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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신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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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성 2014. 1. 1.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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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시(新年詩) / 조병화

 

흰 구름 뜨고 바람 부는

맑은 겨울 찬 하늘

그 무한을 우러러보며 서 있는

대지의 나무들처럼

 

오는 새해는

너와 나, 우리에게

그렇게 꿈으로 가득하여라

 

한 해가 가고 한 해가 오는

영원한 일월의 영원한 이 회전 속에서

너와 나, 우리는

약속된 旅路를 동행하는 유한한 생명

 

오는 새해는

너와 나, 우리에게

그렇게 사랑으로 더욱더

가까이 이어져라

 

 

신년시/ 수녀 이해인

 

 

새해 아침

빨갛게 익을 해를

첫 그리움인 양 품고

당신을 부릅니다.

부르면 부를수록

놀랍고 두려운 사랑의 신이시여

 

정성없이 불러 오던 당신 이름을

새맑은 새 아침의 목소리 뽑아

다시 찬미 드립니다.

따스한 빛과 불의 향기로

모든것을 새로이 구워 내는 신이시여

 

오늘의 우리를 있게 하시고

내일의 우리도 있게 하시는

끝없는 창조의 당신

때로는 칼을 든 군사처럼

부수고 무너뜨리어

좋은 것 이루시는 희망의 신이시여

 

우리 모습이 당신의 뜻과 같지 않음을

시시로 한탄하며 이렇게 왔습니다.

보잘것 없는 믿음으로 이렇게 왔습니다.

 

기쁠 때엔 감사하지 않고

슬플 때엔 희망하지 않고

편리한 운명과 악수하며

적당히 살아 왔습니다.

 

당신을 사랑하지 않은 것이

전심으로 사랑하지 않은 것이

죄가 되는 까닭을 알지 못했습니다.

 

우리가 잘못을 거듭해도

용서를 거듭하는 진리의 신이시여

부디 힘을 주소서 우리에게

당신을 바로 보고 바로 듣는

밝은 눈, 밝은 귀

피흘려도 사랑을 외칠 입을 주소서

 

당신만이 머무실 마음의 처소가

헛된 우상의 소굴이 아니 되도록

수없는 욕망에서 탈출해야겠습니다.

 

갈길을 재촉하는 말발굽 소리에

달아오른 마음으로 예복을 차려입은

출발의 아침

 

지엄한 당신의

무궁한 사랑을 생각하면

가슴이 뜁니다.

 

허영에 들뜬 우리 마음일랑

모조리 흔들어 없애 주시고

 

아무리 걸어도 지치지 않는

아무리 뛰어도 고단치 않는

힘을 주소서

 

우리에게

거듭거듭 태어나게

사랑으로 태어나게 축복하소서

 

당신을 섬기는 우리 생애가

싱싱한 기쁨의 축제로 피어날

젊고 날랜 슬기, 닳지 않는 새 힘을 주소서

 

설날 아침에/ 김종길

 

매양 추위 속에

해는 가고 또 오는 거지만

새해는 그런대로 따스하게 맞을 일이다.

 

얼음장 밑에서도 고기가 숨쉬고

파릇한 미나리 싹이

봄날을 꿈꾸듯

새해는 참고

꿈도 좀 가지고 맞을 일이다.

 

오늘 아침

따뜻한 한 잔 술과

한 그릇 국을 앞에 하였거든

그것만으로도 푸지고

고마운 것이라 생각하라.

 

세상은

험난하고 각박하다지만

그러나 세상은 살만한 곳.

한 살 나이를 더한 만큼

좀 더 착하고 슬기로울 것을 생각하라.

 

아무리 매운 추위 속에

한 해가 가고

또 올지라도

어린 것들 잇몸에 돋아나는

고운 이빨을 보듯

새해는 그렇게 맞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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