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1박2일 부여와 공주를 다녀왔다.
KBS2의 인기프로그램인 1박2일처럼...
여행은 낯섬과의 만남이다. 그 속에 인심이 있고 맛과 멋이 있다. 그리고 기대와 설레임이 있다.
이번 가족여행은 여름 휴가와 겸했다. 두 아들이 가족여행을 위해 같은 기간에 여름 휴가를 받았다.
당초 큰 아이는 목적지로 천년 고도 경주를 희망했다. 하지만 거리가 너무 멀고 더욱이 자동차가 구형이어서 포기했다. 만에 하나 도중에 자동차가 멈추기라도 하면 예삿일이 아닌 까닭이다.
그 대신 백제의 숨결이 살아 숨쉬는 부여와 공주로 목적지를 변경했다. 모처럼 백제 역사탐방길에 나서기로 했다. 오래전 공주와 부여에 간 적이 있지만 일이 끝나기가 무섭게 돌아와 이번 여행은 의미가 더 했다.
출발 하루전 큰 아이가 숙소를 예약했다. 인터넷으로 검색하다 부여에 있는 L리조트를 찾아 예약했다. 방2개인데 비회원이어서 1박에 20만원이었다. 비싸긴 했지만 가족 여행길이 불편해선 안될 일이었다.
가족여행을 떠나면 아내가 제일 즐거워했다. 아내는 늘 아이들과 여행가는 걸 좋아했다. 두 아들과 다니는 게 아내한테는 보람이자 기쁨이다. 우애가 남다른 두 아이다. 형 말에는 토를 달지 않고 따르는 둘째다. 그런 게 다 대견스러운 모양이다.
첫날 오전 11시 40분경 집을 출발했다.
코스는 서해안고속도로-당진IC-당진. 대전고속도로-서공주IC-부여IC였다. 평일이라서 고속도로는 밀리지 않았다.
점심은 행담도 휴계(소에서 우동으로 먹었다. 우동은 한그릇에 4000원이었다.
아들이 번갈아 가며 스마트폰으로 길 안내를 해 가는 길은 어려움이 없었다. 특히 당진. 대전고속도로는 한산했다. 마치 시골길을 달리는 기분이었다. 확트인 고속도로를 마치 전세낸듯 나홀로 질주를 했다. 신록의 주변 산과 들, 산 자락에 자리잡은 마음 모습이 한폭의 동양화를 연상하게 했다.
오후 3시경 리조트에 도착해 짐을 풀었다. 인터넷으로 예약해 혹시 오류가 있을까 했으나 그런 일은 없었다. 리조트에는 가족 여행객이 많았다. 배정 받은 방은 921호. 사방이 다 내려다 보였다.
방에 짐을 놓고 곧장 백제의 한과 역사가 살아 숨쉬는 부소산으로 향했다. 말이 산이지 완만한 언덕이나 별반 다르지 않았다. 부소산에는 수많은 궁녀들이 마치 꽆일처럼 몸을 날린 낙화암과 낙화암 아래 천년 고찰 고란사가 자리잡고 있다. 고란사의 풍경소리는 한의 여인들 울음소리처럼 애처러웠다.
부소산 입구는 구(舊)정문과 신(新)정문이 있다. 우리는 그걸 몰라 구정문으로 입장했다. 구정문은 입구가 좁고 자동차 주차가 어려웠다. 새로 신축한 신정문 앞에는 대형 주자장이 마련돼 있다. 부소산에 가는 이들은 신정문으로 들어가는 게 좋다. 입장료는 성인 1인당 2000원이다.
부소산 산책로는 나무 숲이 우거져 최고였다. 공기도 맑고 좌우 숲이 터널을 만들어 거의 햇빛이 비치지 않았다. 부소산에는 소나무와 굴참나무, 단풍나무가 울창했다. 숲속에서 이름모를 새들이 피를 토하듯 울었다. 노래소리가 아니었다. 그것은 백제인의 울음소리였다.
낙화암으로 가는 고개턱에 연리지(사진)가 한그루 서 있었다. 연리지는 부부애가 남녀 사랑을 상징하는 나무다. 보기 힘든 나무다. 한 평생 살면서 늘 저 나무처럼 서로 사랑하며 살아야 하는데 그게 안되니 탈이다.
처음 연리지를 연인의 상징으로 노래한 사람은 당나라 시인 백낙천이다.
그는 당 태종과 양귀비의 사랑을 보고 ‘장한가’라는 시를 지었다. 안내판에 백낙천의 시가 적혀 있다.
칠월 칠일 장생전에서 만나
깊은 밤 사람들 모르게 한 맹세
하늘에서는 비익조가 되기를 원하고
땅에서는 연리가 되기를 원하네
높은 하늘 넓은 땅 다할 때 있는데
이 한 끝없이 계속되네
낙화암 절벽위에는 백화정이란 정자가 묵언중이었다.
말이나 글로 그 당시의 참담함을 표현할 수 있을까. 그저 후인들이 가슴으로 마음으로 당시 상황을 재현해 보는 게 최상일 게다.
백화정(사진)은 궁녀들의 원혼을 추모하기 위해 1929년 지었다고 한다. 정자위에서 가족 사진을 찍었다. 그곳에 와 있던 관광객이 가족 사진을 찍어 주었다. 여행길 인정은 언제나 넉넉하다.
