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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각 전원일기-낙목한천에 핀 노란 민들레꽃.

전원일기

by 문성 2018. 12. 20.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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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고 오후 마당으로 나갔다. 부채살 같은 햇살이 따사롭다. 볼에 와 닿는 바람결이 매섭지 않고 포근하다. 며칠 간 영하를 밑돌던 날씨가 어제부터 풀린 탓이다 오늘 낮 온도는 영상이다.

여름내 파랗던 마당 잔디는 가을에 접어들면서 황달이 든 듯 누렇게 변했다. 인간이건 식물이건 절기를 이기는 장사는 없다. 푸석 푸석한 잔디를 밝으며 사방을 둘러봤다.  생동감이 사라진 잔디는 삭막하다.

,저게 뭐지?.”

마당 한 구석에서 노란색이 눈길을 끌었다. 가까이 가서 보니 노란색 민들레 꽃이다영하 추위를 이기고 노란 꽃을 피운 것이다. 지금은 민들레가 꽃을 피울 때가 아니다. 의외다.

, 대단하네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내가 꽃을 쳐다보자 꽃도 나를 향해 방긋 웃는 듯 했다. 노란 병아리가 생각났다. 꽃이 귀엽고 반가웠다. 손으로 아이 볼을 쓰다듬듯 가만히 꽃잎을 만졌다. 얼음처럼 차갑다. 그래도 민들레는 노란 미소를 거두지 않았다. 

이 민들레는 철이 없는 건가. 혹은 계철을 모르는 건가. 아니면 홑씨를 날리려는 불굴의 의지인가. 민들레 꽃은 보통 45월에 활짝 핀다. 꽃이 지면 하얀 홀씨를 날려 번식한다.

가을 꽃의 상징은 국화다. 가장 늦게 피고, 지는 게 국화다. 지금은 국화도 자취를 감춘 엄동설한이다. 나홀로 노란 색 민들레 꽃을 피우다니. 기개가 대견하다.

민들레 꽃말은 행복이다노란 민들레는 언제나 행복을 안고 살라는 '행복홀씨'를 인간세상에 날리기 위해 찬바람 맞으며 기다린 건 아닐까.  

당나라 선승 임제선사는 임제록에서 수처작주(隨處作主) 입처개진(立處皆眞)”라고 설파했다. 어디서나 주인 자세로 살면 그곳이 곧 진리의 경지라는 의미다. 저 민들레는 한파속에서 꽃을 피웠다자리에서 최선을 다 한 결과다.

조선시대 대제학 벼슬을 지낸 이정보(1693~1766)선생은 국화야 너는 어이라는 시조를 남겼다.

국화야 너는 어이 삼월동풍(三月東風) 다 지내고

낙목한천(落木寒天)에 네 홀로 피었는다

아마도 오상고절(傲霜孤節)은 너뿐인가 하노라.

홀로 활짝 핀 노란 민들레 꽃를 보니 오상고절은 국화 전유물이 아니다.  나홀로 핀 민들레도 오상고절이다.

살다보면 환경에 굴복하거나 타협하는 일이 적지 않다. 이제 환경 탓하지 말고 내 삶에 최선을 다해야 겠다. 포기하지 말자. 하면 한다. 노란 민들레의 환한 미소가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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