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타비’(我是他非). 올해 교수들이 선정한 올해 사자성어다. ‘나는 옳고 상대는 틀렸다’는 뜻이다.
교수신문은 지난 7일부터 14일까지 교수 906명을 대상으로 이메일 설문조사를 한 결과 아시타비(사진. 교수신문)가 588표(32.4%·2개씩 선정)로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았다고 20일 밝혔다. 교수들은 한국사회의 2020년을 ‘내로남불의 해’로 규정했다.
아시타비는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을 한문으로 옮긴 신조어다. 신조어가 사자성어로 뽑힌 일은 처음이다
아시타비는 두 교수의 추천을 받았다. 정태연 중앙대 교수(심리학과)는 “모든 잘못을 남 탓으로 돌리고 서로를 상스럽게 비난하고 헐뜯는 소모적 싸움만 무성할 뿐 협업해서 건설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라고 추천 이유를 밝혔다.
최재목 영남대 교수(철학과) 역시 “여야, 진보와 보수,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 사이는 물론 코로나19 바이러스 발생을 두고서도 사회 도처에서 ‘내로남불 사태’가 불거졌다”라는 평을 보탰다. 정계를 중심으로 뻔뻔스런 말이 들끓어 사회 전반에 극심한 피로만 낳았다는 진단이다.
설문에 응한 교수들도 문제 의식을 같이 했다. “조국에 이어 추미애, 윤석열 기사로 한 해를 도배했는데 골자는 한 줄이다. ‘나는 깨끗하고 정당하다’”(예체능∙40대), “진보 정권은 잘못을 인정하는 일이 없고 보수 세력은 과거를 뉘우치지 않는다”(사회∙60대), “도덕적 시비에 빠진 적폐청산과 야당의 방어전략으로 추상적, 도덕적 차원에 국정이 고립됐다”(사회∙30대) 등 평이 아시타비에 따라 붙었다. 정치인 뿐 아니라 언론, 검찰, 지식인을 질타하는 목소리도 쏟아졌다.
아시타비의 뒤를 이은 성어는 후안무치(厚颜無耻)다. 396표(21.85%)를 얻어 두 번째로 많은 선택을 받았다. ‘얼굴이 두꺼워 부끄러움이 없다’는 뜻으로 아시타비와도 뜻이 동한다. 전형준 서울대 교수(중문학과)가 추천했다. 후안무치를 뽑은 목소리들은 더 톤이 높았다. “임명직이 임명권자를 능멸”, “586 집권세력의 초법적 행태”, “언론의 감정적이고 도를 넘은 보도” 등 날 선 비판이 줄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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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첩첩산중(疊疊山中∙12.74%), 5위 천학지어(泉涸之魚∙8.16%) 순이다. “말라가는 샘에서 물고기들이 서로를 돕는다”는 의미의 천학지어를 추천한 전호근 경희대 교수(후마니타스 칼리지)는 “이 또한 지난 1년간 우리의 모습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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