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오 국회의장(사진)이 13일 "정보통신과 콘텐츠, 원천기술 등을 총괄한 통합 부처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국회의원도 아닌 입법부 수장인 국회의장이 정보통신기술(ICT)분야의 정부조직개편을 제안하는 것 자체가 퍽 이례적이다. 얼마나 행정부 IT관련 업무가 답답했으면 국회의장이 이런 주장을 했으랴 싶다.
그는 "최근 스마트폰 열풍이 불면서 과연 우리가 IT강국인지에 대한 의문이 곳곳에서 제기된다. 최근 지식경제부와 문화부, 방송통신위가 경쟁하는 바람에 정책을 추진하는 힘이 약해졌다" 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만큼 화급한 사안이라는 반증이다.
하지만 아이러니다. 김의장은 이명박정부 출범전 인수위 부위원장이었다. 그는 정부조직개편을 총괄했다. 그는 정보통신부를 폐지하는데 일조한 사람이다. 2년이 지난 지금 그는 다시 "IT 통합부처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래서 기록이 무서운 존재다.
그는 인수위부위원장 시절인 2008년 1월 9일 한나라당 중진최고회의에 참석해 말했다.
“역대 정부에서 왜 정부조직개편을 제대로 하지 못했느냐는 것을 절감한다. 정부조직개편은 시대적 요구이자 국민의 요청이다. 정보통신부 존계가 논의되고 있다. 공과 사 사이에서 원칙과 정도를 지키는데 매우 괴롭다”
그는 국회 과기정통위원회 위원장으로 IT분야를 누구보다 소상히 알고 있었다. 그랬기에 그에게 거는 IT인들의 기대는 컸다. 하지만 그는 정보통신부를 폐지하는 편의 손을 들었다.
그는 그해 1월 13일 신동아와 인터뷰를 가졌다.
그는 정보통신부 페지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그 내용을 옮긴다.
기자가 물었다.
“정통부 해체 이유는…”
“내가 국회 과기정통위원회에 최장기간 있었어요. 정통부 업무에 누구보다 정통하다고 할 수 있죠. 1994년 정통부 설립 때 현역 의원으로서 가장 열심히 설립의 당위성을 주장한 사람이었어요. 그때는 정통부가 시대적 요구였습니다. 새로운 성장엔진, 먹을거리 창출이 필요했어요. 다행히 정통부가 발족한 뒤 열심히 일했고 제3의 물결, 세계사적 전환의 시점에 정보통신 업계는 눈부신 발전을 이뤘습니다. 하드웨어 부분에서 세계 최고에 올랐어요. 정보통신은 외환위기 극복 때 효자사업이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정보통신의 소프트웨어가 강조되는 시기이고, IT와 기존 산업의 융합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그러나 정보통신업계에서 하드웨어적인 부분을 빼면 소프트웨어적인 부분은 영역이 매우 좁다는 것을 다들 알고 있죠. IT가 독보적으로 발전할 수 있으면 그대로 독립시키면 되지만 지금은 IT 분야가 선진국에 비해 뒤처지고 있어요. 결국 IT분야의 재도약을 위해선 산업테크놀로지 부분과의 융합이 필요하기 때문에 정보통신부에 대한 뼈아픈 조직개편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정보통신부를 십수년 동안 가족처럼 대해왔는데 여기저기로 흩어진다고 생각하니 개인적으로 가슴이 아픕니다.”
당시 인수위 실제들이 내세운 정보통신부 폐지 이유는 IT인수분해론이었다. IT가 모든 산업에 녹아들어가 융합한 것이고 인수위는 큰소리를 쳤다.
그렇게 해서 정보통신부는 간판을 내렸다. 정보통신부 폐지에 대해 반대 여론이 높았지만 인수위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조직의 이기주의로 몰아 붙였다. IT관련 업무는 방통위, 행안부, 지경부, 교과부, 문화부 등으로 각기 분산했다.
세상은 방송과 통신이 융합하는데 정부는 그 반대로 관련 업무를 분산시켰다. 그리고 2년이 지났다. 그 결과는 김의장이 지적대로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