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김문수 경기도지사 후보(사진)가 자신의 발언으로 인해 자칫 '제2의 안상수'가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김 후보와 신륵사 주지 세영 스님의 4대강 사업에 대한 주장이 서로 다른데다 불교계가 김후보에게 사과와 공직사퇴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 김 후보에게는 나쁜 징후다. 이번 일의 전개과정은 안 의원의 경우와 유사하다. 안 의원은 비공개 대화에서 한 말이고 김 후보는 방송에서 공개적으로 한 발언이란 점이 차이다. 하지만 진실게임에 휘말린 점은 같다.
김 후보는 지난 14일 SBS ‘시사토론’에서 "신륵사 주지스님이 조계종 총무원의 환경위원회 위원장을 하셨던 분인데 4대강 사업을 찬성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세영 스님은 15일 인터넷매체인 '불교포커스' 와 인터뷰에서 "4대강 사업을 찬성한다고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불교연대는 17일 "불교계는 김문수 후보의 발언에 의문을 표할 수밖에 없으며, 활발히 진행되는 불교계의 4대강 운하개발사업 저지활동을 위축시키고자 한 행위가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김 후보의 사과와 사퇴를 촉구했다.
김 후보는 18일 한 라디오 방송에 나와 "세영 스님께서 이 부분에 대해서 저희들과 늘 대화를 하고 (있고) 어제도 또 전화를 하셨는데, 계속 전화하시면서 (4대강 사업과 관련해) 같이 협력, 협조 하고 있다"며 "언론이 보도를 해서 어떻다 이런 것이 아니라 입장을 잘 보시고 스님 말씀 직접 들어보시면 (입장이) 잘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김 후보는 자산의 발언이 사실이라는 점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둘 중 한 사람은 거짓말을 하는 셈이다.
이 문제는 앞으로 쟁점이 될 가능성이 다분하다. 설사 세영 스님이 가만히 있는다고 해도 야당 후보가 이 문제를 그냥 넘길리 없다. 불교계도 가만히 있지 않는다. 조계종 중앙종회는 18일 4대강 사업을 즉각 중단하라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불교계와 천주교는 이미 4대강 사업 반대 후보를 지자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천주교는 지난 10일 1만여명이 모여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생명평화 미사를 열었다. 이런 상황에서 김 후보는 4대강 사업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여기에 세영스님의 발언을 놓고 진실논란에 휘말리면 이번 지방선거에서 역풍을 맞을 수 있다.
김후보는 마음과 발걸음이 바쁘다. 유시민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상승세를 타고 있어 쫒기는 입장이다. 김후보는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 들여야 한다. 가능한 빨리 이번 논란을 잠재워야 한다. 그가 어떻게 이 문제를 풀지가 승패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