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무죄 무권유죄.
이 말에는 서민들의 한이 담겨있다. 불행하게도 이 말은 시대의 풍자어다.
이 사회를 관통하는 화두는 단연 공정성이다. 더욱 법앞에 평등해야 한다. '만인은 법앞에 평등하다'는 말도 있다. 과연 그런가.
가진 자건 못가진 자건 법의 잣대는 동일해야 한다. 그게 아니면 풍자어가 등장한다. 일종의 비꼬는 의미다.
‘유전무죄 무전유죄’ ‘유권무죄 무권유죄’라는 말은 왜 사리지 않은가. 돈이나 권력 가진자는 죄를 지어도 무죄고 가진 것 없는 이는 깃털처럼 가벼운 잘못을 해도 죄의 댓가를 받는다면 여전히 유효한 것이다.
법치를 유독 강조하는 이명박 정부의 현실은 어떤가.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개각을 단행했다. 고위 공직자 후보자들 중에서 불법을 한 이가 드러났다. 대표적인 게 위장전입이다. 주민등록법상 이는 불법이다. 위장전입은 3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한다.
지난 12일 국회 인사청문회에 선 이인복 대법관 후보자도 이 법을 위반했다. 그는 2006년 서울고법 부장판사 시절 아파트 분양을 받기 위해 경기 용인에 전형적인 위장전입을 했다. 다른 자리도 아닌 대법관 후보자다. 이런 이가 국민에게 법치를 강조할 자격이 있을 까. 자신의 잘못은 한마디 '사과의 말'로 넘기고 다른 사람에 대해서는 법대로 처벌한다면 이거야 말로 '유권무죄요 무권 유죄'의 전형이다.
신재민 문화체육부 장관 후보자와 이현동 국세청장 내정자도 위장전입을 했다고 한다. 신 장관 내정자는 1995년부터 2003년 사이에 세 딸들의 학교 진학을 위해 일산의 우수 학군으로 알려진 곳으로 5차례나 주소를 이전한 사실이 창조한국당 이용경 의원에 의해 밝혀졌다.
신 내정자는 "딸들의 초등학교 적응문제로 인해 인근 다른 학교로 전학시킬 목적으로 같은 고양시 인근 동으로 주민등록을 옮긴 사실이 있다"고 위장전입 사실을 시인했다.
이 국세청장 내정자의 부인과 딸도 중학교에 다니는 딸이 특정 고등학교 진학을 희망해 2000년 11월에 이 후보자에서 떨어져 나와 옆 아파트로 주소를 옮겼다. 이 내정자는 이에 대해 "청문회때 국회의원들의 질의가 있으면 자세히 답하겠다"고 말했다.
20일부터 이들에 대한 청문회가 열린다.
이들에 대해 여권이나 국회의원들이 어떤 잣대를 들이댈지 궁금하다. 과거 일이니 괜찮다고 할까. 그런 식이면 과거 잘못을 저질러 갇혀 있는 법죄자들도 풀어 줘야 한다. 권력자는 그물에서 빠져 나가고 힘없고 배경없는 서민들만 법의 거물에 걸린다면 법치는 공정하지 않다. 권력자의 편이다. 만인은 법앞에 평등하지 않는 것이다.
고위직 내정자들이 법치를 훼손한 전력이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답변은 어린 초등학생이라도 다 안다. 자명하다. 법대로 하면 된다. 그래서 이번 고위 공직 후보자들에 대한 국회 공청회를 보는 국민의 관심은 높다. 법치를 실천하는 가. 아니면 말 따로 현실 따로 인가의 확인판이 될 것이다.
유권무죄 무권유죄.
이 말은 아직도 유효한 것인가. 법치는 살아 있는가.
국회 청문회 결과와 이 대통령의 결정이 이 말에 대한 가장 확실한 답변이 될 것이다. 법치의 잣대는 지금 시험대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