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상의 정상화'는 박근혜 정부의 국정운영 화두다.
잘못된 관행을 바로 잡자는 것이다. 개혁을 통해 잘못된 관행을 개선하지 않고서는 국정목표의 진정한 성과를 낼 수 없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백번 타당한 지적이다.
우리 사회에 비정상이 얼마나 많은가. 대표적인 게 유전무죄 무전유죄, 유권무죄 무권유죄다. 돈과 권력 가진자는 죄를 짓고도 잘도 법망을 빠져나갔다. 돈 없는 서민은 잘못한 대가를 에누리없이 치렀다.
KTX자회사 설립을 보자. 코레일 부채가 17조 6000억원, 1일 이자만 13억 원이라고 한다. 노조측은 8.1%인상을 회사측에 요구했다. 현재 코레일의 평균 임금액은 6,300만원이다. 일부에서 말하는 배부른 공기업이다.
적자보면서 임금을 8.1%나 안상해 달라는 것은 상식을 뛰어 넘는다. 만약 노조집행부가 코레일 사장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계속 적자를 보는 기업이라면 임금삭감이나 인력감축 등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주인이 있는 기업이었다면 벌써 가부간 결판이 났을 게다. 정부측 말대로 자사회를 설립해 경쟁체제로 바뀌면 요금을 올리지 않고도 철도 서비스를 개선하고 낭비 요인을 고칠 수 있다면 국민 입장에서 박수를 보내야 할 일이다. 더욱이 5명이 할 수 있는 일을 코레일에선 10~20명이 하고 있다면 경영효율 차원에서 서둘러 개선해야 할 점이다.
정부는 이런 점을 국민에게 소상히 알렸는가. KTX자회사 설립에 대한 국민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했는가. 노조와 마음을 열고 대화는 얼마나 했느나. 정부는 국민을 향해 무조건 민영화는 안한다고 했다. 그동안 정부측의 화려한 수사에 휘둘린 일이 한 두번인가. 비정상화에 속은 국민이 일단은 의구심을 갖고 보는 건 당연하다. 노조측 주장에 국민이 한쪽 귀를 기울이는 것도 비정상화로 국민을 속인 정부 탓이다. 정부는 자회사 설립 당위를 국민에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할 책임이 있다. 그런 노력을 정부는 얼마나 했는가.
철도조조 지도부 검거를 위한 민주노총 본부 공권력 투입은 실패로 끝났다. 경찰이 동원한 병력은 5,500명이다. 결과는 허무했다. 한마디로 경찰의 무능력을 그대로 드러냈다. 정보력 부재와 작전능력 부실 등은 지탄받을 일이다.
이런 결과라면 경찰 수뇌부는 사과부터해야 옳다. 그런데 이성한 경찰청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작전 실패가 아니며 경찰에 대한 책임론은 정당하지 않다"고 강변했다. 어설픈 강경진압으로 정권퇴진 운동이 예고된 상태다. 이런데도 실패가 아니면 뭐란 말인가. 검거실패로 코레일 사태는 정부와 노동계 전면전으로 사태가 악화됐다. 경찰 책임이 없다니. 그런 누구 책임이란 말인가. 청와대란 말인가. 만약 청와대 지시가 부당했다면 그는 청와대를 설득했어야 옳다.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 말은 더 어이가 없다. 그는 23일 철도파업 과정에서 “경찰의 민주노총 본부 강제진입에 대해선 “사전에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만약 사실이라면 방 장관은 보따리를 싸야 옳다. 강제집압설이 언론에 나돌았는데 주무장관이 그런 사실도 몰랐다면 그는 뭘했단 말인가.
오죽했으면 노동계 출신인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조차 “고용노동부가 아무 역할도 안 했다는 비판을 받아도 싸다”면서 “때로는 대통령에게 꾸지람을 받더라도 장관이 파업 중단을 위해 어느 자리든 갈 수 있는 소신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고용노동부 장관은 뭐하시는 분인가”라며 “소신도 없고, 능력도 없고, 이런 사태를 사전에 알지도 못했다는 이런 장관부터 경질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의 처신은 비정상이다. 능력과 소신, 책임감, 정무적 판단력 없이 어떻게 복잡다기한 우리 사회의 각종 현안을 풀어나갈지 의문이다. "몰랐다"는 장관과 "책임없다"는 경찰청장, 이들은 보면 '비정상의 정상화'는 멀기만 하다는 생각이 든다. 책임질 줄 모르는 권력은 비정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