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불통으로 정통부내 긴장감은 더욱 고조됐다.
2003년 1월 25일 오후 6시,
이상철 정보통신부 장관(사진)은 YTN과 인터뷰를 갖고 이번 사태의 원인이 신종 웜 바이러스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통신 사업자에게 원인파악을 요청했고 한국전산원, 한국정보보호진흥원 등 전문가들에게 원인파악을 하도록 지시했다"면서 “미국 측 컴퓨터에서도 대량의 데이터 유입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국내에 국한된 것인지 아니면 신종 바이러스에 의한 세계적인 현상인지 주목하고 있으며 전문가들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서버에서 DNS 즉 도메인서버만 집중 공격하는 신종 웜 바이러스가 처음 등장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장관은 혜화전화국 DNS서버를 배로 늘리도록 지시했다.
이 장관의 증언.
“12대인 서버를 22대로 10대를 늘리도록 지시했습니다. 트래픽을 해결하기 위함이었어요”
그날 오후 6시 30분경부터 차츰 사태는 호전되기 시작했다. 두루넷의 망과 서버가 복구된데 이어 7시경 하나로통신의 망과 서버도 복구됐다.
오후 11시경부터 트래픽이 줄어들면서 네트워크는 어느 정도 정상을 되찾기 시작했다. 그러나 여전히 부분적인 접속 장애는 계속됐다. 한숨 돌렸지만 어수선한 상황은 계속됐다.
이 장관은 자정까지 장관실에서 사태를 점검하면서 수시로 업무를 보고받다가 상황이 다소 진정되자 퇴근했다. 하지만 대책반을 철야근무를 했다.
일요일인 1월 26일 오전 9시.
이상철 장관은 김태현 차관(정보통신진흥연구원장, 하나로텔레콤 회장 역임을 비롯해 담당 실. 국장, 한국전산원, 한국정보보호진흥원, KT 등 통신사업자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 대책회의를 갖고 이번 사태의 발생 경위 및 원인, 긴급조치 결과, 향후 대책 등을 논의했다.
이 장관의 회고.
“신종 웜 바이러스에 의한 인터넷대란인 것으로 확인한 후 마이크로소프트(MS)사의 패치를 받는 게 대안이라고 판단해 기자회견을 하고 국민행동 요령을 발표했습니다.”
이 장관은 오전 11시 30분 정통부 기자실에 내려와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사태가 일어난 데 대해 국민들에게 송구하게 생각한다”며 대국민 사과 메시지를 발표했다. 이 장관은 인터넷 대란의 사고경위와 대책 등을 설명하고 인터넷 대란 피해최소와 재발 방지를 위한 대국민 행동요령을 발표했다.
이날 기자 회견장에는 신문. 방송 등 취재진 100여명이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뤘다. 기자 회견은 40여 분간 계속됐다.
다음은 기자들과 일문일답.
- 최초 발생 후 어떻게 조치됐나.
▲ 어제 오후 서버를 감염시키는 웜이 트래픽을 급증시켜 생기는 문제라는 것이 파악돼 오후 4시쯤 문제의 포트번호를 막도록 통신사업자들에게 권고했다. 25일 오후 11시께 대부분의 인터넷 접속은 정상 회복되기 시작된 것으로 알고 있다.
- 이번 사태의 개요는.
▲이번 바이러스 공격은 특정한 서버나 파일을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대량 트래픽을 발생시켜 네트워크 자체를 공격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트래픽이 급증하면서 DNS 서버가 마비되는 상이 온 것이다.
- 재발 방지 대책은.
▲당장은 ‘대국민행동요령’에 따라 행동할 것을 국민과 기업들에 당부 드린다. 장기적으로는 정보보호법을 개정해 마치 도로교통법과 마찬가지로 세계 최고의 정보고속도로에서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규율토록 해야 한다고 본다.
- 재발 가능성은.
▲지금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이 아니라 잠시 숨어 있는 것이라고 봐야 한다. 보안이 귀찮은 일일지 모르지만 전체 네트워크의 생명에 관련된 일이고 곧 그것이 나를 지켜 준다는 의식이 필요한 때다.
- 우리나라의 피해상황이 유독 심한 것 같은데.
▲ 우리나라처럼 초고속인터넷 보급이 잘 된 나라가 없다는 게 첫 번째 이유일 것이다. 둘째로 우리나라의 Windows2000 시스템보급률이 외국보다 높은 것 같다. 셋째로 우리나라에는 DNS 서버가 3개 있는데 미국 등에는 여러 개가 있어 분산되는 바람에 외국은 피해가 적은 반면 트래픽 분산이 어려운 우리나라에 피해가 집중됐을 수 있다. 넷째로는 우리나라의 보안의식이 상대적으로 약한 면도 있을 것이다. 보안의식 향상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 DNS 서버가 이렇게 맥없이 무너진다는 건 문제 아닌가. 트래픽을 분산할 수는 없었나.
▲(한국통신 인터넷통신팀장) 지금 현재 서버의 용량으로는 초당 2천여 개의 호(call)를 처리하는 게 고작인데 초당 10만호 가량의 호가 쏟아지는 상황에서는 방법이 없다.
일단 급한 불은 껐지만 인터넷의 두 얼굴 중 험한 얼굴을 경험한 대가는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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