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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자일기-예불

암자일기

by 문성 2009. 12. 19.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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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 생활의 기본이 예불이다.

절의 하루는 예불로 시작해 예불로 끝난다.

모든 절이 다 그렇듯이 길상암도 하루 세 번 에불을 했다. 새벽과 낮, 저녁이다. 이것은 어떤 경우에도 고정불변이다.

세벽 예불은 4시경, 사시라고 하는 낮 예불은 오전 10시 반, 저녁 예불은 오후 6시에 했다.

새벽과 사시예불은 공양 전에, 저녁 예불은 공양 후에 했다.

새벽 예불에 참석하려면 3시경에는 일어나야 했다. 보통 예불은 1시간 가량 걸렸다.


“계향, 정향, 혜향, 해달향. 해탈지견향. 광명운대 주변 법계 공양시방 무량불법승”

새벽 예불은 청정하다.
오분향례를 시작으로 천수경과 금강경, 아미타경을 낭송하고 이어 축원, 반야심경을 끝으로 예불은 끝이 났다.  이렇게 하는 데 1시간이다.

고요한 법당에 들어가 부처님 앞에 삼배를 하고 스님을 따라 예불을 진행하면 마음은 한순간이긴 하지만 무념의 상태로 빠졌다. 그 시간은 나의 것이다.

 예불에 참석한 사람들의 옷자락 스치는 소리와 호흡, 염불소리가 법당을 가득 채웠다.

예불을 할 시간이면 은은히 울리던 법당 옆 풍경도 잠시 숨을 죽였다.

 
원효대사는 기도에 대해 이런 말을 했다.

“절하는 무릎이 시려도 볼 생각을 하지 말라. 주린 창자가 끊어져도 먹을 생각을 하지 말라.”

 가야산 일대는 큰절은 물론이고 산내 암자가 같은 시간 대에 모두 예불을 했다.

 해인사 염불은 우렁하고 활달하다고 한다. 그래서 해인사 염불을 동적이라고 해서 동편제라고 하고 송광사 염불은 차분하다고 해 서편제라고 한다.


가정마다 가풍이 있듯 해인사도 사풍(寺風)이 있다. 단순히 말하면 원칙과 법대로라고 한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성철. 자운, 영암, 혜암, 일타, 법전 등 근래 조계종 최고 스님들이 이곳에서 생활하셨기 때문이다. 어느 누가 뭐라고 해도 법에 어긋나면 용납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어느 날 해인사에서 법전 종정스님의 법문이 있다고 해서 참석한 적이 있다.

넓은 법당안에 해인사 스님들과 신도들로 빈틈이 없었는데 종정 스님의 법문도중 잔 기침소리 하나 들리지 않았다. 스님들은 마치 목석같이 앉아 있었다.

 
우스갯 소리로 해인사는 스님 생활하기가 가장 고된 절이라고 한다. 가풍이 엄격한데다 신도들의 신심이 대단해 어설프게 스님 노릇하다가는 신도들 등살에 견디지 못한다는 것이다.

 성철 스님이 자주 이런 말씀을 하셨다.

“중은 부처님 빽으로 살아야 한다. 열심히 기도해라. 그러면 모든 것이 다 이루어 진다”

선승인 스님도 기도의 중요성을 강조하셨다.

 절에 있으면 불가피한 일이 아니면 예불에 참석해야 한다. 그게 절에 사는 사람의 예의이자 책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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