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비정치'는 이재오식 정치다. 그의 전술이요 전략이다.
그래도 "여성대통령 불가" 발언은 선듯 납득하기 어렵다. 그는 손해보는 장사를 했다. 지금이 어느 땐데. 여성비하 내지는 구시대적 여성관을 외신 기자들 앞에서 그렇게 당당하게 발언하다니. 자칫 여성 국회의원이나 여성단체에서 들고 일어나면 어떻게 해명 할려고 그러나 싶다.
이재오 새누리당 국회의원(사진)이 “여성대통령 불가”를 외치자 같은 당 친박 조원진 의원은 “연세로 봐서 정신줄 놓을 나이가 아닌데, 그런 발언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노망이 들 나이도 아닌데 말도 안되는 발언을 했다는 비난이다. 한 솥밥 먹은 식구끼리 치고 받는 게 국민 보기에는 민망하다. 그럴바엔 등 돌리고 헤어지는 게 낫지 않은가.
그의 “여성대통령 불가”발언은 박근혜 새누리당 전비대위원장을 겨냥한 말이다. 그는 요즘 박근혜와 가장 각을 세우는 비박 3인 중 대표격이다.
여성대통령 불가 발언이후 그는 한 인터넷매체와 가진 19일 인터뷰에서 박근혜를 향해 “‘고집불통”“대통령을 포기한 사람”“독재적 발상”“유신독재 장본인”등 거친 말을 쏟아냈다. 연속타를 날린 것이다.
이런 발언은 다분히 당내 유력 정치안과 각을 세워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키려는 정치적 의도다. 그게 이재오식 정치다. 대표적인 게 한나당 당대표 경선에서 박근혜가 측면 지원한 강재섭에게 지고 난후 당사 출근을 거부하며 지방으로 내려가 며칠간 몽니를 부렸다.
그렇다고 늘 몽니만 부리고 시비한 건 이재오는 아니다. 힘 센 이한테는 고개를 납작 숙였다.
이재오는 박근혜가 당대표시절 원내대표로 일했다. 그 시절 그는 박근혜를 깍듯이 모셨다. 심지어 박근혜 생일날 중앙당사 회의실에서 기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흰색·노란색 섞인 장미다발을 선물하기도 했다.
그 당시 박근혜에게 가장 살갑게 대한 당직자가 이재오다. 독재자의 딸이라고 박근혜를 공격하던 이재오는 흔적없이 사라졌다. 그는 마치 다른 사람처럼 느낄 지경이었다. 이건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는 타고난 정치적 쇼맨십기질을 갖고 있다.
그후 2008년 대선을 앞두고 이명박 캠프로 가서는 안면 싹 바꾸고 박근혜를 향해 독설을 퍼 부었다.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됐다. 그게 다가 아니다. 이명박 정권 출범 후 친박계 학살로 불리는 공천에 개입해 친이와 친박계라는 정파를 탄생시킨 일등 공신이다. 그 후유증이 이명박 정부 내내 갈등과 대립의 씨앗이 됐다.
그는 19대 총선에서 반쯤 죽다 살아났다. 차점자와 1.14% 차이로 겨우 이겼다. 현재 대선지지율은 1%대다. 비박 대선 주자 3명을 합쳐도 5%미만이다. 이재오가 대선 주자가 될 가능성은 낮다. 대통령이 하고 싶다고 앉는 자리가 아니다. 그런 그가 40%대를 넘는 박근혜에게 사사건건 시비를 걸고 있다. 우선 뉴스를 그를 주목한다. 그러면서 몸값을 올리거나 최악에 탈당명분을 쌓기 위한 전략일 수도 있다.
하지만 “여성대통령 불가” 발언은 두고 두고 그에게 부담이다. 이미 역풍이 불고 있다. 남녀평등 시대에 여자는 안된다는 이분법적인 사고, 편협한 시각, 그 자체가 문제다. 그렇다면 여성 총리나 여성 장관도 안된다는 말인가.
여성이 군복무를 하지 않아 대통령이 될 수없다는 논리는 자가당착이다. 군미필자인 이명박 대통령과 정운찬 전 국무총리, 김황식 국무총리, 원세훈 국정원장은 어떤 논리로 설명할 것인가. 그런 논리라면 여셩과 마찬가지로 군미필자인 이명박 후보를 왜 대통령으로 만들었나. 이 정부의 천안함과 연평도 도발에 대응은 낙제점이었다.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는 여성총리지만 포클랜드 전쟁에서 강력한 리더십을 보여줘 ‘철의 여인’으로 불렸다.
이재오의 “여성대통령 불가” 발언은 휘발성이 강하다. 만약 여성계가 반발해 들고 일어난다면 그는 안티팬을 만든 셈이다. 여야는 지난 총선에서 여성 공천 비율확대를 혁신안으로 제시했다. 이재오의 주장은 논리에 맞지 않다. 그런 소신이라면 왜 진수희 전의원을 계보로 거느렸나.
사물에 대한 이중 인격적 잣대나 인간사에서 필요한 의리나 원칙을 팽개치는 그의 언행은 그에게 독배가 될 수 있다. 시비정치로 대통령이 될 수 없다. 그게 이재오식 정치의 한계다. 그는 한계를 뛰어 넘어야 한다. 이번 발언은 되로 주고 말로 받는 격이다. 그렇다고 그가 이번에 킹메이커가 되기도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