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11월 10일.
체신부가 드디어 ‘1초 생활권 구현’을 위한 청사진을 국민 앞에 내놓았다. 초고속망국가로 가는 최종 설계도이자 안내도였다. 산업화에 뒤진 한국이 국가차원에서 정보화 퀀텀점프에 시동을 건 것이다.
초고속정보통신망구축기획단(단장 박성득 체신부 정보통신정책실장)은 이날 초고속정보통신기반구축 종합추진계획안을 발표했다. 기획단 출범 3개월여 만이다.
기획단은 2015년까지 전국에 정보고속도로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계획안에 따르면 국가정보통신망구축, 공중정보통신망구축, 선도시험망구축, 관련기술개발, 시범사업과 여건정비 등 5개 분야를 3단계로 나눠 초고속정보통신기반을 구축한다는 것이다.
박성득 기획단장의 회고.
“당시 정보통신분야의 기초 기술은 우리가 선진국에 비해 다소 부족하지만 생산과 응용 분야에서는 선진국과 경쟁을 할 수 있는 수준으로 보고 추진계획안을 수립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수요도 불확실한데 왜 공공자금으로 선행투자를 해야 하느냐는 반론에 부딪히기도 했어요. 이에 사업을 세분화해 공공자금과 민간자본으로 해야 할 부문으로 구분해서 계획을 세웠습니다.”
체신부는 당초 이 안을 11월7일 확정했으나 공청회 일정 등의 이유로 10일 발표했다.
체신부는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관계부처협의를 마친 후 11월 말까지 초고속정보화추진위원회 의결을 거쳐 이 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기획단은 이날 오후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에서 4백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첫 공청회를 열었다.
토론자로 참석한 각계 전문가들은 다양한 응용서비스개발과 관련법. 제도정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와 함께 초고속망사업의 성공을 위해서는 대통령이 관심을 갖고 강력히 추진해야 하며 체신부 산하 초고속망구축기획단을 대통령 직속기구로 격상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토론자들의 당시 발언 요지를 들어보자.
▲박한규(연세대교수)=망구축기획단과 10개부처 전담반뿐 아니라 모든 부처가 네트워크화된 협력체제를 구축하고 추진해야 하며 대통령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
▲김건중(삼성전자전무)=초고속망구축의 성공은 민간기업의 적극적인 참여가 관건이다.
▲이상식(종합유선방송위원회 연구위원)=위성사업등 무선과의 연계계획을 보완, 효율성을 높이고 중복투자의 위험을 막아야 한다.
▲김현진(현영시스템사장)=단순한 기술개발투자보다 연구개발결과를 인정해주는 제도가 기업참여를 유도하는데 더욱 중요하다.
▲여인갑(데이터제너럴 코리아 사장)=시범사업은 하나가 아닌 2-3개를 경쟁적으로 선정해서 추진함이 바람직하다.
▲이달곤(서울대교수)=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망구축기획단을 SOC(사회간접자본)기획단과 같이 대통령직속기구로 위상을 높여야 하고 정규조직화가 필요하다.
▲노상국(전자신문 주필)=현재의 기획단위상으로는 사업추진에 한계가 있으므로 대통령직속기구화해 각 부처의 업무를 독려하는 입장이 돼야 한다. 민.관.협의회등을 구성해 국민여론을 적극 수렴, 민간의 참여가 요식화되는 것을 예방해야 한다.
체신부의 이런 방침은 미완에 그쳤다. 그해 12월 4일 김영삼 대통령이 대폭의 정부 조직개편을 단행했기 때문이다. 체신부는 정보통신부로 확대 개편됐다. 개각에서 윤동윤 체신부 장관(한 한국IT리더스포럼회장)이 물러나고 경상현 체신부차관이 첫 정보통신부장관으로 발탁됐다.
이 사업의 실무책임자인 초고속정보통신망 구축기획단장도 바뀌었다. 박성득 단장이 정통부 기획관리실장(정통부차관 역임. 현 한국해킹보안협회장)으로 자리를 옮기고 후임인 정홍식 정보통신정책실장(정통부차관. LG데이콤부회장 역임)이 기획단장을 겸임했다.
그러나 기획단장을 제외한 나머지 인력이나 조직에 대한 변동은 없었다. 천조운 부단장이 구축단의 실무를 계속 담당했다.
이현덕의 정보통신부 그시작과 끝<53> (0) | 2010.11.09 |
---|---|
이현덕의 정보통신부 그 시작과 끝<52> (4) | 2010.11.03 |
이현덕의 정보통신부 그 시작과 끝<50> (0) | 2010.10.27 |
이현덕의 정보통신부 그시작과 끝<49> (0) | 2010.10.26 |
이현덕의 정보통신부 그시작과 끝<48> (0) | 2010.10.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