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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주소 재검토 필요하다.

이현덕 칼럼

by 문성 2013. 12. 9.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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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주소를 내년부터 꼭 시행해야 하는가. 

 

10일전 서울근교 주택으로 이사를 했다. 새 주소를 보니 현 주소보다 외우기가 어려웠다. 글자 수가 많아서다.

 

종전 주소는 남양주시 ㅇㅇ읍 ㅇㅇ리 ㅇㅇ번지다. 그런데 내년부터 사용해야 할 새 주소는 남양주시 ㅇㅇ읍 ㅇㅇ1로 ㅇㅇ번길 ㅇㅇ-ㅇㅇ이다. 우선 글자수가 늘어났다.

 

주무부처인 안전행정부 담당자 설명은 이랬다. 100년만의 주소체계 개편으로 일재잔재를 청산하고 알기 쉽고 편리하다는 것이다. 물류비용도 절감하고 국가경쟁력도 높인다는 설명이다. 새 주소체계를 도입하느라 지금까지 3692억원을 사용했다. 이미 되돌아서기엔 너무 멀리왔다. 그렇다고 중단할 수도 없다. 한 번 잘못 꿴 단추 처지가 된 셈이다.

 

시행 20여일 남았지만 새 주소를 놓고 논란은 여전하다. 일부 인사가 헌법소원도 제출한 상태다. 외래어나 부적절한 도로명이나 우리 역사와 풍속을 외면한 명칭도 있다.

 

정부가 좀 더 시간을 갖고 시행할 수는 없을까. 새 주소는 편지나 우편물을 보낼 때 글자 수가 늘었으니 주소 쓰는 시간도 더 걸리고 그런만큼 불편하다. 이사 후 물건을 주문하고 택배직원들에게 새 주소를 불러주니 잘 몰랐다. 현재 사용중인 주소를 알려줬더니 잘 찾아왔다.  

 

이 곳은 농촌 지역에 속한다. 우리집 옆은 논바닥이다. 눈이나 비가 오면 집앞 길은 진흙탕이다. 시멘트 포장도 안됐고 꼬불꼬불한 골목길을 돌아가야 집에 도착하는데 무슨 도로명 주소인가.

서울 도심이라면 도로체계가 확립됐으니 그럴 수 있다. 이를테면 종로1가 종로2가로는 익숙해 있다. 하지만 번지수만 대면 금방 아는 지역에 도로명 주소를 사용하라니 당장 나부터 생소한 게 사실이다. 홍길동 11번지면 될 주소를 홍길동1로 23번길11-2-34호라고 해야 한다니 우습지 않은가.

 

농촌 주소는 농촌다워야 한다. 역사와 전통이 살아 숨쉬는 명칭을 구태여 도로명을 바꿀 이유가 없다. 다름과 다양함을 인정해야 한다. 안행부의 말대로 새 주소를 사용하면 일재잔재가 사라지는가. 일본문화를 외면하고 우리 혼자 살 수 있는가. 그런 식이면 한류열풍을 일본에서 기대할 수는 없다. 글자가 늘어나 외우고 쓰기 불편한데 뭐가 편해지는가. 그리고 물류비용이 절감되는가. 이 지역 집배원은 지역을 손금보듯 훤히 알고 있다. 오히려 새 주소를 사용하면 헷갈린다고 했다. 새 주소를 사용하면 국가경쟁력이 높아지는가. 

 

새 주소는 정부가 문제점을 충분히 검토해 시행했으면 좋겠다. 행정의 수요자는 국민이다. 국민이 불편한 일이라면 중단해야 한다. 주민 이의가 있으면 주소를 고칠 수 있다지만 이 또한 예산낭비요 시간낭비 아닌가. 한 번으로 끝낼 일은 두 번 하는 셈이다. 안행부는 국민 입장에서 이 문제를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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