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시중 방송통신위원은 지난 3월 18일 "정보통신부 해체는 잘못됐다'고 하소연했다.
오죽 답답했으면 그런 말을 했으랴 싶지만 이를 듣는 국민은 속이 터질 지경이다. 처음 정통부를 없애려 할 때 그렇게 하면 'IT강국'으로 재도약이 어렵다며 간곡히 반대했건만 MB정부는 들은척도 하지 않았다.
이제와서 뒤늦게 방통위원장이 하소연을 할 지경에 이르렀으니 최악의 조직개편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 이정부 들어 출범한 방송통신위원회는 운영에 문제가 하나 둘이 아니다.
방통위는 다른 부처와는 달리 독임제가 아닌 합의제다. 위원장을 포함해 5명의 상임위원들이 합의하지 못하면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처리할 수 없는 조직체다. 실제 정책의 신속성과 효율성을 기대할 수 없다. 태생적으로 순항하기 어려운 조직이다.
민주당이 지난 2월 사퇴한 이병기 상임위원 후임으로 양문석(44)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을 4일 내정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방통위에 당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고 당론에도 부합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사람으로 양 총장이 적임자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했다.
양 내정자의 개인적인 성향이 어떻든 민주당 관계자의 발언대로라면 앞으로 방송통신위원회는 '제2의 국회'가 될 소지가 높다. 당론에 따라야 할 처지이기 때문이다.
방통위 1기 상임위원들은 자신을 추천한 당의 입김을 거의 받지 않았다. 한 때 민주당이 추천한 상임위원들이 여당의 견제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며 교체론을 들고 나온 적이 있지만 그 후 별다른 논란은 없었다. 비교적 국민의 눈으로 산업적 측면에서 정책을 입안하려 노력했기 때문이다.
지금도 방통위에 대해 “되는 일도 없고 안되는 일도 없다”는 비난이 많다. 아무리 시각을 다투는 현안도 회의를 열어 합의해야 시행이 가능하다. 방송과 통신은 규제와 진흥이 주 업무다. 이 두가지를 한곳에서 하다보니 제대로 굴러가지 않았다. 정책의 불균형 현상도 심하다. 가령 미디어랩을 놓고 국회에서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할 때 방통위는 온통 이 분야에만 매달렸다. 상대적으로 통신업무에 대한 관심도는 떨어졌다.
더욱이 정통부가 통합해 추진하던 업무를 4개 부처로 분산해 놓으니 업무 통합은 기대할 수 없고 부처간 협조가 쉽지 않았다. 근본적으로는 정부가 조직개편을 검토해야 한다.
이처럼 문제가 많은 위원회에 민주당의 속내처럼 정치 논리가 등장한다면 방통위는 또 다른 정치판이 될 수 밖에 없다. 방통위가 여야 대결의 장이 된다면 방송과 통신, 그중에서 IT산업 육성책은 실종할 가능성이 아주 놓다.
가득이나 정치인들의 정쟁에 국민은 신물이 난다. 민주당도 국민과 방송과 통신산업 발전을 위해서 후임 상임위원을 추천한 것이다. 정치는 국회에서 하고 상임위원은 행정을 할 수 있게 해야한다. 민주당이 정당의 대변자를 방통위에 보는 게 아니다.
방통위가 '정쟁의 장'이 되지 않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민주당과 양 내정자의 선택과 결단을 주목한다. 양 내정자는 민주당 당론보다 국민 이익과 IT산업 진흥을 우선해야 한다. 조직 자체도 문제인데 여기에 정치논리가 더하면 정말 논쟁말고는 할 일이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