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다.
유례가 드문 일이다. 더욱이 최측근이 그의 리더십에 흠집을 냈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꼴이다. 하지만 이 모든 건 인사권자인 대통령의 책임이다. 그런 사람을 잘못 임명한 책임이다.
최근 일련의 인사 사태를 지켜보느라면 과연 청와대가 이 정도 리더십 밖에 없는가 하는 의문이 든다. 한 번이 아니다. 양 건 전 감사원장과 채동욱 전 검찰총장에 이어 진영 전 복지부 장관까지 벌써 세번 째 인사 파동이다.
진영 전 장관의 경우는 앞의 두 사람과 격이 다르다. 두 사람은 전 정권인사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진 정 장관은 아니다. 그는 3선으로 대통령의 핵심측근이자 실세 장관으로 불렸다. 그는 박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시절 비서실장을 지냈다. 지난 대선 당시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으로 대선 공약을 입안했다. 인수위 부위원장으로 박근혜 정부의 운용계획을 설계했다. 그가 박근혜 대통령의 역점인 복지정책 주무 장관으로 임명되자 그의 역할에 기대를 거는 국민이 많았다. 그의 과거 이력을 보면 실세임에 틀림없다.
그가 최근 "소득 하위 70%를 대상으로 매달 10만~20만원을 국민연금 가입기간과 연계해 차등지급한다"는 내용으로 정부의 기초연금안이 결정되자, 개인적 소신과 다르다며 사표를 던졌다. 청와대의 사표 반려에 "양심문제"라며 사표를 거듭 제출했다.
장관 자리가 초등학교 반장 자린가. 개각철이 되면 전현직 고위관리나 국회의원들이 청와대 전화를 눈 빠지게 기다리는 게 장관 자리다. 남들은 못해 안달인 장관 자리를 놓고 줄다리기를 하니 참 희안한 풍경이다. 장관으로선 무책임한 행동이다. 처리해야 할 현안 앞에서 내 소신과 다르니 장관 못해 먹겠다는 건 개인이 아닌 장관으로서는 상식이하다.
입장을 바꿔 진 전 장관의 말처럼 ‘양심의 문제’라며 장관 사표를 낼 수 있다. 문제는 진 전 장관을 비롯해 양건 전 원장과 채동욱 전 검찰총장도 사표수리와 관련해 왜 뒷말이 나오는가 하는 점이다. 야당이 의혹을 제기할만한 빌미를 청와대는 왜 주고 있는가. 청와대의 정무적 판단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닌가. 설사 이견이 있더라도 내부에서 조용하게 해결해야 하는 게 정치력이다.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인지 사태를 더 꼬이게 하니 대통령의 리더십을 탓할 수 밖에 없다.
장관이건 검찰총장이건 발탁도 중요하지만 물러날 때도 청와대와 갈등 없이 모양새 좋게 물러나게 하는 것도 청와대의 리더십이다. 공직자로 일하는 동안 청와대와 정책을 놓고 입장이 같을 수도 있고 다를 때도 있다. 그럴 때 대통령과 장관이 입장 차이를 중간에서 조정하고 통합하는 게 청와대 수석들의 역할이다.
진 전 장관의 처신과 관련해 그를 비난하는 이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누구보다 박 대통령을 도와야 할 실세 장관이 대통령의 지시를 거부하고 항명을 했으니 그를 질책하는 소리가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오죽했으면 국무총리가 30일 오후 진 장관 사퇴에 대한 입장발표를 통해 "그동안 진영 장관이 국민들에게 보여준 일련의 사태에 대해 심히 유감스럽다"며 "어려울 때 복지 관련 문제를 책임질 수장이 정부와 국회를 마비시키는 행동은 국민들에게 실망감과 허탈감을 안겨 줄 것"이라고 했을까. 표현을 점잖지만 속은 부글부글 끊었을 것이다.
진 전 장관은 이제 정치인으로 돌아갔다. 이번의 사퇴가 그의 정치 미래에 득이 될지 독이 될지는 신만이 알 것이다. 그리고 이번 시퇴로 인한 정치적인 책임은 그의 몫이다. 그가 짊어지고 가야할 정치적 짐이다.
문제는 박 대통령의 리더십이다. 전 전 장관이 수차에 걸려 기초연금- 국민연금 연계에 대해 반대 입장을 청와대에 전달했고 관철이 안되면 사퇴할 수 밖에 없다는 의사를 전했다는 점이다.
이견이 있다면 대통령이 진 전 장관을 불러 입장을 듣고 교통정리를 했어야 했다. 박 대통령과 호흡을 맞춘 진 전 장관도 대통령과 만나 소통을 못했다면 다른 장관들은 언제 대통령을 만나는지 궁금하다. 설득해도 안되면 모양새 좋게 경질하면 간단하다. 정부가 기초연금정책을 발표하고 해당 부처 장관은 “양심 운운”하며 이에 반대해 사표를 내고 이를 총리가 불러 “없던 일로 하자”고 했지만 장관은 출근을 거부하고 정권 말기도 아닌 정권 출범 6개월만에 이게 무슨 황당한 일인가. 이 모든 것은 박 대통령의 리더십과 직결되는 일이다.
청와대 참모들은 그동안 뭘했나. 복지정책을 책임진 장관이 그 정도라면 총리가 나설 게 아니라 청와대가 직접 나서야 하는 게 아닌가. 대통령에게 건의해야 하는데 지시만 장관에게 전달한 것은 아닌가.
박 대통령은 원칙과 신뢰의 정치로 난국을 슬기롭게 극복해 나가길 기대했다. 그런데 장관이 대통령과 만나 정치적 이견에 관해 대화도 못했다는 게 사실이라면 이거야 말로 문제가 심각하다. 더욱이 그 중간에 청와대 수석이 관여했다면 불통이란 소리를 들어도 할말이 없다. 장관과 소통하지 못하는 청와대가 국민과 소통할 수 있는가. 상대를 만나지도 않고 무슨 설득이 가능한가. 청와대 수석은 말그대로 대통령 비서다. 그들이 내각위에 군림해서는 안된다.
진 전 장관의 '복지 반기'로 인해 박 대통령의 리더십은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청와대는 귀를 열어야 한다. 큰 정치를 하려면 포용력이 있어야 한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그 분야 최고 인사를 발탁해야 한다. 인재발탁이 난관 극복의 지름길이다. 실언으로 대통령에게 부담주는 수석들이 있다. '비서는 입이 없다'면서 청와대 수석들이 왜 뚝하면 언론에 등장하는가. 등장하면 탈이 붙는다. 경제수석에 이어 복지수석도 예외없이 구설에 올랐다.
정권 임기말에도 이런 적은 없었다. 말이 인사파동이지 이건 내각 기강 문제고 소통의 문제다..
인사난맥상이 또 발생하면 박근혜 대통령의 권위나 리더십은 회복불능 상태로 빠진다. 대통령의 지시가 내각에 안먹히면 레임덕 시작이다. 청와대가 보여준 지금의 리더십은 실망이다. 남북 대화도 하는데 대통령과 장관간 대화는 안 하는가. 청와대는 불통 청와대란 소리를 듣지 않게 새롭게 자세를 가다듬어야 한다. 국민을 위해, 그리고 정권을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