어요. 그동안 정보화는 경제수석실에서 관장했어요. 구본영 경제수석(과기처장관 역임. 작고)이 강력히 반발했어요. 정책기획수석실에서 ‘초고속망 등 정보화 업무도 관장하겠다’고 했더니 이석채 장관(현 KT 회장)이 ‘정통부에서 초고속망 업무를 안하면 과거 체신부와 다른 게 뭐냐’며 반대했습니다.”
대통령 비서실은 내부 논의를 거쳐 그해 5월 14일 대통령 비서설 기능조정을 통해 정보화 업무를 분리했다. 경제수석실에 1급인 정보통신비서관을 , 정책기획수석실에 정책4비서관을 신설했다. 정책기획수석실 정책4비서관은 정보화추진 확대 및 보고회의 운영과 정보화 추진위원회 업무, 장기과제 발굴 관리 등을 맡기로 했다. 경제수석실은 현재 진행 중이거나 산업과 관련한 정보통신업무만 담당하기로 조정했다.
김 대통령은 그해 5월1일 오전 청와대 열린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에서 “앞으로 대통령이 주재하는 ‘정보화추진확대회의’를 설치해 각 부문별 정보화가 잘 추진되고 있는지를 직접 챙기겠다”고 밝혔다.
이각범 수석의 이어지는 회고.
“회의는 정책기획수석이 주관하되 주제는 정통부 장관과 협의해 결정했습니다. 운영에 전혀 문제가 없었습니다. 전자정부를 앞당기는 계기가 됐어요.”
안병엽 정통부 실장의 말.
“주제는 정책기획수석실과 협의해 결정했고 실무준비는 정통부에서 했습니다. 수시로 업무를 조율했습니다. 그 당시 ‘종이 없는 회의’는 관행을 파괴한 창조적인 혁신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보고회의는 97년 대선 레이스가 시작되면서 문민정부에서는 더 이상 열리지 못했다. 3차 회의가 마지막이었다. 김 대통령의 정보화 의지는 강력했다. 정부가 추진한 국가 정보화는 ICT강국의 디딤돌이 됐고 전자정부로 가는 지름길이었다
이현덕의 정보통신부<226>-정보통신 기념탑 제막 (0) | 2012.10.29 |
---|---|
이현덕의 정보통신부<225>TDX 1천만 회선 개통 (0) | 2012.10.23 |
이현덕의 정보통신부<222>YS와 종이없는 회의 (0) | 2012.10.11 |
이현덕의 정보통신부<221>CDMA 아시아공략 (0) | 2012.10.04 |
이현덕의 정보통신부<220>-아시아 CDMA 개척단 (0) | 2012.09.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