정자에서 내려다 본 백마강은 지난날의 아픈 역사를 간직한 채 묵묵히 흐르고 있었다. 패자는 말이 없다는 것 때문인가. 장마철이어서 맑은 물이 아니라 누런 흙탕물이었다.
나도 모르게 옛가요 ‘백마강’이 떠올랐다.
백마강에 고요한 달밤아
고란사의 종소리가 들리어 오면
구곡간장 찢어지는 백제 꿈이 그립구나
아~아 달빛어린 낙화암의 그늘 속에서
불러보자 삼천 궁녀를
이미 고인이 된 손로원 작사. 한복남 작곡, 허민 노래인데 지금도 널리 불리는 가요다. 이곳에 오면 이 노래가 절로 생각나리라.
입구 매표소에서 이곳 까지는 1.2Km다. 아내는 기운이 달려 애를 먹었다. 그곳에서 다시 고란사로 내려갔다. 계단길이었다.
고란사(사진)는 작은 암자다.
낙화암 절벽아래 백마강 가에 있는 고란사는 백제 여인들의 영혼을 달래기 위해 지었다.
법당에 들려 참배하고 뒷편으로 돌아가자 바위틈에서 흘러나오는 약수가 있었다. 백제왕이 이곳 약수를 길러다 먹었다고 한다. 임금은 바위에서 자라는 고란초를 물에 띄워 고란약수임을 확인했다고 전한다. 물을 한 그릇씩 마셨다. 더위를 말끔히 씻어주었다.
약수터 옆에 1평 정도의 삼성각이 바위 위에 서 있었다. 이내와 들어가 참배했다.
입구까지 되돌아 나오면서 아내는 무척 힘들어 했다. 두 아이가 양쪽에서 부축하다시피 해 입구까지 나왔다.
시계가 5시를 지났다.
지친 몸을 이끌고 서둘러 국립 부여 박물관으로 갔다.
1993년 신축한 이곳에는 국보 3점과 보물 등백제 유적지에서 발굴한 유물 32,000여점이 전시돼 있다. 입장료는 무료였다. 정부에서 올해말까지 무료로 개방한다고 했다. 그동안 1,000원씩을 받았는데 관람객이 많지 않아 재정적인 보탬을 못됐다고 한다.
이곳에는 국보 진품 3점이 전시돼 있다.
백제미술의 걸작인 관세음보살입장(국보 293호)와 백제금동대향로(국보287호), 백제창왕명석조 사리감(국보 288호)이었다.
이곳에서 한 박물관 직원의 친철한 안내로 백제 유물에 대해 소상한 설명을 들었다. 정말 고마웠다. 그분의 이름을 애써 물어보지 않았다. 오히려 그분에 대한 실례가 될 수 있어서다.
그분한테 이곳에서 추천할만한 음식점을 물었다. 연잎밥을 전문으로 하는 백제의 집을 추천해 주었다. 마침 부여박물관장이 새로 부임해 그곳에서 환영회 겸 직원들과 저녁을 먹기로 했다고 했다.
1시간여 관람을 끝내고 그가 알려준 음식점으로 갔다. 가 보니 부소산 신정문 길건너 맞은 편에 있었다. 그 주변에 음식점이 많았다.
주차는 부소산 입구 주차장에 했다. 무료였다.
그 집에서 연잎밥과 밤막걸리로 저녁을 먹었다. 밤막걸리는 한 통헤 4000원이었다. 노란 색갈의 구수한 막걸리가 갈증을 달래줬다. 아내와 두 아들과 막걸리로 건배를 했다. 여행의 기쁨이다.
저녁을 먹고 당시 궁남지(사진)로 갔다.
TV에서 자주 본 곳이다.
현존하는 우리나라 최고의 인공 연못으로 백제 무왕 35년에 궁궐 남쪽에 못을 파고 물을 끌어왔다고 한다. 매월 7월이면 부여 서동연꽃 축제가 열린다고 한다. 못 가운데는 인공섬을 만들고 긴 다리로 연결했다. 가운데는 포룡정이라는 정자가 있었다. 궁남지는 주차가 편했다. 평일이란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궁남지 주위는 연꽃 향이 마치 안개처럼 서려 있었다. 홍련과 백련, 수련,가시연 등 갖가지 연꽃이 자태를 자랑했다. 주위를 한바퀴 도는데 1시간여 걸렸다.
궁남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나당연합군의 침공에 맞서 장렬히 전사한 백제 5천결재의 충혼탑이 부여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첫날은 이곳까지만 구경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아들이 지하1층 마트에서 사온 캔맥주를 하나씩 나눠 마셨다. 어둠이 사방을 뒤덮자 창밖 하늘에 별들이 보석처림 초롱 초롱 빛났다. 거실 창문을 열자 서늘한 바람이 훅 밀려왔다. 후덥지근한 바람이 아니었다. 상큰했다.
맑은 공기, 시원한 바람. 시골에서 느낄수 있는 자연의 소중한 선물이다. 자연의 이런 선물의 고마음을 모르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인간이 자연품에 안겨 살면서 자연을 제멋대로 훼손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인간에게 베풀어 주는 자연의 무한한 사랑이 바로 청정한 환경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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