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를 취재한 KBS 기자들이 세월호 참사 보도와 관련해 취재후기를 통해 “기레기(기자쓰레기)로 전락했다”며 사내 보도정보시스템에 ‘반성합니다’라는 제목으로 A4 12장 분량의 반성문을 올렸다.
이와관련, 전국언론노조KBS는 7일 "KBS를 어떻게 믿어요?"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재난방송 주관사인 KBS의 현 상황을 적라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가 8일 KBS 수신료 인상 승인안을 안건으로 상정했다. 과연 KBS의 수신료 인상이 가능할까.
다음은 KBS본부 성명서 전문이다.
- 38기, 39기, 40기 기자 후배들의 한 맺힌 취재후기 -
세월호 참사를 취재한 후배기자 55명은 ‘특보 방송’ 내내 깊은 자괴감 속에서 희생자 가족들과 마주해야 했다. ‘KBS를 못 믿겠다’는 희생자 가족과 시청자들의 불신을 넘어선 분노를 고스란히 받아야 했다. 대표로 글을 올린 10명의 취재·촬영기자의 글은 현재 KBS가 안고 있는 보도의 총체적 문제점들이 드러나 있다.
‘2층에서 바라보는 실종자 가족들.. 그게 딱 유가족들을 바라보는 KBS의 시선이었습니다.’
‘KBS를 어떻게 믿어요? 안산에서 취재한 13일 동안 매일같이 들은 말입니다.’
‘9시 뉴스 톱뉴스는 박근혜 대통령의 희생자 합동분향소 조문, 하지만 유가족 기자회견은 9시뉴스에 없어...’
‘인터뷰 해봤자 마음대로 편집할 건데 뭐하러... 취재 현장에서 실종자 가족들에게 숱하게 들었던 말입니다.’
‘광화문에서 지나가시던 많은 분들이 KBS욕을 하시더군요. 욕한 분 옆에 서있던 친구분이 제게 오셔서 죄송하다고 하네요. 죄송하긴요...제가 죄송합니다.’
‘팽목항에선 kbs로고가 박힌 잠바를 입는 것 조차 두렵다. 대체 우리는 무엇입니까?’
‘왜 우리 뉴스는 대통령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 건가요?’
‘우리가 진짜 접근할 수 있는 '현장'이 있다면 그건 '사람'일 겁니다. 깊은 바다 밑에 자기가 제일 아끼는 사람을 남겨두고 온 바로 그 사람들이요.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현장'에 있었지만 '현장'을 취재하지 않았습니다.’
‘손에 쥔 카메라가 요즘처럼 무겁게 느껴졌던 적이 없습니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요?’
‘시민들로부터 후배들로부터 ‘편집권 독립’ 외치시지 말고, 부디 권력으로부터 편집권 독립을 이루세요.‘
그리고 후배들은 게시글 말미에 공통적으로 요구사항을 적었다.
보도본부장과 보도국장, 세월호 보도에 관여한 모든 기자들이 참석하는 토론회를 제안합니다. KBS가 재난주관방송사로서 부끄럽지 않은 보도를 했는지 반드시 반성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결과물을 우리 9시뉴스를 통해 전달하고, 잘못된 부분은 유족과 시청자들에게 분명히 사과해야 합니다. 침몰하는 KBS 저널리즘을 이대로 지켜보기만 할 수는 없습니다.
부끄럽고 한심한 일이지만 KBS의 현실이고 우리 후배들이 겪은 고통의 시간이었다. 후배들이 취재 현장에서 뺨맞고, KBS로고 감추고, 숨어서 취재할 때 회사는 사보를 통해 ‘국민의 아픔과 슬픔을 녹였다’는 낯뜨거운 자화자찬으로 사보를 발행하고 있었다.
[5월 2일자 KBS사보]
세월호 참사 보도를 통해 수신료 인상에 대한 대국민 반대여론이 공고히 되었고 지금 내고 있는 수신료조차 아깝다는 여론이 SNS를 통해 들끓는 시점에서 반성없는 KBS의 모습은 과연 어떤 결과를 초래할 것인가? 공영방송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잘못했습니다.’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로 덮을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 그런데 이런 후배들의 가슴 아픈 절규를 뒤로하고 회사의 책임자들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 길환영 사장 ]
‘국가기간방송, 재난주관방송...KBS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 (세월호) 전사적으로 인력과 장비를 총동원, 현장의 안타까운 소식을 전하고...타 언론사의 오보나 선정적 보도경향과는 달리 사회 중심추 역할 해냈다!’
[ 임창건 보도본부장 ]
‘세월호 보도 잘못한 거 없고, 일부 문제 있으나 그건 어쩔 수 없었다. 후배들의 이런 글은 현장에서 문제제기 안하고 뒤통수 치듯이 글 쓰는 거 이해 못하겠다. 보도국장 발언 문제 삼은 것과 연계해 생각해 보건데 이번 일도 정파적으로 이용하는 거 아니냐?’
[ 김시곤 보도국장 ]
‘후배들의 이런 글은 대자보 정치이다. 부장이 후배들과 대화하지 않아 이런 일이 벌어졌다. 그럼 KBS가 실종자 가족 이야기 다 들어줘야 하나?’
KBS뉴스를 대표하는 이 들에겐 도대체 무슨 기준이 있는 것인가? 더 이상 침몰하는 KBS를 지켜볼 수 없다. 입닫고 눈감고 버틸 수 있는 시간은 이미 지났다. 길환영 사장, 임창건 보도본부장, 김시곤 보도국장은 당장 국민들에게 사과하고 자리에서 물어나라! 국민들의 아픔과 슬픔을 가중시킨 당신들을 더 이상 공영방송의 사장, 본부장, 국장으로 인정할 수 없다!
2014년 5월 7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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