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봉은사 전 주지 명진 스님이 4일 ‘중생이 아프면 부처가 아프다’라는 책을 펴냈다.
이 책의 부제는 ‘서이독경(鼠耳讀經)’이다. ‘서이독경’은 ‘牛’(소) 대신 ‘鼠’(쥐) 자를 사용한 것이다.
스님은 이 책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겨냥해 '포항 형제파' 얘기를 비롯해 권재진 법무부장관 등 상당수 인물들의 실명을 공개하며 정치적으로 민감한 내용을 다뤘다. 조계종 문제와 관련해 총무원장 자승 스님이 봉은사 직영화 및 주지(재산관리인) 교체 과정도 상세하게 기술했다.
스님은 봉은사 직영화 결정 과정에서 화쟁위원장 도법 스님등이 제역할을 다 하지 못하고선 봉은사 문제를 화쟁위 실적으로 자랑하는 것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 책은 7장으로 구성했다. 김영국 거사는 이책이 5일부터 시중에서 판매한다고 밝혔다.
불교닷컴이 보도한 이 책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스님은 자신이 봉은사 주지로 재임시 자신을 내쫓겠다는 소문이 파다했고, MB가 불교계에서 내쫓을 1순위가 자신이고, 그 다음은 수경 스님이라는 얘기가 파다했다고 밝혔다. 또 이 같은 소문이 소문으로 끝나지 않고 최문순 현 강원도 지사나 여러 언론사 기자, 심지어 종단의 스님들도 직간접적으로 자신에게 이런 분위기를 전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던 와중에 2010년 3월 3일 조계종 총무부장 영담 스님이 ‘봉은사 직영사찰 지정을 종무회의에서 결의했다’고 통보했고, 직영사찰의 주지가 당연직 총무원장인데 봉은사를 직영하면 ‘총무원장의 사금고’로 전락하기 때문에 견제와 균형 차원에서 봉은사 직영은 안 된다는 것이 오랜 묵계였지만 이에 대해 아무도 말하지 못하는 상태였다는 것이다.
봉은사 직영은 주지 재임시 신도수, 재정이 늘고 어린이포교 대학생 포교에서도 우수한 성과를 거두고 있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는 것이다. 또 총무원장과 개인적 인연으로 봐도 자신과 등질 이유가 없었고, 총무원장 선거과정에서 자신의 옆방에 기거했던 인연을 소개했다.
특히 명진 스님은 94년 종단개혁 후 구악 척결 과정에서 자승 스님의 징계 건과 관련한 인연을 소개한다. “자승은 1994년 2월 5일 관악산 연주암을 차지하기 위해 조직폭력배와 신도들을 동원했고, 자신(자승 스님)도 방탄복을 입고 싸움에 동참해 절을 뺐었다. 이 문제로 종단개혁 이후 자승 스님의 징계 절차가 들어갔고, 이 과정에서 명진 스님은 선방에 같이 산 인연도 있고 해서 승적을 박탈당할 자승을 문서견책으로 낮춰주도록 징계위원회 스님들에게 부탁을 했던 인연이 있었고, 봉은사에 방을 두고 총무원장에 출마해 당선된 자승이 봉은사를 직영사찰로 지정한다? 도무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종단적으로도 엄청난 무리수였기 때문이다.”
명진 스님은 “자승은 연주암을 차지하기 위해 폭력배를 동원했고, 이 과정에서 10억 원의 돈을 폭력배들에게 준 것으로 안다”고 폭로했다.
이어 봉은사 직영사찰 지정안이 중앙종회 총무분과위원회에서 4대 5로 안건 상정이 부결된 뒤인 2010년 3월 9일 자승 원장의 연락이 왔고, 자승 원장의 은사인 정대 스님을 총무원장으로 옹립한 핵심 주체 중의 한 사람이 나였을 만큼 인연이 얽히는 데, 정대 스님이 설립한 은정장학회서 자승 스님을 만났다는 사실을 밝힌다.
당시 명진 스님은 자승 스님을 만나 “왜 그랬냐?”고 물었더니 “죄송하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고 했고, “누구 작품이요? 영담 스님이 한 거요? 원담 스님이 한 거요, 아니면 다 같이 한 거요?”하니까 “참회합니다”라고 했다고 설명한다. 이어 “기가 막힌다. 참회할 짓을 왜 해요? 압력 받은 거 아니요?” 하니까 “그런 일 없다”고 했다. “직영 귀신 씌었나?”라고 하니까 “그런가 보다” 답했다는 것.
이에 명진 스님은 당시 “스님 이건 누가 봐도 아니요. 그러니 종회서 상정되더라도 통과시키지 말고 잘 처리하세요. 그게 종단도 살고 봉은사도 사는 길입니다.”라고 한 뒤 봉은사로 돌아왔지만, “법정 스님이 입적하신 날, 그 순간 모든 안건을 뒤로 미루고 봉은사 직영안만 올려서 통과했고, 자승 원장이 직접 본회의장에 앉아 투표를 독려했다. 마치 대통령이 국회에 나와 투표를 독려한 것과 마찬가지였다”면서 이는 외압이 아니고서는 납득 안 되는 일이었다고 설명했다.
명진 스님은 “안상수와 자승이 만났을 때 자승은 ‘임기가 있는 주지를 어떻게 할 수 없다’”고 했고 “이는 임기가 끝나면 어떻게 할 수 있다는 말로 해석할 수 있다”고도 주장했다.
또 명진 스님은 “봉은사 직영사찰 지정은 교육발전기금 확충을 위한 것도 아니고 강남 포교 활성화도 아니었다. 또 안건을 낸 사람도 종단 내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며 외압설에 무게를 실었다.
