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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덕의 정보통신부 그시작과 끝<53>

[특별기획] 대통령과 정보통신부

by 문성 2010. 11. 9.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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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은 그동안 3번의 IT퀀텀 점프를 했다.


첫 번째는 TDX개발이다.세계 10번째였다. 이로 인해 전화적체를 일거에 해소했고 1가구 1전화시대를 열었다. 두 번째는 CDMA개발이다. 이는 휴대폰 강국을 실현했다. 세 번 째가 초고속정보통신망구축이다. 이 사업은 1초 생활권 시대를 열었다. 첫 번째는 오명 체신부장관(교통.건설. 과기부총리. 건국대총장 역임. 현 옹진에너지.폴리실리콘 회장) 두 번째와 세번 째는 윤동윤 체신부장관(현 한국IT리더스포럼회장)이 중심에 있었다. 이들 사업의 특징이라면 시작과 끝이 모두 창대(昌大)했다는 점이다.

 

김영삼 대통령은 초고속정보통신망 구축사업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문민정부 출범과 함께 초고속정보통신망에 대한 심층 연구와 전문가 의견을 수렴을 거쳐 1995년 3월 ‘초고속정보통신기반구축 종합추진계획’을 확정한 바 있다. 이 종합계획에는 2015년까지 총 45조여원을 퉁입해 ‘정보고속도로’를 구축한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이후 계획에 따라 초고속국가망 구축 사업이 착실히 진행돼 97년 말까지 전국 80개 주요 도시를 연걸하는 광기간 전송만이 완성돼 초고속 정보통신망의 골격이 구축됐다.” (김영삼회고록)

 

이 사업에 얽힌 후일담(後日談)이 많다.


확정까지는 산고의 아픔에 비유할 정도로 진통의 연속이었다. 체신부가 초고속정보통신망구축을 국가사업으로 추진하는 일이 말처럼 쉽지 않았다. 윤동윤 체신부장관은 정통 체신관료로서의 이력과 쌓아온 전문성. 소신과 추진력을 바탕으로 이 정책을 성사시켰다. 그는 카리스마와 활력이 넘치면서 소탈함도 겸비해 따르는 사람들이 많다.

부처 서열 14위. 그런 체신부가 각 부처에서 인력을 파견받아 초고속정보통신망사업의 기획단을 발족한 것이다. 그 과정에 관련부처 장관들의 반대가 심했고 주도권 다툼이 치열했다.

심지어 이회창 국무총리(사진. 현 자유선진당 대표) 주재 장관회의에서 격론이 벌어져 회의가 중단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윤 장관의 회고.

“문민정부 출범 후 체신부내에서 초고속정보통신망 구축에 관한 논의를 했어요. 당시 미국클린턴 정부는 엘고어 부통령 주도로 정보고속도로 구축을 시작한 상태였어요. 그래서 매주 수요일 오전 10시부터 장관실에서 윤창번 박사(정보통신정책연구원장. 하나로텔레콤 사장 역임. 현 김앤장법률사무소 고문)등 박사들과 미래 과제에 대한 문제를 논의했어요. 그 결과 초고속정보통신망구축은 체신부만으로는 안되고 범국가사업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판단해서 추진하게 됐어요.”

 

이사업의 추진주체를 놓고도 부처간에 격론이 벌어졌다. 당시 초고속정보통신망추진위원장은 국무총리가 맡기로 했다. 체신부는 위원장을 대통령이 맡기를 희망했으나 관철되지 않았다. 다음은 실무위원장이었다. 이 총리는 4월 9일 토요일 오후 종합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소집했다. 그 자리에서 실무위원장을 놓고 치열한 정재석 부총리와 윤 장관간에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정 부총리는 경제기획원측이 위원장을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장관은 ‘국무총리실 행정조정실장이 맡아야 한다’며 정 부총리의 안에 반대했다. 국무위원들 간에도 찬반이 엇갈렸다. 상공부와 공보처는 정 부총리 주장에 찬성했다. 정치인 출신 장관들은 윤 장관 주장에 동의했다. 1시간 반이나 격론을 벌였지만 결론이 나지 않았다.


양쪽의 논쟁을 지켜보던 이 총리가 결론을 유보하고 회의를 중단시켰다.

윤 장관의 기억.

“뒤에 당시 이흥주 총리비서실장한테 들었어요. 그런 일이고 난 후 이 총리가 ‘윤장관이 어떤 사림이냐’고 이 실장에게 물었다고 합니다. 부총리와 논쟁을 벌이는데 한치도 물러서지 않아 ‘도대체 어떤 사람이길래 저렇게 소신을 가지고 있는가’ 하고 궁금해 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저에 대해 보고를 했답니다. ”

대쪽 총리로 불린 이 총리는 정책적 소신이 강한 윤 장관에 호감을 갖게 됐다고 한다.


그 다음 주 월요일 오전.
이 총리가 윤장관에게 전화를 했다.

“윤 장관 오늘 점심을 같이 합시다”

“알겠습니다”

두 사람은 종합청사 내 구내식당의 귀빈식당에서 배석자없이 만났다.

이 총리기 말문을 열었다.

“초고속정보통신망 사업은 범국가적인 일입니다. 전체를 총괄하자면 총리실이 실무위원장을 맡는 것이 타당합니다. 하지만 정부총리가 저렇게 주장을 하니 윤 장관이 양보를 했으면 합니다” 정 부총리는 이 총리의 대학선배였고 윤 장관은 이 총리의 후배였다.

“정 그렇다면 총리의 뜻에 따르겠습니다.”

그 대신 각 부처의 인력을 파견받아 초고속망 구축과 운용을 총괄하는 기획단은 체신부안에 설치키로 결정했다. 윤 장관은 실리를 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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