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박수칠 때 떠난다”,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의 아름다운 퇴장

사람들

by 문성 2019. 11. 29. 12:28

본문

 

 

이형기 시인의 시 낙화(落花)’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박수칠 때 떠나는 이의 뒷모습은 아름답다. 그걸 알면서 실천못하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 특히 정치인들이 그렇다. 국민이 등을 떠 밀어도 버티는 추한 모습들이 너무 많다.

. LG전자 가전신화의 주역 조성진 부회장(사진)의 퇴장은 아름답다432개월 LG전자 한 직장에서 일했다. 외길 삶이었다

 조 부회장은 재임시 숱한 기록을 남겼다. 한국의 가전을 세계 최정상에 우뚝 올려 놓은 '가전신화의 주역이다. 조 부회장은 2016년 말 LG전자 CEO 에 선임되며 LG 브랜드를 글로벌 1위 브랜드로 키운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리고 올해 상반기 LG전자는 생활가전에서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세계 최대 가전 업체인 미국 월풀을 앞서며 또 하나의 신화를 더했다.

19769월에 입사했으니 LG전자에서만 어느덧 만 432개월간 일했다. 그야말로 청춘을 LG에서 불살랐다. 그 재가 남아 가전신화를 잉태했다.

그는 "한 회사에서 이렇게 오랜 기간을 다닌 것은 하나님의 은혜"라며 "은퇴조차도 감사하고 행복하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젊음을 포함해 모든 것을 LG전자와 함께 했기에 후회나 부끄러움은 없다"고 말했다.

그가 떠나면서 구성원들에 남긴 말도 가슴에 아로새겨야 할 말이다. 그는 "LG전자가 영속되기 위해서는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이 1등에 대한 강한 열망을 갖고 있어야 한다""CEO 인 권봉석 사장이 회사를 잘 이끌 수 있도록 기도하고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그를 잘 알다시피 고졸 출신이다. 서울 용산공고를 졸업하고 19769월 금성사(LG전자 전신)에 입사해 43년여 동안 LG전자의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조 부회장이 입사할 당시만 해도 세탁기 보급률은 0.1%도 안된 시절이었지만 그는 세탁기가 반드시 대중화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2012년까지 36년간 세탁기에 매진하며 확신을 현실로 이끌었다. 2012년 말에는 사장으로 승진하며 세탁기를 포함한 냉장고, 에어컨 등 생활가전 전반을 맡았다.

조 부회장은 세탁기 사업을 통해 쌓은 1DNA를 다른 생활가전으로 확대하며 H&A 사업본부의 체질을 바꿔놓았다. 지속적인 R&D 투자, 고도화된 사업 포트폴리오, 안정적 수익구조 등을 기반으로 LG전자 생활가전의 위상을 높였다.

조 부회장은 수익 기반의 성장을 가속화하기 위해서는 '프리미엄 가전'은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고 판단했다. 한국 가전업체로 처음으로 프리미엄 가전 'LG 시그니처(LG SIGNATURE)', 프리미엄 빌트인 시장을 겨냥한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SIGNATURE KITCHEN SUITE)' 등을 성공적으로 런칭시켜 LG 브랜드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조 부회장은 신개념 의류관리기 '트롬 스타일러', 상단 드럼세탁기와 하단 미니워시를 결합한 '트윈워시' 등 세상에 없던 제품뿐 아니라 LG 퓨리케어 360°공기청정기, 코드제로 A9 등 고객의 삶을 더욱 편리하게 만들어 줄 획기적인 가전제품을 꾸준히 선보였다. 가전업계에서는 '가전' 이라는 새로운 용어가 탄생하기도 했다.

조 부회장은 생활가전에서 쌓아온 글로벌 성공체험을 바탕으로 LG전자 사업에 혁신 DNA를 이식해왔다.

조 부회장은 자동차 부품 사업의 성장동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자동차용 헤드램프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성장 잠재력을 갖춘 오스트리아의 ZKW 인수했다.또 경기도 평택의 스마트폰 생산라인을 'LG 하이퐁 캠퍼스'로 이전하는 용단을 내렸다.

조 부회장의 프리미엄 전략은 TV 사업에서도 주효했다. 그는 2013LG전자가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올레드 TV 에 집중하며 TV 사업의 수익구조를 한층 강화했다.

조 부회장은 로봇, 인공지능, 자율주행, 빅데이터 등 미래 기술을 위한 선제적 투자와 역량강화에도 거침이 없었다. 그는 미래사업을 조기에 육성하기 위해 로봇사업센터와 같은 전담조직을 구성하고 해외에 인공지능연구소를 개소하는 등 미래사업을 위한 역량 강화에 힘썼다. 국내외에서 4차 산업혁명 분야의 인재들과 직접 만나며 인재 영입을 직접 챙겼다.

그는 직원들과의 소통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 경영자가 아닌 선배로서 조언자 역할을 자처하고 주기적으로 많은 직원들과 얘기를 나눌 기회를 마련했다.

조 부회장은 지금이 LG전자가 4차 산업혁명의 큰 축인 디지털전환을 위해 더 크게 도약하기 위한 중요한 시점이라 판단했다. 그는 디지털전환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역량을 갖춘 젊은 사업가의 새로운 리더십이 LG전자의 도약을 이끌 것이라고 기대했다.  떠나는 이의 희망이다.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