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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 트라우마 치료 뇌회로 발견...IBS 신희섭 연구팀

과기정통. ICT. 국방

by 문성 2019. 2. 14.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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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과학연구원(IBS) 인지와 사회성 연구단 신희섭 단장(사진) 연구팀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일명 트라우마를 치료하는 심리치료 요법의 효과를 세계 최초로 동물실험으로 입증하고 관련된 새로운 뇌 회로를 발견했다.

이번 연구는 경험적으로만 확인된 심리치료 기법 효과를 동물실험으로 입증함으로써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치료법의 과학적 원리를 밝혔다는데 의의가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IBS는 이같은 연구 성과가 세계최고 권위의 학술지 네이처(Nature, IF 41.577) 온라인 판에 214일 새벽 3(한국시간) 실렸다고 14일 밝혔다.

정신과에서 활용되는 심리치료법의효과를 동물실험으로 재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포기억을 회상하는 동안 좌우로 움직이는 빛이나 소리 등이 반복되면 정신적 외상이 효과적으로 치료된다는 사실은 기존에도 보고된 바 있었으나 원리를 알 수 없어 도외시되는 경우가 있었다.

연구진은 공포반응을 보이는 생쥐에게 좌우로 반복해서 움직이는 빛 자극(양측성 자극)을 주었을 때, 행동이 얼어붙는 공포반응이 빠르게 감소하는 것을 발견했다.

안구운동 민감소실 및 재처리 요법(EMDR)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치료에 사용되는 심리치료 요법 중 하나다. 환자가 공포기억을 회상하는 동안 눈동자를 좌우로 움직이게 만드는 시각적 운동을 동반해 정신적 외상을 치료한다.

시간이 지난 후나 다른 장소에서 비슷한 상황에 처할 경우에도 공포 반응이 재발하지 않는 것을 확인했고 뇌 영역 중 공포기억과 반응에 관여하는 새로운 뇌 신경회로도 발견했다.

행동과 관찰 실험, 신경생리학 기법 등을 통해 공포반응 감소 효과는 시각적 자극을 받아들인 상구(안구운동과 주위집중 담당)에서 시작해 중앙 내측 시상핵(공포기억 억제 관여)을 거쳐 편도체(공포 반응 작용)에 도달하는 신경회로에 의해 조절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상구중앙 내측 시상핵편도체로 이어지는 신경회로를 광유전학 기법으로 강화하자 공포반응 감소 효과가 강하게 나타나고, 반대로 억제하자 공포 반응 감소 효과가 사라졌다.

신희섭 기초과학연구원 인지및사회성연구단장은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단 한 번의 트라우마로 발생하지만 약물과 심리치료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앞으로도 공포기억 억제 회로를 조절하는 약물이나 기술을 개발하는 연구에 집중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쉽게 치료하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를 시작한 계기나 배경은?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던 이석찬 박사(공동 제1저자)는 기존 논문에서 중앙 내측 시상핵의 신경활동이 공포기억 소거 과정에 관여한다는 사실을 밝힌 적이 있다. 이 중앙 내측 시상핵의 활동을 어느 뇌 영역이 조절할까 고민하던 때에 TV에서 안구운동 민감소실 및 재처리 요법을 이용하여 트라우마를 치료하는 장면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어 실험을 시작했다.

- 이번 성과, 무엇이 다른가?

이번 성과가 특히 중요한 점은 정신과적인 심리치료법을 동물 모델에서 그 효과를 입증했다는 점이다. 세계 최초로 성공한 사례다. 또한, 치료법의 뇌 과학적 원리를 밝히는 과정에서 공포기억 조절 뇌 회로를 새로이 발견하는 중요한 성과를 이루었다.

동물모델에서 억제되었던 공포기억이 쉽게 되살아난다는 사실은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었고, 이 때문에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치료가 어렵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수많은 연구들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들을 제시했었고, 실제로 동물모델에서는 성공적으로 지속적으로 공포기억을 없앨 수 있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신경세포를 죽이거나 신경 연결을 없애는 등의 작용을 하는 화합물들을 사용하였기 때문에 이 방법들을 사람을 대상으로 적용할 수 없었다. 실제 치료에서는 심리치료기법이 주로 사용되어 왔는데 이 방법들은 반대로 동물모델에서 연구된 적이 없어서 어떤 원리로 치료가 이루어지는지가 알려지지 않았다. 이번 연구는 실제 치료에서 기법을 동물에서 적용하여 그 원리를 밝혔다는 데에 의의가 있고, 또 그 신경회로가 기존에는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것이기 때문에 향후 공포기억 관련 연구들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꼭 이루고 싶은 목표와, 향후 연구계획은?

이번 연구에서 실제 치료법과 관련된 새로운 신경회로를 밝혔지만, 기존에 있는 기법의 기작을 밝힌 것이기 때문에 당장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치료에 획기적인 개선이 이루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향후에 새롭게 밝힌 신경회로의 특성을 더 자세히 밝히는 등의 연구를 지속하여 실질적은 치료법의 개선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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