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만 역전(逆轉)이 있는 게 아니다. 산업에도 역전이 있다.
초고속정보통신망구축은 한국의 산업 역전을 불러온 한 동인(動因)이었다. 산업화에서 뒤진 한국의 면모를 정보화로 일신(日新)한 것이다. 바로 산업 역전이었다.
1994년 5월 30일 초고속정보화추진위원회가 발족하자 체신부는 범정부 조직인 초고속정보통신망 구축 기획단 구성에 역점을 두었다. 국무총리실과 총무처 등을 뛰어다니며 인력과 예산 지원 등에 대한 협의를 진행했다.
기획단 구성 실무를 담당했던 김인식 체신부 정보망과장(정보통신공무원교육원장. 한국정보인증 사장역임)의 증언.
“ 국무총리실과 총무처를 다니며 업무 협의를 했습니다. 당시 국무총리실의 이기호 행정조정관(노동부장관. 청와대경제수석 역임)과 변재일 산업심의관(정통부 차관 역임. 현 국회과학기술위원장) 등을 만나 사업 계획을 설명하고 협조를 구했습니다. 이 조정관은 초고속정보통신망 계획을 설명하자 금새 관심을 보이더군요. 윗분이 관심을 가질만한 정책이라고 판단한 것 같았어요. 그 자리에서 ‘알았다. 국무총리에게 보고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로인해 이회창 총리(현 자유선진당 대표)가 이 사업에 남다른 관심을 갖게 됐다고 들었습니다”.
이와 관련한 작은 에피소드 하나.
이 총리 주재로 열린 1994년 4월14일 초고속정보통신망 구축 회의와 관련한 언론 보도가 기대에 못미치자 이 총리가 못내 아쉬움을 표시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총리실 관계자가 이튼날 기자실로 내려와 보충 설명을 했다. 당시 언론은 회의 내용이 체신부의 발표 내용을 재탕한 것이 아니냐며 평가절하했던 것. 총리실 관계자는 “총리는 미래정보 사회에 대비한 이 정책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앞으로 이 사업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가겠다는 의지가 강하다”며 “체신부가 앞서 발표한 안은 시안이고 이번 총리주재 회의는 관계부처 장관회의를 통해 세부계획을 확정한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 총리가 이 사업에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 일이었다.
김 과장은 총무처와도 수 차 기획단 인력과 조직에 관해 협의했다.
김 과장의 이어지는 증언.
“인력과 관련해 총무처는 무척 까다롭습니다. 그런 총무처가 이 일에는 아주 호의적이었습니다. 국가정보화를 하기 위해 기획단 조직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더니 실무자인 인사과 이성렬과장(소청심사위원장. 대한지적공사사장 역임)이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었습니다.”.
김영삼 대통령은 1994년 7월2일 충북 청원군 경부고속전철 중부사무소 및 공사현장을 방문하고 현지에서 신경제회의를 주재했다. 이 자리에 윤동윤 체신부장관(한 한국IT리더스포럼회장)과 박성득 정보통신정책실장(정통부 차관 역임. 현 SK&C 고문. 한국해킹보안협회장)이 참석했다. 체신부는 김대통령에게 3월에 이어 초고속정보통신망구축에 대한 사업계획을 재차 보고했다.
박 실장의 기억.
“보고할 내용은 브리핑 차트로 만들어 갔어요. 5장 분량의 내용인데 사업 총괄 개요를 보고 했습니다”.
윤 장관은 7월에 국무총리가 위원장인 초고속정보추진위원회에 초고속정보통신망구축기획단 설치 운영안을 제출했다. 이 안에 따르면 기획단은 초고속정보통신망의 구축과 운용을 관장하며 인력은 관련부처와 정부 기관 등에서 파견받기로 했다. 기획단 부단장이하 구성원은 초고소정보통신망 구축관련 업무에 전념하고 인사나 복무규정은 공무원 복무규정을 준용키로 결정했다.
이런 방침은 94년 7월 5일 경제기획원 회의실에서 열린 초고속정보화추진위원회 1차 실무위원회에서 확정됐다. 실무위원장은 한이헌 경제기획원차관(청와대 경제수석. 15대 국회의원.기술신용보증기금이사장 역임. 현 한국디지털미디어고교장)이었다.
기획단은 단장과 부단장 각 1명과, 기획총괄반, 국가망계획반, 공중망계획반, 기술개발반, 망운영반, 기술지원반 등 6개반 49명으로 구성키로 했다. 이 중 25명은 경제기획원과 상공부, 과학기술처,총무처, 공보처 등 7개 부처에서 파견하는 인원으로 충원키로 했다. 나머지는 한국통신(현 KT)과 데이콤, 한국이동통신(현 SKT), 한국전산원(현 한국정보화진흥원), 한국전자통신연구소(현 한국전자통신연구원), 통신정책연구소(현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등에서 전문인력을 선발했다.
구축단의 반별 업무도 확정했다.
기획총괄반은 망구축계획총괄 및 종합심사분석.평가, 관련 법령 및 제도검토, 수요조사 및 공공부문 신규서비스개발.지원, 민간부문의 관련서비스개발촉진 및 지원 업무를 맡기로 했다. 국가망계획반은 국가망구축의 단계별.연차별 세부추진계획수립, 소요재원조달방안 수립, 연도별 예산계획안 편성 및 확보, 공공전산망(국가기간전산망등) 수용계획수립과 추진 업무를 맡았다.
공중망계획반은 공중망구축 추진계획 심의조정, 국가망과의 연계추진방안수립, 공중망 민간투자촉진제도수립(세제.금융등), 사업자별 망구축진도 관리를 담당키로 했다.
기술개발반은 망관련 기술개발기본계획수립, 국내외 기술개발동향 조사분석, 기술개발기관간 협력.지원, 연구개발업무를 지원키로 했다.
망운용반은 선도시험망 구축운용, 시험망을 이용한 기술개발과제 선정.지원, 정보화시범지역 구축사업추진, 시범사업구축개발등 관련업무, 전산망간 연동운영기술개발, 망 보안성.안전성.신뢰성 대책을 수립키로 했다.
기술지원반은 초고속망관련 제품의 표준화추진, 시험.인증등을 위한 기술기준.규격.표준등 제정, 핵심기술의 국제협력방안지원, 개발된 기술의 관리 및 이용촉진 업무를 담당했다.
부처별 전담반은 △산업발전(상공자원부) △방송산업(공보처) △연구개발(과학기술처) △정보인력(교육부) △문화.영상산업(문화체육부) △지방행정(내무부) △국방(국방부) △의료.복지(보건사회부) △교통.물류(교통부) 등으로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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