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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의 영욕

이현덕 칼럼

by 문성 2013. 7. 27.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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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한 호불호(好不好)를 떠나 그의 삶은 영욕이 극단으로 교차한다.  한마디로 파란만장하다.

 

그의 인생 여정은 가파른 롤로코스터 같다. 한마디로 굴곡의 연속이다. 통치권자에서 오지로 귀양살이를 갔고 사형수로 신분이 급전추락해 감옥살이도 했다. 특별 사면으로 풀려났건만 아직도 죄의 사슬에서 자유롭지 않다. 그는 국민의 따가운 시선속에 검찰의 조사를 받는 처지다. 1931년생이나 그의 나이 82살이다. 인생 말년까지 그의 심신은 고단하다.

 

그의 지난 날을 되돌아 보면 굴곡의 정도를 실감할 수 있다.

구국의 영웅-대통령- 백담사 유배--반란수괴와 비리 협의로 사형수- 무기징역- 특별사면 -다시 검찰 조사로 이어지고 있다. 한 인간의 인생치고는 기구하다.

 

그는 산골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어릴적 고생속에 자랐다. 그가 어깨를 핀 것은 육사 11기 졸업후다. 육사에서 그는 성적이 하위권에 속했다. 그는 초급 장교절부터 남다른 리더쉽을 발휘해 박정희 전대통령의 신임을 받아 승승장구했다. 동기생중 선두로 별을 달았다. 청와대 경호실 작전차장보를 거쳐 1사단장, 국군보안사령관으로 임명됐다. 1979년 10.26이 터지자 그는 계엄사 합동수사본부장으로 권력 중심부에 진입했다. 참모총장이 꿈이던 그는 1981년 2월25일 구국의 영웅으로 불리며 제12대 대통령에 취임해 7년간 일했다. 이 때가 그의 인생 절정기였다. 

 

1988년 2월 퇴임이후 그의 삶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7년 단임을 실천한 전직 대통령에서 12.12사태와 5.18광주 민주화운동에 대한 책임을 지고 첩첩산골 백담사로 유배를 떠넜다. 절친으로 통했던 노태우정부에서 그는 회한의 날을 보냈다. 2년 1개월후 1990년 12월 3일 하산했다. 이제는 평안이 오려니 했더니 웬걸 더 험한 일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김영삼 정부시절 역사바로 세우기와 대기업 들로부터 수천억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돼 사형을 구형받았다. 노태우 전대통령과 푸른 수의차림으로 법정에 함께섰다. 전직 대통령에서 사형수로 신분이 변했다. 1997년4월 17일 대법원에서 무기징영 및 추징금 2,205억원을 선고받았다. 감옥살이를 하다 김영삼 정부 말기인 1997년 12월 12월 특별사면으로 풀려났다. 그후 추징금 일부를 납부했지만 1,673억 원이 미납금으로 남았다.

 

그는 평범한 전직 대통령으로 살고 싶었지만 세상이 그를 가만히 놔두지 않았다. 죄의 사슬이 그를 자유롭게 풀어놓지 않았다. 잊을만 하면 호화골프니 자녀들의 재산 형성과정이 언론에 오르내렸다.

 

그로부터 15년이 지난 후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자 야당이 그의 미납 추징금 문제를 제기했다. 추징금 공소시효가 임박하자 여야는 2013년 6월 27일 전두환 추징법을 만들었다. 그동안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등 역대 정권은 그동안 뭘했는가. 

 

검찰은 즉각 특별수사팀을 설치했다. 이후 검찰은 대대적인 숨은 재산찿기에 나섰다. 그가 살고 있는 연희동 집과 네 자녀, 친인척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였다. 금괴를 숨겨놨다는 등 사실로 확인안된 온갖 설이 난무한다.

 

국민 여론은 자녀들이 가진 재산을 정리해 추징금을 자진 납부하라는 것이다. 그래야 전직 대통령 명예를 지키는 일이라는 게 여론의 압박이다. 심지어 원로 정치중에서 "측근들이 뭘 하느냐"고 질책했다.  주변에서 돈을 모아 추징금을 내라는 것이다. 정부도 은근히 바라는 일이다. 

 

하지만 이게 의도대로 될 지는 의문이다. 우선 그와 자녀들의 재산이 그만큼 되느냐 여부다. 재산이 있다해도 세금 문제가 걸려 있다. 자녀들이 재산을 매각해 마납추징금을 납부하려면 단순계산해도 6000억원은 마련해야 한다. 재산을 매각할 경우 양도소득세로 40%를 납부해야 한다. 돈을 부친에게 증여해야 하는데 그 세액이 50%다. 1,673억원 내려면 6,000억원어치의 재산을 매각해야 한다.

 

정서적으로 그렇게 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지만 현실적으로 검찰 수사를 받아 추징당하는 게 유리하다.

 

검찰 수사도 말처림 호락호락한 일이 아니다. 은행 전산 자료가 대부분 10년이 보관기간이어서 과거 일은 다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 법리로 다툴 일도 많다.

 

  

전 대통령 한 측근은 "안내는 게 아니라 못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돈이 없다는 이야기다. 그의 과거 통큰 씀씀이로 볼 때 실제 그런지도 모른다. 5공시절 장관 등 고위공직자들이 물러날 때 전 전 대통령한테 받은 전별금 액수가 엄청나 봉투를 열어보고 놀랐다는 뒷이야기가 많다.

 

그도 재임시절 경제를 살리는 등 치적이 있다. 6.29선언 직선제와 물가안정 수출신장, 대외무역 흑자 달성 등 3저 호황, 단임 실천, 정보통신산업 육성, 올림피 유치 등이다.

 

미국 대통령중 워커게이트 사건으로 물러난 닉슨이 이런 말을 했다.

“패배 당했을때 인생이 끝나는 것이 아니다. 사람이 끝장나는 건 그가 일을 그만둘 때이다. 몇 번이고 녹다운되고 얻어맞아 피투성이가 된다해도 살아갈 이유만 있다면 자리를 막차고 몸을 일으킨다”

 

전 전 대통령은 이제 치욕의 사슬을 끊어야 한다. 그러자면 결자해지 차원에서 이번 추징금 문제는 전 전 대통령이 풀어야 한다.

 

그는 결단해야 한다. 명예냐, 아니면 재물이냐. 재물이란 바람같고 구름같다. 모였다가 흩어지고 쥐었지만 영원히 내손에 남는 게 아니다.  하지만 명예는 추락하면 다시 회복하기 어렵다. 그가 재산을 자녀들에게 물려 줬다고 해서 자녀들이 대대손손 잘먹고 잘 살 수는 없다. 부모가 국민의 지탄과 질시를 받는 마당에 자녀들이 배부르게 먹고 산들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두고 두고 가문의 수치가 될 것이다.

 

그는 2년여 혹독한 추위를 견디며 백담사에서 새삼 인과응보를 절감했다. 그래서 퇴임 후 자신을 핍박하고 집안 제사조차 지낼 수 없도록 한 6공 인사중 "손봐야 할 5명"이라고 벼르던 인사를 하산 후 용서했다고 말했다.

 

이 모든 것은 우연이건 필연이건 뿌린대로 거둔 것이다. 그의 업보다. 그도 이젠 모든 걸 내려놓고 세상의 시비에서 벗어나 남은 여생이라도 마음 편히 살아야 한다.그러자면 전 전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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