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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자일기-황제의 출가

암자일기

by 문성 2009. 12. 23.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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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가자는 계율의 삶이다.
스님들은  250개, 보살들은 58개, 사미승은 10개, 신도들도 5개의 계율을 지켜야 한다. 인욕의 그물에 같혀 사는 게 출가자의 삶이다.

출가자는 계행일체의 길을 가야 한다. 불교를 실천종교라고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중국에 이런 고사가 전한다.

소나무 위에서 새들과 산다고 해서 조과라는 이름의 선사가 있었다. 

어느 날 당대 최고의 문장가이자 시인인 백낙천이 찾아왔다. 나무 아래서 위에 앉은 조과선사를 향해 물었다.

“불교의 근본 뜻은 무엇입니까”

“나쁜 일은 하지 말고 좋은 일을 하는 것이지요”

기대 밖의 대답이었다.

 백낙천은 시답지 않다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그것을 누가 모른단 말입니까. 일곱 살 아이라면 다 아는 것 아닙니까”

 조과선사가 되받아 소리쳤다.

“알면 뭐 합니까. 일곱 살 아이도 다 아는 이치를 팔십 먹은 노인라도 실천하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 있답니까. 행동으로 옮겨야지요”

이 말에 백낙천은 크게 깨달았다.

무슨 생각으로 산중에 사느냐고 묻는다면

대답없이 빙긋 웃을 수밖에

복숭아꽃 물길따라 아득히 흘러가는데

이곳은 사람 사는 곳 아닌 딴 세상


              - 이태백의 ‘산중문답(山中問答)-


중국 청나라 황제 중에도 출가한 사람이 있다. 

 

청대의 성군으로 칭송받는 강희황제의 부친인 순치 황제(사진)다.  순치는 청의 3대 황제로 18년간 권좌에 있다가 불교에 귀의하고자 아들인 강희에게 황제를 넘기고 중국 오대산으로 출가했다.

 일설에는 그가 전생에 인도의 승려였다고 한다.

그는 '행치'라는 법명을 받았다. 그의 아들인 강희는 61년간 재임하면서 태평성대를 구가해 천년에 한 번 나올 황제라는 소리를 들었다.

순치는 출가하면서 “출가시”를 남겼다.


“생략/오호와 사해에 노니는 자유로운 객이 되어

        부처님 도량 안에 마음대로 노닐세라

        세속을 떠나는 일 하기 쉽다 말하지 말라

        속세에 쌓아 놓은 선근 없이 아니된다네


       십팔 년 지난간 일 자유라고는 없었다

       강산을 빼앗으려 몇 번이나  싸웠던가

       내 이제 손을 털고 산속으로 돌아가니

       천 만가지 근심걱정 내 이제 아랑곳 할 것 없네


황제 자리를 물러나 출가한 순치의 마음 상태를 잘 알 수 있다. 물처럼 바람처럼 구름처럼 걸림없이 산 출가자 행치의 자세한 행적은 이후 알려지지 않았다.


 수행이란 무엇인가. 흰 옷에 물감들이는 일과 같다. 옷감에 물을 잘들이면 제 색깔이 난다.
 만약 물을 잘못들이면 그 옷은 얼룩 달룩하다. 옷에 물들이는데도 정성을 다해야 한다.

 하물며  구도의 길을 가는 스님들이야 그 수행의 자세가 어떠해야 할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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