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6월17일과 18일 이틀간 한미양국은 미국 워싱턴DC 미USTR회의실에서 5차 통신협의회를 열었다.
이번 회의는 미국이 지정한 PFC와 관련해 협상기한인 7월 26일을 앞두고 있어 양측은 어떤 형태로든 결말을 내야 할 입장이었다. 지난 2년 가까이 끌어온 세계무역기구(WTO)의 통신협상도 그해 2월15일 최종 타결된 상태였다.
한국은 협의회 전에 각부처간 협의를 거쳐 최종 협상안을 만들었다. 합의안된 사안은 빈칸으로 남겨 놓았다. 이 작업은 설정선 담당관이 맡았다.
협의회에는 한국측에서 이교용 정통부 국제협력국장이, 미국에서는 션 머피 무역대표부(USTR)통신담당관이 각각 수석대표로 참석했다.
양국은 당초 이틀간 회의를 열기로 했으나 이견을 해소하지 못해 일정을 하루 연장해 19일까지 마라톤협의를 계속했다.
한미양측은 조율 끝에 정책발표문은 한국측 주장대로 정보통신부 회보에 게재하고 회보와 별도로 미국측이 희망하는 재정경제원과 통상산업부 등 관련부처와 통신사업자와 통신장비제조업체 등에 회보 내용을 추가로 배부하기로 합의했다. 양국의 주장을 절충한 안이었다.
발표문 내용과 관련해 미국측은 "정책발표문이라는 형식을 미국측이 받아들인 만큼 한국정부가 민간기업의 자율적 구매를 보장해 주고 민간사업자는 가격과 품질 등 상업적 고려에 따라 장비를 구매하는 것을 보장하는 내용을 포함해 줄 것“을 요구했다.
한국측은 이에 대해 "민간사업자는 자신의 상업적 고려에 의해 장비를 구매하고 있으며 그런 요구는 정부 불간섭을 주장한 미국측의 입장과도 배치되는 것"이라며 거부했다. 양측이 줄다리기 끝에 한국측 입장대로 ‘정부가 민간사업자의 장비구매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내용으로 발표하기로 했다.
통보서한를 놓고도 양측은 이견을 보였다. 미국측은 정책발표문에 주미 대사가 서명한 서한을 미국 USTR대표앞으로 보내 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 서한에 대해 미국측이 답신을 보내 올 경우 미국측이 이를 협정이라고 주장할 여지가 있었다. 한국측은 수석대표명의의 서한을 보내는 안을 제시했다. 미국측이 한국측의 방안을 수용해 이 문제도 타결됐다.
통신사업자의 외국인 지분참여 한도는 당초 한국측이 33%을 제시했으나 이를 49%로 확대했다. 이는 WTO양허안에서 한국이 2000년부터 국내 통신사업에 참여하는 외국인 지분한도를 49%로 확대하겠다는 안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51%를 요구했다.
이교용 국장의 말.
“미국측은 2%차이인데 한국이 왜 그렇게 강경한 입장이냐고 했어요. 미국측에 ‘한국입장에서는 2%가 하늘과 땅차이만큼이나 큰 문제다’ 절대 양보할 수 없다고 했어요. 이미 WTO양허안에서 49%로 한 상태여서 미국측도 더 이상 주장하지 않았습니다.”
미국측은 한국 업체들이 미국산 통신기기를 수입하면서 과도한 기술이전을 요구하는등 한국업체가 자율적으로 정한 기술규격 내용이 너무 세부적이라고 주장하면서 이를 완화해줄 것도 요구했다. 사실상 기술이전 요구 금지 요구였다. 한국측은 이런 요구는 절대 수용할 수 없어 강력 반대했다. 결국 ‘기술이전은 상업적 고려에 따라 독자적으로 외국기업과 협의한다’는 원칙적인 내용을 발표문에 넣기로 했다.
이교용 국장의 설명.
“ 한국측은 작은 일도 꼼꼼하게 국가이익을 따졌습니다. 막판에 회사(Corporation)를 미국은 복수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어요. 회사와 회사들의 차이인데 외교부에 타당한지를 문의했습니다. 외교부에서 대세에 지장이 없다고 해서 양해를 했습니다.”
이 국장은 미국측이 시간을 끌며 억지주장을 하자 한국측 최종안을 미국측에 제시하면서 ‘이게 마지막 카드다 미국측이 안받으면 나는 회담을 그만 두고 가겠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강봉균 정보통신부장관한테 전화로 그런 사실을 보고했다. 강 장관의 대답은 간단명로했다. “이국장, 국익에 도움이 된다면 소신껏 하시오.”
이 국장의 강경자세에 미국측 대표는 당황해 하며 잠시만 기다려 달라고 했다. 바세프스티 대표가 출장중이라 결과를 보고하지 못했으니 승낙을 받을 때까지만 시간을 달라고 했다. 이국장은 이도 거부했다.
“회의장을 나가면 기자들이 협상결과를 물을 텐데 ‘타결’아니면 ‘결렬’아니냐. 어떻게 할지 당신이 결정하라.”
그 결과 나온 최종 절충안이 ‘잠정타결’로 발표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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