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이현덕의 정보통신부<235> 41살의 체신부 차관 오명

[특별기획] 대통령과 정보통신부

by 문성 2013. 1. 17. 12:17

본문

1981년 5월 28일.

 

정부는 이날 신임 체신부 차관에 오명 대통령 과학기술비서관(사진. 체신부 장관, 건설교통부 장관, 과기 부총리, 건국대 총장 역임, 현 웅진에너지 폴리실리콘 회장, KAIST 이사장 )을 임명했다. 이 인사는 극히 이례적이었다.

 

전두환 대통령은 그해 3월 3일 제12대 대통령에 취임하자 3월 10일 남덕우 국무총리를 비롯한 전국무위원의 일괄사표를 제출받아 이중 일부 개각을 단행했다.

 

 체신부 장관에는 최광수 전 제1무임소 장관( 대통령비서실장. 외무부 장관 역임)이 임명됐다. 전 대통령은 이어 4월 정부 조직개편으로 청에서 부로 승격된 일부 부처 장관과 차관 , 청장, 시도지시 등에 대한 대폭 인사를 마무리했다.

 

이런 상황에서 갑자기 이뤄진 체신부 차관 인사는 관가의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이 차관 인사는 최광수 장관이 전 대통령에게 오명 비서관을 차관으로 강력히 추천해 단행된 인사였다.

 

오명 차관의 증언.

“청와대 비서관 생활이 8개월에 접어들 무렵, 최광수 체신부 장관이 만나자는 연락을 해왔다. 네게 체신부 차관으로 와서 도와줬으면 좋겠다는 제의를 했다. 김재익 대통령 경제수석(작고)도 전자산업을 육성하는 데는 체신부가 가장 중요한 곳이라고 격려했다. 김 수석은 나를 청와대로 부르고 최 장관과 함께 체신부 차관으로 천거한 분이기도 하다. 그가 나를 체신부로 떠나보낼 때 했던 말은 지금도 잊지 못한다. ‘전자산업을 일으키고 싶다면 체신부로 가야 합니다. 비서관으로 일하는 것보다 주무 부처에서 차관으로 직접 뛰십시오. “라고 한 말이다.”(자서전 ’30년의 코리아를 꿈꿔라‘에서)

 

당시 오 차관의 나이는 41세.

전 대통령은 오 차관이 집무실로 인사를 하러 가자 통신현안에 관해 이런 저전 질문을 많이 했다. 그리고 이렇게 당부했다.

“당신은 전자공학 박사니까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체신부를 잘 이끌어 주시오. 차관은 대단히 높은 직책이오. 매사에 조심하고 특히 기자를 만나 이야기할 때는 신중해야 합니다.”

 

오 차관의 발탁은 파격이었다.

그는 깜짝 놀랄만한 젊은 차관이었다. 그 또래 나이라면 기업에서 차장 직급이 될까 말까했다. 육사(18)출신에다 공직 경험은 청와대 비서관 8개월이 전부였다.

체신부 국장급은 예순을 내다보는 나이였다. 차관 취임식을 앞두고 체신부 총무과장이 오 차관 집을 찾아왔을 때 오 차관이 “제 아내입니다”라고 아내를 소개하자 그는 깜짝 놀랐다고 한다. 너무 젊어서다. 이후 체신부 내에 ‘차관 사모님이 총무과장 며느리와 같은 나이’라는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

 

오 차관은 취임 첫날부터 관행이나 관습이 아닌 새로운 리더십으로 업무를 시작했다.

그는 사무실이나 책상 위치를 바꾸지 않고 전임자가 사용하던 그대로 물려받았다. 체신부의 역사와 문화를 존중하며 일을 추진했다.

 

그는 미래 희망만을 체신 공직자들에게 주문했다.

“대한민국의 미래가 체신부에 달려 있습니다. 우리가 바른 결정을 내려야 한국을 부자 나라로 만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2000년대에는 진정한 복지사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는 우편과 전신, 전화 업무를 담당하는 부처인 체신부를 정보사회를 리드하는 부처로 바꾸기 위해 외부 전문가를 불러 현안에 대한 강의를 듣는 등 ‘공부’를 시작했다.

간부회의 때도 세미나를 했다. 1년 쯤 계속하자 파격적인 제안들이 쏟아져 나왔다. 공직자들의 정보화 마인드도 남달랐다.

 

이를 근간으로 1980년대 초 ‘2000년까지의 정보통신 장기계획’을 수립했다. 지식이 모여 미래를 밝히는 ‘정보화 등불’이 된 것이다.

 

오 차관의 회고록 증언.

“최 장관은 서두르는 법이 없었다. 늘 부하들이 앞장서서 일 할 수 있게 배려해 주었다. 하지만 결정적인 문제는 책임지고 판단을 내렸다. 나는 훗날 장관이 됐을 때 결재 문서를 거의 읽어보지 않고 사인했다. 리더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아랫사람들이 신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