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폭우가 내렸다.
국지성 폭우는 무자비했고 제 멋대로였다. 경기 일부지역은 시간당 99mm가 내렸다.물폭탄이다.
늦은 오후 시각, 비가 잠시 그치길래 산책길에 나섰다. 하늘은 여전히 먹물이었다. 길을 따라 걷다 날카로운 금속성 목소리가 들려 잠시 발검을은 멈추었다. 골목길 한쪽에 선 모녀간 대화에 날이 시퍼렇게 서 있었다.
30대 중반 아니면 40대 초반의 주부가 초등학교 3-4년생으로 보이는 딸과 대화를 나누는데 한마디로 찬바람에 일어 섬득함을 느끼게 했다. 그것도 사람이 오가는 길목에서. 엄마 고성에 아이는 주눅이 들어 있었다.
엄마: 너 오늘 일을 말해. 지금 말해.
딸 : .....
엄마: 지금 이 자리에서 사실대로 말해. 아니면 영원히 입 열지 마.
딸 : 그게 아니고 (속으로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뭐라고 말함)
엄마 : 됐어. 두 번 다시 말하지 마. 입 열지마.
그리고 엄마는 딸을 끌다시피 데리고 갔다. 모녀의 애틋함과 사랑은 어디로 가고 그저 살벌한 대화가 오갈까. 사정은 있을 것이다. 추측컨대 딸이 학원에 가지 않았거나 아니면 엄마 지시에 따르지 않았을 게다.
설사 딸이 잘못해도, 자녀에 대한 교육열이 유별스럽다 해도 모녀간 대화가 이건 아니지 싶었다. 모녀간 대화는 마치 갑을 관계처럼 보였다. 비 오는 날, 그것도 주말 오후, 어린 딸이 뭘 잘못했길래 사람들이 오가는 길에서 이실직고하던지 아니면 영원히 말하지 말라고 선택을 강요하는 걸까.
요즘 젊은 엄마들의 교육열은 대단하다. 유치원부터 학원에 보내고 초등학교 시절 이른바 선행학습을 위해 중등과정을 가르치는 학원에 등록한다. 아이 소질과는 무관하게 외국어와 운동 음악 등을 학원에서 배우게 한다. 이로 인해 초등학생만 해도 주밀에 쉴 시간이 없다. 학교와 학원 숙제를 하느라 마음놓고 뛰어놀 수가 없다. 모든 게 자식 잘되기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이라지만 아이 입장을 고려하지 않으면 탈이 붙는다.
내가 아는 어떤 사립학교 이사장은 비리에 연류돼 감옥에 있다. 뒷돈을 받다 걸린 탓이다. 우리 사회는 1등만 대우하고 기억한다. 자녀들이 다 잘되는 걸 바라는 것이 부모마음이다.
교육의 목적이 뭔가. 좋은 대학가서 좋은 직장 다니는 건가. 인간성을 상실한 그런 교육이 부모들의 바람인가.
예전보다 지식이 더 많은 세상인데 왜 청소년 비행은 늘어날까.어떤 자료에 따르면 부모를 구타하는 청소년의 80%는 자기결정권을 무시하는 억압에 대한 분노의 폭발이라고 한다. 나머지 20%는 반사회적 성격과 정신이상이라고 한다.
부모의 과욕이, 부모의 일방통행식 자녀 억압이 어린이들의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요즘은 부모에 대한 효(孝)는 뒷전이다. 자식을 둔 부모가 내리 사랑은 실천해도 부모에 대한 효를 실천하는 이는 가뭄에 콩나듯 드물다. 대신 자식의 공부에 병적으로 집착하며 간섭한다.
엄마의 노한 목소리에 주눅이 들어 마치 죄인처럼 말도 제대로 못하는 어린 딸 모습이 안쓰럽다.
어린 딸이 벌써부터 경쟁과 스트레스 속에 살아야 할까. 저런 엄마아래서 저 아이는 뭘 배울까. 혹시 저 아이도 자라 엄마처럼 아이를 키우지는 않을까.
지금 기성세대의 교육관은 올바른가. 환한 미소속에 두 손을 마주잡고 즐겁게 걸어가는 모녀의 모습이 보고 싶었다. 그게 사람사는 세상의 아름다은 모습이 아닌가. 과연 누굴 위한 교육인가. 비 오는 날 오후 잔뜩 찌푸린 하늘만큼이나 우울한 세태 풍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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