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거슬러 청와대 정보통신비서관 실설 과정을 잠시 살펴보자.
1995년 12월.
이성옥 정보통신공무원 교육원 교수부장(정통부 정보화기획실장. 정보통신연구진흥원장 역임. 현 한국플랜트산업협회 부회장)은 이계철 차관(한국통신 사장역임)의 호출을 받았다.
“청와대 행정관으로 나가시오”
“차관님 그 자리는 서기관이 나가는 자린데요. ”
그는 정통부 기획과장을 거쳐 3급 부이사관으로 승진한 상태였다. 당연히 그런 되물음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나가시오”
별 도리가 없었다.
“알겠습니다”
그는 1996년 1월부터 청와대 경제수석실 산업정보비서관실 행정관으로 근무를 시작했다. 그러나 정식 발령은 2월28일자로 났다. 그것은 청와대내 인력정원(T/O)을 정리하는 데 시일이 필요했던 것이다.
당시 경제수석은 구본영 수석(과기처 장관 역임. 작고)이고, 직속 상관인 산업정보비서관은 오강현 비서관(산업자원부 차관보, 특허청장 역임. 현 대한석유협회장)이었다.
그 무렵 청와대 비서실 직제에 정보통신 전담비서관은 없었다. 각 부처별 업무에 따라 과기처는 과학기술비서관, 건설교통부는 건설교통비서관, 재정경제원은 재정경제비서관 등을 설치한 것과는 크게 달랐다.
이 행정관의 회고.
“사전에 이 장관과 구 경제수석 등 윗분간에 비서관 신설에 대해 합의를 했던 것 같았습니다. 저는 행정관이었으나 실제 업무는 비서관처럼 일했습니다. 다른 행정관은 비서관을 거쳐 업무를 보고하는데 저는 비서관을 거치지 않고 정보통신 업무는 곧바로 경제수석에게 보고했습니다. 수석 주재 회의에도 다른 비서관들과 같이 참석했습니다. ”
과도기적인 현상이긴 했으나 그는 혼자서 이일 저일을 하느라 바쁘게 뛰어 다녔다.
청와대 근무시 그는 대통령 말씀자료에 정보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내용을 포함시켰다고 한다. 국가정보화에 대한 김 대통령의 관심이 워낙 높다보니 그런 내용은 말씀 자료에 거의 반영했다는 것이다.
경제수석실에 정보통신비서관이 신설되자 그는 6개월 만에 6월 청와대를 나와 정보통신연구관리단(현 정보통신연구진흥원)으로 파견을 나갔다. 정통부에 그가 갈만한 자리가 없었다.
그와 관련해 구 경제수석은 이 행정관에게 “그냥 눌러 있어도 되지 않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1급 자리에 갓 승진한 3급이 갈 수는 없었다.
그가 파견을 나가자 이석채 장관조차 몇 번이나 “서운하지 않으냐”고 물었다. 청와대에 1급 자리를 만드는데 고생한 그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던 것이다. 그는 얼마 후 국방대학원에 입교했다.
강상훈 국장은 5월초 청와대 비서관 내정을 통보받았다.
강 비서관의 회고.
“그 무렵 장관이나 차관이 저한테 이야기를 했는데 누군지는 기억이 확실하지 않습니다. 2급 국장에서 청와대 1급 비서관으로 승진해서 가는 자리였습니다. "
그는 내정과 동시에 곧장 청와대로 가서 김광일 비서실장(작고)에게 보직신고를 하고 경제수석실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대통령께는 직접 신고를 하지 않았습니다. ”
정보통신비서관 사무실은 청와대 동관 2층 경제수석실 옆에 마련했다. 비서관실에는 행정관1명이 정통부에서 나와 근무했다.
그가 정보통신비서관으로 일하는 동안 구본영 경제 수석에 이어 이석채 경제수석, 김인호 경제수석(철도청장. 공정거래위원장. 중소기업연구원장 역임. 현 시장경제연구원 이사장 ) 등 3명의 경제수석을 모셨다. 이석채 장관은 1996년 8월 개각에서 장관급 경제수석으로 청와대에 들어갔다.
정보통신비서관실 행정관으로는 이인호 서기관(현 주미대사관 상무관)과 남궁민 서기관(지식경제부 정보통신산업 정책관. 우정사업본부장 역임) 등이 근무했다.
강 비서관은 김영삼 정부가 김대중 정부로 바뀔 때까지 2년 이상을 정보통신비서관으로 일했다.
청와대 근무를 마친 그는 정통부로 복귀했으나 1급으로 갈 자리가 없었다. 그는 1999년 1월 정보통신정책연구원장으로 자리를 옮겨 2년 반 가량 근무했다. 공직에서 물러난 그는 게임업체인 앤씨소프트 감사로 10년여간 재임하다 지난해 퇴직했다.
김대중 정부가 들어서자 1급이던 정보통신비서관 자리는 없어졌다.
청와대에 정보통신비서관 신설 과정은 힘들었지만 없애는 일은 손바닥 뒤집듯 간단했다.
세상사 그렇듯이 세우기는 어려워도 허물기는 쉬운 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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