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자일기-출가

출가(出家)와 가출(家出).

글자의 앞뒤만 바꾸면 같다. 공통점은 집을 나간다는 점이다.

그러나 그 의미와 깊이는 천지(天地)차이다.

불가에서 말하는 출가는 수행생활을 하기 위해 속세를 버리는 것을 말한다.  출가의 목적은 깨달음을 얻는 일이다.  자신을 구제하고 중생을 제도하기 위한 일대사가 출가다.
(삽화. 해운정사 홈페이지에서)
가출은 집을 나갔다가 마음이 변하면 머리 끍적이며 집으로 들어올 수 있다. 뜻을 번복할 여지가 있다.                                            

출가는 그런 게 아니다.  속세의 인연을 끊고, 버리는 일이다. 출가했다가 환속하는 경우가 있지만 이는 극히 예외적인 일이다.  한순간의 욱하는 감정이 아니라 출가를 하지 않으면 삶의 의미가 없을 정도의 결기와 절실함이 없으면 출가는 하기 어렵다. 

싯달타 왕자가 왕위와 아름다운 아내, 자식을 버리고 궁 성문을 넘어 출가한 것도 끊고 버리는 일을 한 것이다.  매몰차고 독한 결단이다.

출가는 간절하지 않으면 할 수 없다. 생사를 다툴정도의 결연함이 있어야 한다. 버려야 얻을 수 있다.  비워야 채울 수 있는 법이다. 출가하지 않으면 살 이유가 없을 정도로 절실하지 않으면 아예 출가할 생각조차 하지 않아야 한다.

 
출가는 끝없는 인욕의 길이다. 출가자가 된 그 순간부터 모든 것을 참고 또 참아야 한다. 인내하지 못하면 출가자의 멀고 힘든 길을 갈 수 없다. 

 서산대사는 선가귀감에 이렇게 말씀하셨다.

“출가하여 수도자가 되는 것이 어찌 작은 일이랴. 편하고 한가함을 구해서가 아니며, 따뜻이 입고 배불리 먹으려고 한 것도 아니며, 명예나 재산을 구해서도 아니다.  오로지 생사의 괴로움에서 벗어나려는 것이며, 번뇌의 속박을 끊으려는 것이고, 부처님의 자혜와 자비를 이으려는 것이며, 끝없는 이웃을 구제하기 위해서이다”

 이런 마음 가짐이 없으면 출가하기 어렵고, 설령 출가해도 참된 구도의 길을 갈 수 없다.

말이 좋아 스님이지 그 내면에서 자신과 치열하게 싸움야 한다. 지는 순간 그는 올바른 출가자가 되기 힘들다. 

절에 가기전 나는 스님생활이 마음 편한 것으로 생각했다.  공기 좋고 물맑은 산중에서 아무 걸림없이 신도들한테 공경받으며 사는 것이 얼마나 부러운지 몰랐다.  스님들은 신도들한테 늘상 삼배의 예를 받았다.  더욱이 스님은 불법승의 삼위일체다.  

그래서 직장생활이 힘들면 ‘어디 조용한 산사에 가서 푹 쉬었다 왔으면 좋으련만“하고 생각했다.  절에 얹혀 지내면서 스님들의 속 사정을 알고 보니 그런 소리는 '뭘 모를 때' 하는 생각이었다.
나는 스님의 겉만 봤지 안을 들여다 보지 못했던 것이다. 스님들의 청점함 속에 감춰진 내면의 고통과 고뇌를 미쳐 보지 못했다.

스님의 내면은 처절하고 날마다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그게 어디 편한가. 스님도 사람이다.  잡초처럼  수시로 고개를 내미는 인간의 욕망과 망상을 다스린다는 일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명진 스님이 사는 삶을 보니 고달프기 한이 없었다. 누구한테나 하심으로 대하고 자비를 베출어야 하며, 계율에 맞춰 생활해야 했다. 심지어 외출을 하실 때도 식당에 가서 사먹지 않고 김밥을 말아 다니셨다. 이런 생활도 하루 이틀이지 평생한다는 것이 쉬울리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