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공룡' 부처 등장이란다.
박근혜 정부가 야심작으로 제시한 미래창조과학부 신설에 대한 야당과 일부 언론의 주장이다. 과학기술과 ICT업무를 통합했으니 그렇다는 것이다.
과연 거대공용 부처인가. 언듯 들으면 그럴 듯하다. 하지만 속을 살펴보면 아니다. 지금 진행되는 정부조직개편안을 보면 외화내빈이요, 속빈 강정이다. 명칭이나 겉은 그럴듯 한데 내용과 실속이 없어 이런식이면 속빈 깡통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외국에서 아무리 능력있는 인물을 장관으로 데려와도 그가 할 일이 별로 없다.
이명박 정부가 방송통신위원회를 출범할 당시 방송과 통신을 다 관장하는 부처라서 위원장은 권한이 국무총리못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내내 되는 것도 안되는 것도 없이 세월만 축낸 위원회로 전락했다. 위원장은 비리에 연루돼 감옥살이를 했다. ICT산업은 경쟁력이 후퇴했고 방송의 공정성 시비로 5년내 바람잘날 없었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자칫하면 제2의 방통위 신세로 전락할 수 있다.
당초 박근혜 당선인이 미래창조과학부를 신설한데는 창조과학을 통해 창조경제의 기반을 구축하고 일자리를 많이 만들겠다는데 목적이 있었다. 일자리 중심의 창조경제시대를 열겠다는 것이다.
처음 인수위에서 과학기술과 ICT를 통합한 부처 명칭을 논의할 때 정보미디어부, 정보매체혁신부, 미래창조과학부 중에서 하나를 선택했다. 인수위는 박 당선인이 강조한 창조과학이 들어간 미래창조과학부가 최종 선택했다. 하지만 순번은 미래창조과학부가 끝번이었다고 한다.
정보미디어부는 민주통합당이 대선 공약으로 제시했고 정보매체혁신부는 ICT대연합이, 인수위는 미래창조과학부를 제안했다.
인수위는 1월30일 정부조직개편안을 발의해 국회에서 여야간에 논의를 시작했다. 그러나 민주통합당이 방송의 진흥책을 미래창조과학부로 이관하는 것에 대해 반대해 교착상태다.
정보미디어부를 공약으로 제시했던 민주통합당이 이율배반적인 행태를 보인 탓이다.순전히 정치적인 판단에 따른 것이다. 민주통합당은 방송의 육성과 규제기능을 방송통신위에서 관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 당선인이 대통령으로 취임하는 25일전에 정부조직개편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려면 22일 저녁까지 합상을 타결해야 하는데 현재는 가능성이 낮다.
1.인수위가 처음 제시한 개편안에서 미래창조과학부 정책 기능은 아래와 같다. 이 정도는 돼야 일을 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상상력과 창의력, 과학지식을 ICT기반의 혁신시스템을 통해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를 창출하며 창의적 융합인재를 양성한다.
-콘덴츠와 플랫폼, 네트워크, 기기의 선순환 생태계를 조성해 콘텐츠와 미디어, 소프트웨어산업을 진흥하는 ICT총괄기능을 한다
2.방송통신위원회는 정치적 영향력을 가진 미디어 공정성 확보와 이용자 보호를 하는 규제위주의 행정위원회 역할을 한다
3.각부처에서 미래창조과학부로 이관할 내용은 다음과 같다.
-교과부의 과학기술과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원자력안전위원회, 방송통신위의 정책기능, 지식경제부의 정보통신, SW, 산업기술연구회 기능, 문체부의 디지털콘덴츠 기능, 행안부의 국가정보화기획, 정보보안기능, 국가지식재단기획단,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 기능통합 등이었다. 7개 행정기관과 2개 자문위원회 기능을 통합키로 했다.
4.조직개편안 협상이 지연되면서 당초 구상했던 미래창조과학부의 기능이 하나 둘씩 사라지면서 속빈 강정 부처로 변했다.넘겨받아야 할 업무 중 넘겨받지 못한 기능이 많다. 넘겨받지 못한 기능은 다음과 같다.
-문화체육관광부의 게임산업진흥법과 콘덴츠사업진흥법 , 지경부의 임베디트 SW기능, 산업융합촉진법, 안전행정부의 전자정부 운영기반은 이관받지 못했다. 심지어 문화체육관광부나 지경부측은 한 개과 정도만 넘겨준다는 전략이다. 또 개인정보보호, 정보화책관협의회와 한국정보화진흥원은 부처 소관이 공동이다.
5. 이경우 디지털콘덴츠의 핵심인 게임과 갈수록 비중이 높아지는 임베디드SW는 미래창조과학부의 ICT핵심인데 부처간 영역이 분산돼 미래창조과학부가 제기능을 할 수 없는 상태다.
그뿐이 아니다. 개인정보보호, 정보화사업 조정, 전자정부를 놓고는 부처간 관할권 다툼이 불가피하다.
6. 이처럼 미래창조과학부의 기능과 역할이 퇴보한데 비해 부총리부처인 기획재정부와 통상기능을 합친 산업통상자원부, 문화체육관광부, 안전행정부는 위상이 더 강화됐다.
-기획재정부는 예산과 세제, 국고,공공기관감독,경제조정, 국제금융 등 막강한 정책 수단을 갖게 됐으며 기능이 강화됐다.
-산업통산자원부는 외청인 중소기업청과 함께 중소벤처기업 진흥과 산업연구개발,통상정책과 통상교섭, 무역기능을 관장하면서 창업과 신기술, 신산업 지능, 자원개발을 담당해 조직과 기능이 확대됐다.
-문화체육부는 문화산업차원에서 콘덴츠기능을 유지했다.
-안전행정부는 개인정보보호, 전자정부 기능과 정보통합전산센터 기능을 유지하게 됐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여야 혹은 부처간 협상에서 주도적으로 나설 조직이나 인력이 없다. 이런 상태라면 당초보다 기능이나 업무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미래창조과학부는 겉은 화려하지만 기능이 없는 깡통 부처로 전락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
박근혜 정부가 신설한 미래창조과학부가 유명부실해 지면 창조경제 활성화나 ICT재도약은 불가능하다. 일할 조건이 갖춰지지 않았는데 뭘 어떻게 정책을 추진하나. ICT를 기반으로 한 새 일자리 창출은 불가능하다.
사실이 이런데도 미래창조과학부를 '거대공룡부처'니 뭐니 하니 어이가 없다. 뭐가 거대공룡부처인가. 거대공룡부처는 미래창조부가 아니라 기재부나 산업통상자원부다. 과거에 비해 기능과 조직이 확대됐다.
정부나 정치권이 어느 것 하나 시원스럽게 매듭짓는 일이 없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제 역할을 할 수 있게 기능조정을 제대로 해야 창조경제가 가능하다. 갈 길은 먼데 여전히 자리 싸움만 하고 있으니 속이 터지는 건 국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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