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기 정부가 되고 싶은가.
정부에서 하는 말마다 엇박자다. 누구 말이 사실인지 온통 진실게임 양상이다.
심지어 대통령의 지시를 놓고도 앞의 발언을 뒤집는다. 대통령의 발언은 역사의 기록이다. 그게 헷갈린다. 시스템의 문제인지, 아니면 정말 대통령의 발언이 갈지(之)자행보를 보였는지 아리숭하다.
연평도가 공격받았을 당시 대통령의 지시부터 논란거리였다. 당사자들이 있는 만큼 언젠가는 진실이 드러날 것이다. 대통령의 지시가 하루에 몇 번씩 오락가락하는 일은 극히 드물다. 대통령의 발언은 일관성이 생명이다. 그런데 유독 이 정부들어 이런 일이 잦다.
#1.청와대는 북한의 연평도 도발 1시간20분이 지난 무렵인 23일 오후 4시쯤 "이 대통령이 확전되지 않도록 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브리핑했다. 그러나 두시간 뒤 홍상표 홍보수석이 "그런 지시는 한 적이 없다. 단호한 대응만 주문했다"고 말을 바꿨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 대통령이 당일 오후 5시께 (확전 자제 발언을 한 것으로) TV에 보도된 사실을 알고 “어떻게 된 것이냐”고 했다지만 이도 말이 안된다. 대통령이 TV를 보고 자신의 발언내용을 파악했다니 준전시상황에서 이게 설득력있는해명인가.
#2. 한 여당 의원은 `확전 자제' 발언의 진원지로 `4성장군 출신의 청와대 근무자'를 지목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외교안보 공식 라인이 아닌 4성장군 출신의 청와대 근무자가 국방비서관에게 대통령의 확전 자제 발언을 전했고, 국방비서관이 김희정 청와대 비서관에게, 다시 김 대변인이 춘추관장에게 전한 것 아니냐"고 했다. 국방비서관한테 책임을 뒤집어 씌웠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3. 국정원은 지난 8월 감청을 통해 북한의 서해 5도 공격계획을 감지했다고 원세훈 국정원장이 국회정보위에가 말했다.또 대통령에게도 이 내용을 보고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청와대는 “그렇게 중요한 사안이었다면 국정원장이 특별 보고를 했어야 했다”며 적절하지 못한 발언이었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군도 국정원의 주장에 사실과 다른 발언이라고 반박했다. 국정원과 청와대, 군 간에 엇박자를 내는 일이고 서로 네탓 공방의 한 모습이다. 정상적이 아니다.
#4. 김태영 국방장관은 국회에서 “이 대통령의 확전자제 지시가 있었다"는 발언을 하면서 다시 논란이 확산됐다. 청와대 홍보 수석은 "김 장관의 발언 취지가 잘못 전달됐다. 오후에 다시 정정할 것"이라고 밝혔고 김 장관은 국회에서 자신의 발언을 번복했다. 그리고 경질됐다. 국가 안보를 책임진 국방장관이 대통령이 하지 않은 확전자제 발언을 했다고 믿을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이 역시 의혹이 남는 일이다.
#5. 군은 우리의 K-19대응사격으로 북한이 상당한 피해를 봤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그게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군이 거짓말을 한 셈이다. 국민의 신뢰와 지지, 사기를 먹고 사는 군이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한 것이다.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조차 2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탄착점이 확인된 45발 중 14발을 사진으로 확인한 결과 북한 포는 언제인지 모르게 빠져나가 버렸고 한발도 명중하지 못했으며 14발은 모두 주변 논과 밭에 떨어졌다"며 "K-9 자주포 80발이 발사됐는데 위성사진으로 탄착점이 확인된 것은 45발이며 나머지 35발은 바다에 떨어졌다는 것"이라고 군을 질타했다.
그는 "국민이 군의 현 상황을 알아야 하며 이번 일이 군 쇄신을 위한 전화위복이 되기를 바란다"며 관련자 전원 문책을 촉구하기도 했다.
#6. 여.야를 가지지 않고 군수뇌부와 안보라인의 전면적 쇄신을 촉구했다. 한나라당 정두언 최고위원은 3일 이명박 정부내 요직에 병역미필자가 다수 있는 것과 관련, "인사를 할 때 군대 갔다 온 사람도 많은데 왜 하필이면 군대를 안 갔다 온 사람 중에서 하는지 그건 저도 불만"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군미필자들이 안보라인에 포진해 이런 혼란을 초래한다는 의미다.
같은 사안에 대해 왜 이렇게 각자 말이 다른가. 정부는 하나 인데 입은 두개인가. 이건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키우는 일이다. 국민에게 신뢰받지 못하는 정부와 군은 설자리가 없다. 대통령의 지시조차 제대로 국민에게 제대로 전달하지 못할 정부라면 가장 먼저 인적 쇄신부터 해야 한다. 언제까지 국민에게 불신을 살 것인가.
누굴 위한 거짓말이며 누가 거짓말 하는가. 양치기 정부가 되기 싫다면 사실을 규명하고 거짓말한 사람은 엄중 문책해야 한다. 총체적 점검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