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년 3월 15일 체신부 회의실.
최광수 장관(대통령 비서실장. 외무부 장관 역임) 주재로 전자교환기 개발 대책회의가 열렸다. 이우재 한국전기통신공사 사장(체신부장관 역임)과 최순달 전자통신연구소장(체신부 장관 역임)을 비롯한 해당 기관의 실무책임자가 모두 참석해 전자교환기 개발 진행 상황을 점검하고 앞으로 방향을 논의했다.
최순달 소장(사진)은 “연구소 입장에서는 현재 개발한 전자교환기의 성능과 신뢰도, 생산 시기 등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했다. 이우재 사장은 “국산제품이 나오기 전까지 외국기종을 사용할 게 아니라 기계식 교환기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최 장관은 참석자들의 의견을 들은 후 “전자교환기 국산화는 모두 일치단결해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면서 “ 각자 맡은 업무에 차질이 없도록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다.
최 장관은 최순달 소장에게 한가지 별도 지시를 내렸다.
"연구소는 개발 일정을 확정하고 최선을 다해 개발할 것이며 만약 실패한다면 어떤 처벌이라도 받겠다는 서약서를 간부들이 서명 날인해 장관한테 제출하시오.“
이와 관련한 최순달 소장의 회고록 증언.
“ 최 장관이 ‘최 소장, 240억 원을 들여 개발하는데 자신이 있습니까.’하고 물길래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개발에 실패하면 어떻게 할 겁니까’라고 다시 묻길래 ‘어떤 처벌이라도 감수하지요’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랬더니 최 장관이 ‘그럼 각서를 쓰시오’라고 했습니다.“(자서전 ‘40년 후 이 아이는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위성을 쏘아 올립니다’에서)
서약서를 작성한 양승택 시분할 전자교환기개발 단장(ETRI 원장, ICU 총장, 정통부 장관 역임, 현 IST컨소시엄 대표)의 말.
“서약서 내용은 최 장관이 이미 말한 게 있어 고민하지 않았어요. 서약서는 ‘저희 연구단 연구원 일동은 최첨단 기술인 시분할전자교환기 개발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며, 만약 개발에 실패할 경우 어떠한 처벌이라도 달게 받을 것을 서약합니다’로 작성했습니다. ”
최순달 소장과 양승택 단장. 유완영 교환연구부장LG정보통신 전무. 오리온전기 사장 역임), 박항구 교환기기연구실장(TDX개발단장 역임. 현 소암시스텔 회장)이 서약서에 서명했다. 한국전기통신공사에서는 경상현 부사장(체신부 차관. 정통부 장관 역임. 현 KAIST 겸직교수)이 서명했다. 이 서약서가 나중에 ‘TDX혈서’로 불렸다.
최순달 소장의 회고.
“나는 각서는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만큼 개발 성공을 자신하고 있었다“
최 소장은 외국 전자교환기업체의 고위층과도 전자교환기 개발을 놓고 설전을 벌였다.
그가 소장으로 재임할 무렵 캐나다 노던 텔리콤 고위층이 내한해 그를 방문했다.
그 고위층이 최 소장에게 물었다.
“교환기 개발이 얼마나 어려운지 최 소장은 알기나 합니까.”
“잘 모릅니다”
“모르면서 어떻게 하겠다는 겁니까”“하다가 안되면 당신 회사에 도와달라고 부탁할 생각입니다”“우리가 도와 주면 않으면 어떻게 하겠습니까”“당신네 기술자를 직접 매수해서라도 개발할 것입니다”“매수에 실패하면요”“술 사준다고 유인해 권총으로 협박이라도 할 겁니다.”
그 노던 넬리콤 고위층은 최 소장의 단호한 개발의지를 확인하고 돌아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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