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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소장 청문회는 "블랙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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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성 2013. 1. 24.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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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무슨 청문회인가"

 

-관행이라는 기득권 열차에서 버티는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그는 관행인 일을 가지고 "왜 나만 가지고 이 난리야"라는듯 청문회 이틀동안 계속 불만스런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서 궤변과 변명 일색이다. "당신들도 나와 다르지 않잖아"는 발언을 억지로 참는 듯했다.

 

-그 반대쪽 청문위원들.

 

그들도 관행이란 열차의 동승자다. 특권과 관행에 물든 이가 국회의원들이다. 청문위원중에는 관행을 일삼다가 국민의 지탄을 받은 이도 있다. 그들이 자신은 결적 하자가 없는 듯 천연스런 얼굴로 후보자를 향해 각종 의혹을 지적했다. "당신 잘못을 이실직고 하라"며 닥달했다. 

 

이동흡 헌번재판소장 인사 청문회는 한 편의 "블랙코미디"를 연상하게 했다.

 

후보자와 청문위원 중 과연 도덕적으로 흠결이 없는 이른바 ‘백로’는 몇 명이나 될까. 

이 후보자나 청문위원을 보면서 가증스럽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청문회 대상이 되면 거의 부적격자 판정을 받을 사람들이 마주 보고 앉아 자질과 능력, 도덕성을 검증하겠다니 국민을 물로 보는 것도 아니고 도대체 뭐 하는 짓인가 싶다. 차라리 쇼프로라면 안보면 그만이다. 이건 그냥 넘겼다간 국민만 손해볼 일이니 그럴 수도 없다.

 

두 가지 이유에서 "블랙코미디"다.

 

첫째, 청문회에서 존경할 고위공직자 상(像)을 본게 아니라 자신의 이익은 모두 챙기고 남에게는 인색한 구두쇠 전형을 보는 듯했다. 가장 도덕적으로 완벽하고 타의 모범이 돼야 할 헌법 최후의 보루 수장 후보자가 각종 의혹에 휘말렸는데도 궤변과 변명이 판치고 어느 것 하나 명쾌하게 밝혀진 게 없다. 이 후보자가 재판장일때 피고가 이런 식이었으면 어떤 판결을 내렸을까.   

 

이번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에서 이 후보자와 관련해 제기된 의혹은 10개 항에 달했다. 자질구레한 것까지 포함하면 30여개 항이다.

 

다 제쳐놓고 가장 논란이 된 헌법재판관 시절 ‘특정업무경비’를 보자. ‘2억 원대 횡령’이라는 주장까지 나왔다. 야당에서 매달 400여만 원씩 지급된 공금을 본인 계좌로 입금해 해외송금, 경조사비 지출, 개인 보험료·카드비 결제 등의 용도로 쓴 의혹을 제기했건만 이 후보는 “횡령했다면 사퇴하겠다. 사적으로 쓰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구체적 내역은 제시하지 않았다. 특정업무경비는 예산, 감사, 수사, 조사 등 특정업무를 수행하가 위해 지금하는 경비다. 이 돈은 국민의 세금이므로 취지에 맞게 사용해야 함을 기본이다. 일반 기업에서도 카드로 사용한 접대비도 명세서를 제출한다. 하물며 특정업무비라고 하지만 그 내역은 밝혀야 할 게 아닌가. 그게 아니라면 말이 특정업무경비지 실제 월급과 다를바 없다.

 

임기 6년의 헌재(憲裁)소장은 가장 도덕적이고 존경받는 인물이어야 한다. 누구보다 모범적인 공인생활을 해 온 공직자여야 한다. 항공권 깡에다 해외 부부동반 출장, 장남 증여세 탈루, 위장 전입 등 다수의 의혹을 받고 있다.

 

김대중 시절인 2002년 8월 장대환 총리 내정자는 위장전입만으로 총리가 되지 못했다. 지금의 새누리당이 반대해서다. 그게 11년전 일이다.

 

세상이 달라진 지금 장 내정자보다 더 많은 의혹에 휘말린 이동흡 후보자가 헌재소장 자격이 있는가. 새누리당 청문위원들이 “이후보자가 결정적 하자가 없다”고 하는 게 타당한가. 위장전입만 해도 부적격 사유에 속한다. 이 지경이라면 이 후보자는 자신의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 그게 마지막 도리다. “내가 뭘 잘못했는데. 나만 갖고 야단들이냐”라고 한다면 국민에게 설득력이 있는가. 그는 자진사퇴해야 옳다. 공직자로서 옳게 살지 못했다면 더 큰 권력을 누릴 생각을 하지 않아야 한다. 그런데 이 후보자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솔직하지도, 책임의식도 없었다.  

 

두 번 째, 청문위원들은 과연 도덕적으로 이 후보자보다 우월한가. 이 후보자보다 더하면 더했지덜하지 않은 의원이 얼마나 될까.  청문위원은 새누리당 7명, 민주통합당 5명, 진보정의당1명 등 13명으로 구성했다.국회의원 세비를 보자. 세비는 수당과 입법활동비, 특별활동비 등이다. 이들은 입법활동비와 특별활동비를 제 목적대로 사용하는가. 위장 전입한 국회의원, 세금 탈루 국회의원은 없는가.

 

과거 국회의원들은 이동흡 후보자가 했다는 항공권 깡도 했다고 박찬종 전의원이 증언했다.

그리고 차익을 남겨 그돈으로 선물도 샀다고 했다. 초선을 제외한 재선이상 의원들 중에 누가 항공권 깡을 했는지 자신들은 알 것이다. 이들이야말로 관행에 충실한 비도덕적인 인물이다. 더욱이 헌정사상 최초로 해를 넘겨 새해예산을 통과시킨 뒤 해외로 단체외유를 떠나 국민의 공분을 샀던 예결위원이었던 새누리당 권성동, 김재경, 김성태 의원이 이 후보자를 향해 목청을 높이는 모습은 어이가 없었다. 자신이 하면 로맨스요 상대가 하면 불륜인가. 

 

그들이야말로 제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하면서 남의 들보만 보는 게 아닌가. 그러니 청문회에서 질의내용이 물에 물탄듯 하거나 이 후보자 편이나 드는 것 아닌가.  제발이 저린 탓이다. 

 

얼마전 한 시민단체가 국회사무처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19대 국회의원 300명 중 32%인 96명이 의원직 외에 한 개 이상의 다른 일을 겸하고 있다고 한다. 어떤 의원은 9개 보직을 맡고 있다고 한다. 그뿐인가. “세비를 내리겠다”, “기득권을 내려놓겠다”고 했지만 공염불이 됐다.  할 수만 있다면 이들을 청문회에 국민의 이름으로 내세워야 한다.

 

언행이 불일치하니 정치 불신이 극에 달할 수 밖에 없다. 국민은 참담한 심정으로 정치쇄신의 결의를 불태울 수 밖에 없다. 새 정권이 들어서도 새롭게 변하는 건 하나도 없다. 달라진게 뭐가 있는가. 말 대포만 쏘다가 금배지 달고 입 닫고 모른척 하는 것 아닌가.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정치는 요원하다.  행동은 없고 말만 많은 정치인들, 정말 속이 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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