명진 스님은 “드러난 것은 안상수지만, 그것은 깃털로,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는다. 봉은사 외압의 몸통은 MB와 이상득 형제”라며 “종단의 어느 스님도 이상득이 자승의 총무원장 당선을 돕는 조건으로 나를 봉은사에서 내쫓겠다는 확답을 받았다는 얘기를 전해줬다”고 주장했다.
명진 스님은 “광우병 보도를 내보냈다고 언론인을 기소하는 게 MB정부이고, 김제동, 김미화, 윤도현 등도 블랙리스트에 올려놓고 출연 못하게 했을 정도니 MB를 비판해온 나를 내쫓겠다고 마음먹은 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고 탄식했다.
명진 스님은 자승 스님이 취임 8일 만에 안상수와 만나 대화한 내용을 다시 공개하며 자승스님이 “최소한 2006년부터 MB와 소통했고, 2007년에는 아예 팔을 걷어붙이고 MB 선거운동을 했다”고 주장했다.
스님은 “자승은 선거운동을 하면서 장로 정치인에 불과한 MB와 종교적 신념이 같아지지 않았다면 어떻게 장로대통령의 명을 받고 나를 봉은사에서 쫓아내고 직영화 할 수 있었는지 답해야 한다”면서 “사건의 핵심 당사자 중 한명이면서 비겁하게 회피하고 사실에 침묵하는 것 자체가 진실을 감추는 거짓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명진 스님은 “하기야 자승이 젊은 나이에 원장이 되기까지 선방에 다니면서 남다르게 공부한 것도 아니고, 경전을 열심히 읽은 바도 없는 걸로 알고 있다”면서 “그렇다고 불사를 잘하기를 했나, 포교에 혁혁한 공을 세웠나, 이 역시 한 바가 없다. 그저 돈과 이권으로 이리저리 표를 모으는 재주는 있어서 총무원장이 되기는 했다”고 깎아내리며 자승 스님을 수행자가 아닌 정치꾼으로 평가했다.
“수행과 포교보다 더 중요한 것이 이권이고 보면 종교적 신념을 내팽개치고 장로대통령과 야합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은정장학회서 나온 귀신은 아마도 ‘청와대 귀신’이었을 것”이라고도 비판했다.
조계종의 5대 결사는 대국민 사기극으로 정의했다. “변소간 단청한다고 냄새 없어지나?”고 묻는다. 명진 스님은 “MB정부 사주 받아 자신을 내쫓은 조계종 총무원이 2011년 예산안 처리과정에서 템플스테이 예산이 줄어들자 뿔이 나 결사를 시작했지만, 예산 누락은 불교를 우습게 생각하기 때문으로, 총무원장이 ‘MB하수인’인데 그 종단이 왜 우습지 않게 보이겠는가”라고 비판했다.
명진 스님은 총무원이 정부와 한나라당과의 관계를 단절하는 등 화낸 이유는 “나를 내쫓고도 돈을 못 받아서”라며 “MB랑 친하다는 건 다 아는데 토사구팽 당했다는 기분도 들고 주변에서도 그런 수군거림이 있었다”고 주장한다.
명진 스님은 “요란하게 떠들던 5대 결사는 총무원장 비서팀장 격인 사서팀장을 청와대 행정관으로 밀어 넣고 힘 한번 써보지도 못하고 막을 내린 것”이라며 “국민과 불자들에게 100년이 걸리더라도 제대로 해보겠다고 야심차게 선언했던 5대 결사는 대국민 사기극이 되고 만 것”이라고 주장했다.
명진 스님은 화쟁위원회(위원장 도법 스님)를 ‘화장위원회’라고 했다. 종단 치부나 가려주는 위원회로 전락했기 때문이란다. 종단 들러리나 서면서 템플스테이 예산 60억 못 받게 되자 4대강 반대를 선언했다는 것이다. 스님은 “이제 돈 받았으니 4대강 찬성할 것인가?”라며 “변소간을 단청한다고 냄새가 없어질까?”라는 회의를 드러냈다.
스님은 “도법 스님이 직영이유에 대해 묻지도 않고 ‘기왕 이렇게 된 것 직영이 잘 운영될 수 있도록 해보자. 스님도 잘 알지 않느냐’고 했다”면서 “화쟁을 한다면서 직영을 왜 하는지, 하는 것이 과연 옳은 길인지 묻지도 않고, 됐으니 하자는 그런 수준이기 때문에 정부가 템플 예산 안준다고 하니까 그동안 조사다 뭐다 하면서 밍기적거리다가 갑자기 반대로 돌아서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명진 스님은 “봉은사 사태 해결과정에서 화쟁위가 만든 직영법이 종회에서 논의도 제대로 되지 않고 흐지부지되어 있다”면서 “이런 것에 말 한마디 못하고, 무슨 이유로 벙어리가 됐냐”고 반문했다.
그는 “조계종이 정말 5대 결사를 하겠다면 지금껏 저질러온 잘못을 고백 참회해야 한다”면서 “대표적인 것이 독신 비구를 자처하는 승려로서 처를 숨겨놓은 ‘은처 문제’와 수십, 수백억대의 재산을 가진 문제, 종단 내 계파를 형성해 주지직과 이권을 사고파는 문제에 대한 고백과 참회가 있어야 한다”고 설명하고 화쟁위원회를 향해 “이런 문제를 제기해야 역할을 제대로 하는 것”이라고 했다.
명진 지음 . 말글빛 펴냄 . 348쪽. 값 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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