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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덕의 정보통신부<268>-김중권과 강봉균

[특별기획] 대통령과 정보통신부

by 문성 2013. 6. 17.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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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직 인수위의 PCS특혜의혹 제기로 정보통신부 분위기가 뒤숭숭하던 1998년 2월초 어느 날 저녁 퇴근 무렵.

 

 

무거운 마음으로 장관실에서 퇴근준비를 하던 강봉균 정통부 장관(재정경제부 장관 역임. 현 건전재정포럼 대표)에게 뜻밖의 전화가 걸려왔다. 김대중 대통령 당선인 김중권 비서실장(사진. 현 변호사)의 전화였다.

 

“정통부 장관입니다”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인 김중권입니다. 급히 만났으면 합니다.”

 

김 실장은 법조인 출신으로 노태우 정부에서 정무수석 역임했고 김 당선인 비서실장으로 일하고 있었다. 그는 뒤에 새천년민주당 대표를 역임했다.

 

강 장관은 김 실장과는 한 번도 만난 일이 없었다. 강 장관은 수화기를 내려놓으며 “무슨 일이기에 느닷없이 나를 보자는 걸까”하고 생각했지만 짚이는 게 없었다.

경제관료로 외길을 걸어온 강 장관은 김 당선인 측근들과도 전혀 교류가 없었다.

 

두 사람은 서울시청 앞 플라자 호텔에서 배석자 없이 만났다.

 

“무슨 일로 저를 보자고 하신 겁니까”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김대중 정부는 청와대에 정책기획수석을 신설합니다. 초대 정책기획수석을 맡아 주십시오.”

 

강 장관의 반응은 의외였다. 권력 이양기를 맞아 자천타천으로 차기 권력에 줄을 대려고 안달하는 사람들과는 정반대였다.

 

“누가 그런 말을 하던가요”

“여러 사람이 강 장관이 가장 적임자라고 추천하셨습니다.”

“말씀은 고맙지만 사양하겠습니다. 저는 김영삼 정부에서 장관으로 일하는 사람입니다. 차기 정부 탄생에 기여한 바도 없습니다. 그런 중요한 자리에 저는 부적격자입니다. 참신하고 유능한 사람을 발굴하는 게 좋겠습니다.”

“그러지 말고 한 번 더 생각해 주십시오”

 

강 장관은 “이왕 만났으니 저녁이나 같이 하자”는 김 실장의 제안조차 뿌리쳤다. 그는 곧장 자리에서 일어났다.

강 장관의 증언을 토대로 재구성해 본 그날 두 사람의 대화 내용이다.

 

김 실장은 김대중 당선인의 절대적인 신임을 받고 있었다. 청와대 조직개편에도 그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고 전한다.

이 작업에 관여했던 이강래 전 청와대 정무수석(16.17.18대 국회의원. 민주당 원내대표 역임)의 증언.

“청와대 조직개편 작업은 1998년 1월 시내 한 호텔에서 3박4일간 했습니다. 김 실장과 저, 그리고 장성민 전 의원(청와대 국정상황실장. 16대 국회의원 역임. 현 김대중재단 이사)이 주도해 안을 만들었어요. 김영삼 정부 시절 11개 수석비서관실을 6개로 통폐합했어요. 당시 저는 정부조직개편 작업에 실행위원으로 관여했어요”

 

이날 만남과 관련한 강봉균 전 장관의 회고.

“저는 임기를 끝내고 퇴임하면 대학으로 갈 계획이었습니다. 숙명여대에서 강의를 하기로 결정이 된 상태였습니다. 더욱이 현 정부 장관이 차기 정권에서 일하는 것이 마음에 내키지 않았습니다.”

강 장관은 이날 만남을 마지막으로 공직생활은 끝이려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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