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알 수 없는 게 사람의 일이다. 사람팔자 시간 5분전 이란 우스갯 말이 실감난다.
새정치 아이콘으로 부상했던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정치무대에서 내려왔다. 그는 23일 저녁8시 20분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대선후보 사퇴를 선언했다.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그의 후보사퇴는 일반인의 생각으로는 전혀 이해할 수 없다. 특히 정치공학적 시각으로는 더욱 납득할 수 없다.
왜?.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와 단일화 승패가 결정나지 않았고 만약 그가 이긴다면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와는 백중지세라는 예상이 많았다. 잘하면 대통령이 되는 그런 순간에 그는 대선후보를 던져 버렸다. 권력을 지향하는 정치인이라면 어림없는 행동이다.
그가 사퇴시 남긴 끝말은 세 단어였다.
"미안합니다.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당연히 국민에게 한 말이다.
그는 지금 지방에서 휴식중이다. 지금 그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모른다. 그는 사퇴이후의 구상을 밝히지 않고 있다.
나는 그가 처음 정치판에 뛰어들때 내심 반대했다. 기업인으로 정치판에 뛰어들었다가 피본 이가 한 둘이 아니다. 정주영. 김우중 회장 등이 대표적이다. 그는 진취적인 사고를 가졌지만 판단은 보수적으로 행동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 이유는 그가 살아온 궤적이 보수적이기 때문이다. 존경받는 ICT인으로 후인들의 모범이 됐으면 하는 게 내 바람이었다.
그가 사퇴하게 된 실패 요인을 나는 세 가지로 본다.
첫째, 그가 정치혁신을 기치로 내걸었다면 그 길로 계속 가야 했다. 민주통합당은 정권교체가 목표다. 정치혁신대상에는 민주통합당도 들어가 있다. 정치혁신과 정권교체는 지향점이 다른다. 그런데 민주통합당과 단일화 프레임에 걸린 게 잘못이다. 단일화를 선언한 게 그의 실책이다. 덩구이 권력을 다투는 판에 아름다운 단일화는 없다. 만약 그가 정치혁신을 내걸고 국민후보를 지향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다. 단일화란 전략적 선택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둘째, 그는 정치판을 너무 쉽게 생각했다. 여론이 그를 끝까지 지켜주리라 생각했다. 국민 여론은 바람이다. 그는 정치 초년병이다. 닮고 닮은 기성정치인들의 노회함에 당해낼 재간이 그에게 모자란다. 물론 주위에 참모진이 있지만 그들도 아마츄어였다. 대권을 잡는 일이 이상론이나 한 순간의 인기로 가능하다고 보는 것 차제가 역시 잘못이다.
셋째, 치밀한 대선전략을 마련하지 못했다. 캠프에 전략가가 없었다. 과거 사례에 대한 충분한 검토도 없었다. 정치는 세력이다. 세력은 조직인데 그는 조직없이 대권에 도전했다. 이것도 결정적 패인이다. 민주통합당과의 단일화에 밀린 것도 조직이 없기 때문이었다.
캠프인사들은 과거 DJP연합이나 노무현. 정몽준 단일화 사례를 충분히 검토해 단일화 전략을 수립했어야 한다. 노무현은 정몽준보다 지지도에서 열세였다. 그러나 그는 정몽준 후보의 제안을 통 크게 수용했다. 여론조사 결과는 노무현의 승리였다. 예상을 깬 결과였다. 국민은 크게 버린자에게 표를 몰아줬다. 정치혁신은 기득권 포기인데 안철수는 이를 보여주지 못했다.
안철수는 문재인과의 후속 전략을 놓고 고심중일 게다. 선택지가 그리 많지 않다. 지금은 문 캠프측에서 급하니까 안철수를 달래고 찾지만 그것도 한시적이다. 만약 안철수가 이후 노선을 잘못 선택하면 재기는 불가능하다.
안철수가 정치를 계속 한다면 DJ사례를 연구해야 한다. DJ는 4수 끝에 대권을 거머쥐었다. DJ는 여론을 중시했다. 안철수가 정치를 안한다면 정치혁신의 사회단체 활동에 전념하는 방법도 있다. 비정치조직이나 실상은 정치활동이다.
안철수는 어떤 일을 결정할 때 판단기준으로 삼는 세 가지가 있다고 한다.
첫째, 원칙을 지킨다. 둘째는 본질에 충실한다. 셋째 장기적인 시각에서 판단한다.
그렇다면 그의 칩거 시간이 걸릴 수 있다. 그는 늘 고통없이 얻는 것은 없다(No Pain, No Gain)고 주위사람에게 고언했다고 한다. 이제 그런 조언을 자신한테 해야 할 때다. 신중한 그가 어떤 선택을 할지는 여전히 알 수없다.
그의 등장으로 정치혁신의 열망은 더욱 높아졌다. 만약 박근혜나 문재인가 안철수열품으로 대변하는 정치혁신의 화두를 현실정치에서 실현한다면 안철수의 역할은 그만큼 줄어든다. 그게 아니라면 안철수는 정치개혁의 아이콘으로 화려하게 재등장할 수 있다. 정치개혁은 이 시대의 화두다. 기성 정치판이 국민 기대에 미흡하고 그래서 안철수를 정치혁신의 주체로 인정할 경우 그의 정치 복귀는 필연이다.
그런 점에서 안철수는 국민의 생각을 읽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