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혹이 의혹을 낳는다.
해군 초계함인 천안함(사진.해군제공)이 침몰한 지 닷새째지만 군당국의 사고 원인 규명과 실종자 구조작업은 제자리걸음이다. 가슴 아픈 일이다.
어느 의혹하나 제대로 명쾌하게 해명하지 못하다 보니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군당국의 해명이 오히려 불신을 사는 일도 있다. 속 시원한 답이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해군 전역자들이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군당국의 해명을 반박하면서 군당국에 대한 불신은 더 커지는 모양이다.
국민이 의혹을 갖는 점은 몇 가지다. 우선 이런 의혹에 정부는 사실대로 명쾌하게 해명해야 한다. 감추고 통제하려는 태도는 사태를 더 악화시킨다. 마치 정부가 뭘 숨기려 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지 않아야 한다.
1. 천안함이 왜 그동안 잘 다니지 않던 백령도 1마일까지 접근했느냐는 점이다. 그것도 늦은 시간에 수심이 25m밖에 안되는 근해로 1200톤급 초계정이 간 이유가 궁금하다. 어떤 작전 수행이었는도 궁금한 사항이다.
1. 사고 후 70분간의 행적이다. 천안함은 밤 9시반 경 폭발했다. 그리고 70여분간의 여유가 있었다. 그 시간에 어떻게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대처했나. 일부는 함정이 3시간만에 침몰했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의혹은 더 커진다.
1. 천안함 침몰시 인근에 있던 초계함 속초함은 5분여 걸쳐 함포 경고사격을 했다. 76mm주포 130발을 발사했다는데 사전에 지휘관의 승인을 얻어야 발사한다고 한다. 왜 어디를 향해 발사했나. 새 떼라고 하는데 전역자들은 이는 말도 안된다고 지적한다. 발사 대상이 북한 비행기 또는 함정이었나. 더욱이 왜 즉시 구조하려 가지 않았나.
1. 천안함이 한미독수리 훈련과 관련이 있나 없나. 일부 언론은 이 훈련과 관련이 있다고 보도 했다. 군당국은 사실이 아니라며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여전히 의혹이다.
1. 사고 전 함정과 2함대 또는 지휘부와 교신한 자료를 왜 공개하지 않고 있다. 물론 교신내용이 군사비밀이어서 다 공개하는데는 문제가 있다. 하지만 각종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입증자료가 있어야 한다. 교신 내용을 보면 당시 상황을 알 수 있다. 더욱이 국회국방위에서 국회의원들이 이 자료를 요구했고 국방장관은 제출하겠다고 대답했다. 국민에게 못 밝힐 이유가 없다.
1. 실종 사병에 대한 구조작업이 왜 늦었는가. 부표는 제대로 설치하긴 했었나. 천안함이 침몰하는데 구조장비도 갖추지 않고 다른 함정이 사고 현장에 출동했다면 납득할 수 있나. 헬기는 왜 구조 못했나. 로프로 끌어 올릴 수는 없었나. 구조 작업도 엉성하기 마찬가지다. 기뢰탐지함이 늦장 출동과 챔버 부족 등이 의혹이다. 사전에 사고에 대비한 메뉴얼은 없나.
이런 각종 의혹에 정부가 분명하고 명쾌하게 해명하지 못하면 각종 의혹은 춤을 출 것이다.
의혹 제기는 곧 정부와 군당국에 대한 불신이다. 어느 것 하나 믿지 못하게 만든 책임은 정부와 군 당국에 있다.
국민에게 참고 기다려 달라고 해봐야 소용이 없다. 진실만이 의혹을 푸는 열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